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사장님은 왜 목숨을 아끼시나요
저렇게 말해봐라, 듣고나서 영혼의 울림을 느끼며 분골쇄신의 정신으로 회사에 헌신하기로 다짐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세상엔 정말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 존재한다. 게으른 사람, 똑똑한 사람, 부유한 사람, 비관적인 사람 등등. 그리고 먹고 사는게 중요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용주'와 '피고용인'이라는 카테고리에 속하여 구분된다.
모든 고용주들이 원하는 것은 하나다: 직원이 열심히 일해서 자신이 받는 월급보다 높은 수익을 회사에 가져다 주는 것.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피고용인들이 원하는 것은 하나다: 최대한 적게 일하고 최대한 많은 급여를 받는 것.
물론 모든 사람들이 직원의 자리에서 소위 말하는 '루팡'짓을 하고싶어 한다는 말은 아니다. 누군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의 꿈을 위해, 혹은 목표를 위해 남들보다 훨씬 열심히 긴 시간을 투자하여 일을 한다.
그렇다, 그들은 자신의 시간을 회사에 '투자'한다.
나는? 글쎄, 무릇 성공적인 투자자는 투자할 대상을 신중히 골라야 하는 법이라고 하더라.
나는 인생을 살며 다양한 국가에서 다양한 직종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다. 지금 나이가 아주 많아서 축적된 삶의 지혜가 흘러 넘친다거나 하는 그런 사람은 아니지만, 인간의 신체나 정신, 그리고 열정이 가장 강렬하다고들 하는 청춘의 시기를 막 흘려보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입장에서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면 내가 거쳤던 수 많은 사장님들에겐 한 가지의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나에게, 그리고 다른 모든 부하직원들에게 '내 회사다 생각하고 열심히 일하길' 부탁했다는 것이다. 국적 불문하고.
내 생에 첫 직장은 내가 살던 동네에 있던 캐주얼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이었다. 사실 그 전에 청소 아르바이트를 해보긴 했는데 지금 쓰고 있는 글의 주제랑 맞는 경험을 겪어보지는 않아서... 여튼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고,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알바 찾고, 연락하고 면접보고 계약서 쓰고 하는 과정을 통해 나의 첫 직장생활은 시작이 되었다.
그곳에서의 일은 상당히 재밌었다. 같이 일하는 분들도 다 너무 친절하고 나에게 잘해주었고, 원래 요리나 음식을 좋아해서 홀서빙만 하던 나도 여러가지 요리 지식들을 습득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그런데 내가 일을 하면서 가장 궁금했던 것은 레시피나 손님 대접하는 방법이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사장님의 정체였다.
사장님은 정말 신비한 인물이었다. 식당에 항상 상주하지도 않고, 아주 가끔씩 (격주에 한 번쯤?) 들려서 음식 주문해서 먹어보고 주방의 요리사들과 점장님과 길게 이야기를 하다 가곤 하셨다. 나이도 많이 쳐봐야 30대 초반 정도로 보였고, 뭣도 모르는 내가 보기에도 항상 고급스럽고 비싼 옷만 입고 다니셨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장사가 생각보다 잘 되지 않게 되자 나중에는 조금 더 자주 들리시며 직원들을 모아다가 일장연설을 하고 가고는 하셨다. 주요 골자는 '이 식당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을 항상 잊지 말고, 내 식당이다 생각하고 열심히 일해라' 였는데,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내 머릿속에서 들었던 생각은 그저... 왜 사장님은 진짜 자기 식당인데도 열심히 안하시는 걸까?였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사장님은 정말 부유한 집안의 자제분이셨고, 식당이 위치했던 번화가 중심에 있는 건물의 건물주가 사장님의 어머님이셨다고 한다. 심지어 본인은 따로 운영하고 있던 IT회사의 대표였고, 식당은 그냥 취미로 하고싶어서 어머님 소유의 건물 1층에 식당을 낸 것이었다. 그러니 관리가 제대로 되겠는가? 식당의 위치나 인테리어, 음식의 맛을 차치하고서라도 (솔직히 음식은 진짜 맛있었다) 사장님이 있는 식당과 없는 식당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것인데... 내가 일을 그만두고 군대에 입대하고 얼마 뒤에 가게는 당연하게도 문을 닫았다고 한다.
정말 당연하게도, 이 이야기의 교훈은 두 가지다. 무릇 본인의 이름으로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사업을 접고싶은 경우가 아니라면 제발 열심히 자신의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고, 본인이 그렇지 못한다면 밑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보고 배울 것도, 열심히 일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는 것이다. 진짜 자기 사업, 식당, 회사, 영업인데도 제대로 안하면서 지분 하나 없는 생판 남인 직원에게만 애사심을 요구하는 것은 정말 어처구니 없는 부탁이라고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일은 우리 주변에서 정말 자주 일어난다. 모든 사업자가 말단 직원으로부터 시작하지는 않는 법이고, 다른 자리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은 항상 다른 것을 보며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이 글을 읽는 사장님들은 '아니 그럼 열심히 일해야지 직원이 일할 수 있는 건물이랑 업무를 다 내 돈 투자해서 세운건데 감사히 일을 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으실테지만, 나같은 노동자는 '아 진짜 힘들다. 항상 한가하게 놀면서 돈을 벌 수는 없는 것인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다. 평생을 바닷가에 살던 사람은 물에서 뜨거나 지는 해의 아름다움만을 알테고, 산에서 평생 사는 사람은 나뭇잎에 부서지며 세상을 밝히는 아침해와 노을이 넘어가는 산맥의 능선만을 알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