크리스티안 짐머만 피아노 리사이틀 후기

by 미술관옆산책로

동시대 피아니스트로는 최고로 알고 있다. 내 클래식 플레이리스트의 상당히 많은 피아노곡이 알고보니 짐머만의 연주다. 그 분이 오신다기에 미리 예약을 해두었고 그 날이 되었다.


크리스티안 짐머만 피아노 리사이틀
Krystian Zimerman
2026. 1. 15 (목) 19:30
롯데 콘서트홀

프로그램
24곡의 프렐류드
*사전공유 안되었고 당일 프린트물로 배포했다.


공연은 촬영이 전혀 불가했다. 피아노만 조용히 놓여져 있는 시작전 무대부터 커튼콜, 앵콜공연까지, 보통의 공연에서는 허용되는 촬영의 범주까지 불허되었다. 작가의 전언이라며 직원이 대독한 편지에는 "이 공연의 일부라도 인터넷상에 떠돈다면 본인은 심히 배신감을 느낄 것"이라 했다. 더불어 "공연은 공연장에서 온전히 느끼라"는 톤의 메시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같은 초심자가 훌류한 공연을 복기하기 위해 사진을 찍어두는데 보통의 공연장에서는 허가되는 시간마저도 촬영이 불허되다보니 다소 복잡한 마음이 들었지만 대가의 의도와 입장은 존중한다. 꾸준히 클래식계에 머물어 아름다운 공연을 만끽해온 내가 미래에 가질 태도를 미리 연주자가 예고해둔 것이리라 다독였다.


* 후에 이러저리 찾다 보니 짐머만은 대단한 완벽주의자여서 피아노도 투어에 싣고 다녔다. 그가 선호하는 사운드와 연주스타일에 맞추어 튜닝도 했다. 그러니 피아노만 덩그러니 있는 전후 무대라도 그 피아노가 자산이어서 촬영이 불가했던 것이다. 과하다.. 했던 마음이 스스르 열림


공연은 유려하고 수려하고 부드럽다가 강했다. CES출장의 여독이 풀리지 않아 몸이 말을 듣지 않았을 지언정 귀는 열리고 가슴은 뛰어 아름다운 피아노선율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았다.


내가 아는 프렐류드가 몇곡은 있겠지 싶었는데 전무했고 - 아닌가? 몇곡 알든가? - 역시나 모르는 곡들 사이 쇼팽과 라흐마니노프의 곡들은 아름답고 서정적인 선율들 덕에 더 마음에 와 닿았다.


1부에 12곡, 2부에 12곡 총 24곡이었는데 처음엔 짐머만께서 악보를 넘길때마나 한곡이 끝났으려니 번호를 짚으며 따라갔는데, 어느순간 놓쳐서 엉겼다만 듣다보니 소위 밝은곡, 어두운 곡이 하나씩 걸치며 나온다 느껴져 프로그램 프린아웃을 들여다 보니 실제 장조곡, 단조곡이 하나씩 배치되 있었다.


인터미션과 공연 종료 후 관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역시나"였다고 하고, "너무 아름다워 울었다"한다. 이 글을 쓰기까지 몇일 동안 블로그 이웃님들 글을 후루룩 본 평가로도 감동, 그 자체였나 보다.


나는 그정도는 아니었다만 정말로 기가 막힌 연주였다는 것은 동의한다. 어디 하나 '에잉?'하는 곳이 없었고 그저 수려하고 유려했다. 강한 곳은 강하고 약한 곳은 부드러웠다. 그럼에도 내가 '대단했어!'라고 할 수 없었던 것은 형식 자체가 주는 소박함때문이었나 보다.


내가 1년 넘게 쭈욱 클래식 공연을 보고 음원으로 듣고 하는 동안 나는 현재 대편성 교향악과 피아노 또는 바이올린 협주곡이 취향이다. 한명의 위대한 연주자 보다는 모두가 어우러내는 두텁고 진한 음감을 좋아한다.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사랑하나 그들이 오케스트라와 함께 했을 때가 훨씬 더 선호되고 타악기들의 파워와 경쾌함을 사랑했다.


그런데 이 공연은 프렐류드 모음이라 본편의 화려한 선율이 있는 것도 아니고 피아노 리사이틀이다 보니 강력하고 멋진 타악의 도움을 받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아직은 피아노 리사이틀의 형식을 선호하진 않았다. 그걸 알게 되었다. 후에 프렐류드라는 곡들이 갖는 소박하고 단아한 맛이 좋아지는 순간이 올 것만은 다만 확신한다.


호로비츠옹이 살아돌아오시면 지금도 가능 ㅎㅎ


몇번의 커트튼콜이 끝나고 짐머만은 뚜껑을 닫고 나갔다. 촬영을 못하게 한 연주자의 카리스마적 특성 중 하나로 보였는데, 이건 난 또 좋았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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