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우양미술관 윌리엄 터너전과 백남준전을 보고
경주출장 일정이 오후 2시 부터 시작이다. 월화수목금금 처럼 힘든 한주를 보낸 주말아침 조금 늦게까지 잠을 자고 시간에 맞추어 경주에 도착 할 것이냐 보고 싶은 전시가 경주에 때마침 있어 새벽KTX를 타고 아침시간엔 전시를 볼 것이냐 심히 고민이 되었다. 나라는 인간은 한없이 기력이 딸려 하면서도 으영차, 엉덩이를 떼고 일어나 무언가를 하는것이 기본태도이다 보니 정신차려보니 새벽 기차를 타고 있었다. 주말잠은 기차에서 자자...
그렇게 미술관이 문을 여는 아침 10시에 경주 우양미술관에 도착했다. 해외에선 여러번 터너의 작품을 봤고 (가히 대단하다!) 국내에선 몇몇 기획전에서 몇점을 마주했는데, 윌리엄터너의 이름을 달고 하는 기획전시가 판화전이긴 해도 어떤 수준인지 보고 싶었다.
Turner: In Light and Shade
2025. 12.17 ~ 2026. 5.25
경주 우양미술관 갤러리2
결론은 내 기대엔 다소 못미쳤다.
판화가 메인인 것은 알고 갔지만 빛을 잘 다루는 화가로서 판화에서 빛이 다뤄질리 만무하니 판화는 거들 뿐 단 몇점이라도 들어와 있다는 그의 유화작품을 보고 싶었다. 단 한 점이라도 그의 시그니처 작품스타일이 잘 드러난 주요작품이면 '되었다' 생각할 예정이었고. 그런데 보고 난 후 조금 실망했다. 그는 다작의 작가였기 때문에 이 수준의 작품들은 전세계 꽤 많이 퍼져있어 이번에 들어온 작품에 이렇다할 특이성이 없었다.
판화는 다른 이야기다. 터너가 <리베르 스튜디오룸>이라는 판화작업을 한참했다는 것은 처음 알았고, 이 곳의 71점이 모두 나왔다. 이 부분은 인정. 다만 판화는 네덜란드 작가 '에셔'의 작품을 직접 접한 후 그가 기준점이 되었기 때문에 그에 비견되지 못한 판화작품으로는 감동하기 어렵다.
초입엔 윌리엄터너의 초상화가 있다. 이 그림이 원화가 왔다는 소리는 못 들었는데...
조금 다가서니 그림이 아니라 시트지, 아 울고 싶다...
이렇게 생긴 사람이란다, 얘들아, 알려는 주고 싶었다고 생각한다. 우양미술관이 교육적 모티베이션이 강한 미술관이라는 인상을 받았는데 이 초상화도 그런 맥락이려니, 생각한다.
전시동선 말미에 있었던 여러점의 수채화 중 두점을 먼저 올린다. 다른 수채화들은 큰 의미가 없다.
그의 수채화는 처음 접했고 빠르고 실수 없이 그려야 하는 수채물감의 특성상 스케치처럼 쓱쓱 그린 그림들인데 그럼에도 그가 빛과 공기를 다루는 방식은 잘 보였다. 바람, 바다, 공기, 연기 같은 그가 자주 그리는 소재들도 친숙했고.
이번에 온 작품 중 이 작품이 가장 그답고 완성도가 높았다. 터너 작품을 봐온 사람들이라면 이 작품이 터너의 최고 작품은 아니라는 것은 한번에 보일 것.
앞서 말했듯이 판화는 <리베르 스투디오룸> 71점이 모두 왔다. 판화를 좋아하고 의미있게 보시는 분들이면 무조건 봐야 되는 전시. 그가 스케치만 한 것이 아니라 직접 에칭에 참여한 작품들이 상당히 많다.
판화와 수채화, 유화를 보고 나와서 아침잠을 선택할 걸 그랬나... 다소 허탈했다. 다른 층에 백남준전시가 있어 온김에 보고 가자, 전시장에 들어섰다. 글로벌레벨의 대단한 미디어아티스트인 백남준작가는 언젠가부터 그의 스타일이 익숙하기도 나의 취향을 넘어서 과격하기도, 요란하기도, 올드하기도 하여 한참동안 그닥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왔는데 이번엔 일단 터너전에 속상한 마음을 깔고 봐서 그런가, 좋았다.
백남준: Humanity in the Circuits
2025. 12.17 ~ 2026. 5.25
경주 우양미술관 갤러리1
적절한 규모감, 똑 떨어지는 주제가 딱 좋았는데 내가 보지 못한 스타일의 작품들에 특히나 마지막에 한자를 활용한 아트는 쏙 마음에 들었다. 백남준의 작품으로 쏙 마음에 들기론 처음이다;;
입구의 이 작품, 일단 인트로 작품으로 적절했다.
부처가 미디어를 보고 있는 이 작품.
부처가 미디어를 보고 있는 그 자신을 미디어를 통해 다시 보는...그런 맥락의 다른 작품이 떠올랐는데 - 남준이 인스타에 등장한 그거 - 그 작품과 비슷해서 친숙하니 좋았다.
<나의 파우스트>시리즈의 '경제성' 작품이 이리도 직설적이라니.. 단순명료해서 딱 좋네
<나의 파우스트> 시리즈 옆에 있던 백남준작가의 말
동감한다.
실제 1929년 포드자동차를 활용한 작품. 당시 실제 태그일 듯한데, 이를 활용한 위트와 디테일도 깜찍.
<어질인>과 <마음심>, 어진마음인 인심. 딱 떨어지게 깔끔해서 초반에 마음에 쏙 들었다는 그 작품.
이렇게 쉽게 표현되는 작품들이 복잡한 마음에 여유와 생기를 준다는 생각이다.
백남준전시를 보고 아쉬운 마음이 달래지고는 생각해 보니 입구로비에서 카우스 작품을 보고도 좋았었네.. 떠올랐다. 스테인레스 스틸 재질의 우주복을 입은 카우스의 컴패니언은 어떤 버전의 어떤 재질을 입혀도 보는 사람을 기분좋게 한다.
캐릭터의 힘
카우스 작품 오른쪽 유리벽 안쪽에 로버트 라우센버그의 작품도 있어 우양의 컬렉션 수준의 단면을 보여주었는데 사진은 안찍어 두었네. 일단 기록으로는 남겨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