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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술관옆산책로 Oct 24. 2023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君子志向)" 프리뷰 @ 리움

[23.2.26 발행]




나 백자 사랑하네,

알고는 있었지만 더 그러네...


이렇게 아름답게 줄지어 있는데 어케 안사랑해

오직 너만 보인다구우!!!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君子志向)

23.2.28 ~ 5.28 (종료)

리움미술관



리움의 전시기법과 수집품들은 언제나 Two-Thumbs Up을 날리게 되는데 오늘은 특히 과하게 영혼을 갈아 넣어놨다.


보통 지하로 내려가서 1층으로 올라오는 동선의 기획전이 1층에서 지하1층으로 내려가는 동선으로 바뀌어 있다. 1층이 지하층보다 좁고 낮은데 그 곳부터 보라는 것은 거기에 밀도감 있게 모든 것을 몰아 넣었다는 얘기다.


그리고 입구에 들어서자 펼쳐진 광경


와아!!!!!


모든 조선백자가 줄지어 나를 향해 서있다.


어떤 것은 색으로 어떤 것은 그저 순백으로 각각의 멋스러움을 장착하고 시대를 건너 나와 우리와 조우하기 위해 이 날을 벼른 느낌이다. 가로세로 반듯한 정렬속에 오롯이 그 한 작품만 존재하듯이 작품 하나하나에 포커스한 전시라 더욱 대단하다.  


총 185점의 작품 중 국보 10점, 보물12점 포함된 전시라는데 국보나 보물과 상관없이 작품 하나하나 부족함 없이 소홀함 없이 완벽하게 각각 절정의 미를 뽐내었다.



초입부터 국보가 딱 기선을 제압한다.


뒤에도 줄줄히 대단하지만 이 작품이 정확하게 중심을 잡고, 이 후의 모든 작품의 수준을 올려 놓는다.



도자는 빗는 것도 어려운데, 그림 한획 한획이 실수 없이 완벽하고, 구워낸 과정도 더할나위 없어, 이물질도, 기포도 어떠한 균열도 없다. 이런 작품이 유지까지 잘 되어 지금 국보의 이름을 얻었을 진데 그 과정과 시간 모두가 한편이 되어 이 작품 하나를 탄생시켰다



그리고 그 결과를 내가 즐기나니 작품 앞에서 한없이 겸손해 지고, 숭고해지며, 알수 없는 누군가, 무언가에 감사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백자청화 매죽문 호, 15세기, 국보



이 작품도 국보


아래로 부터 위 입구까지 유려한 곡선과 비율이 극강으로 아름다운데 솔잎이 마치 한지나 캔버스에 그려진 듯 부드러운 붓질 표현이 그대로 살아 있는 것이 압권이다.  


백자청화 홍치명 송죽문 호, 1489년, 국보



단촐하고 정갈하게 아름다운 작품


봄을 맞이하는 매화꽃이 금방이라도 항아리를 뚫고 나와 만개할 것 같다.


색채가 과하지 않아 오히려 쉼이 있어 보이는 작품


백자청화 매죽문 호, 15세기, 국보



백자철화가 이렇게 아름답던가...

백자청화들 사이 멀리서 봐도 눈에 확 띈다.


어떤 대상을 표현하든 흰색과 파란색이 주를 이루는 백자의 세상에서 표현의 대상이 농익은 포도라 철을 이용해 보랏빛을 내려 했던 것일까...


조선 백자의 사실주의적 노력이 옅보여 미소와 감탄이 함께 나왔다


백자철화 포도문 호, 18세기 전반, 국보



매화나무 위에 앉은 한쌍의 새가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듯하다. 뚜껑에 다소곳이 들어 앉은 대나무의 뾰족뾰족함은 동글동들했던 도자의 그림들에 긴장감을 준다.


작지만 완성도가 높다는 것은 한눈에 보인다.


그러니 이것도 국보


백자청화 매조죽문 호, 15세기, 국보



아래 병은 그림 아래에 양각이 되 있어서 새롭다.


도자를 만들고, 밑그림대로 양각하여 입체감을 주고 나서 그 위에 그림을 그렸다. 평평한 도자 면에 그림을 그리는 것도 어려웠을 것인데 음각도 아닌 양각을 한 후 그림을 입혔더니  벌레는 더욱 날아 오를 것 같고, 국화는 그 꽃잎이 떨어져 꽃병 밑으로 내려 앉을 듯 하다.


청색이나 갈색이 아닌 알록달록 채색도 해, 병 하나에 모든 도자 기법이 다 들어간 듯 화려하게 아름답다.


이 병에 청주 한 잔 따라 마시며 선비의 풍류를 노래했을 그 시대가 보이는 듯하다.


백자청화철채동채 초충난국문 병, 18세기, 국보



왕가 아이들의 태를 담았던 호


4개의 귀를 가지고 있다 하여 사이호(四耳壺)라고도 부르던데 외호 속에 내호를 또 넣기도 한다는 것을 이 작품을 보고 알았다.


호림에서 사이호들을 꽤 많이 가지고 있었는데, 이 작품들도 호림에서 넘어왔다.


백자 태호 중 내호와 외호 , 15세기, 보물 / 실제 크기도 다르다.



이중 구조의 도자라 시선을 사로잡은 작품


기능은 안쪽 도자에서 예술은 바깥 조각에서 잡았다.


이렇게 이중으로 도자를 만들려면 가늠할 수 없는 제작과정의 어려움이 있을 것인데 이를 해내어 우리 앞에 형형하게 아름다운 작품을 내 놓았다.


백자청화투각 모란당초문 호, 18세기, 보물



그리고도 아름다운 작품이 많다


연적, 반합, 필통, 호등 다양한 기능과 형태의 작품들은 한순간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백자청화철화 시명 마비문 팔각연적, 18세기, 보물 (좌) / 백자반합, 15세기, 보물 (우)


백자청화 난초문 필통, 18세기, 보물 (좌) / 백자 호, 15~6세기, 보물 (후)



지하층으로 내려오니 높은 천고에 넓은 공간이라 훨씬 많은 작품들이 있다.


위층에서 몰입도 극강의 작품체험을 하고 내려온 터라 온통 하얗고 넓은 전시공간이 다소 밍밍해 보일 수는 있다.


그러나 한작품 한작품 꼼꼼히 들여다 보니 아름답기는 매 한가지




정교한 용 무늬 도자기나  다양한 형태의 연적들, 단아한 아름다움의 각종 병, 잔세트, 각종 발 들은 조선백자의 아름다움이 시대를 초월해 현대에 닿아 그 아름다움과 옛스러움이 더해졌다.


각종 백자 발 들, 15~17세기



이제 마지막으로 백자 대호


가장 최강의 아름다움은 단순미와 절제미에서 오는가...

천정의 빛을 받아 형태에서 만들어진 자연스러운 그림자가 대호에 명암을 주면서 실로 그윽해 졌다.  


도자 작품을 보면서 명상적이고 종교적이라고 느끼기는 실로 오래만이다.



이번엔 리움멤버십 프리뷰로 봤기에 많지 않은 관람객 속에서 조용히 작품에 집중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번으론 다 즐길 수 없어 짬날 때 마다 여러번 볼 계획이다.


올 때마다 설렐 것이고, 볼 때마다 좋을 것이다.


그래서 이미 설레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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