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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혁재 Mar 12. 2018

16.개나 소나 글로벌, 글로벌합니다.

해외서비스  준비하기

누군가 예전에 그랬다.


"개나 소나 글로벌, 글로벌합니다"


"스타트업들에게 한국 시장규모로는 작은데 어떻게 하실 건가요? 질문을 하면 하나같이 모두 글로벌로 진출하겠습니다. 같이 답변을 해요. 실제로 해외에서 성과를 내는 스타트업 사례는 극히 드물면서요. 지원사업으로 그냥 현지 견학하고 오면 글로벌 마인드 생기는 줄 알아요. 사업입니다. 성과를 내야하는 사업이요. 이를 남용하거나 악용하는 사례도 찾기 쉽구요."


그래 맞다. 우리 역시 그랬으니깐.

첫 번째 서비스로 글로벌 진출을 한다고는 했고 온갖 지원을 받았지만 결국 우리는 망했다. 부정할 수 없다. 팩트다.

< 글로벌 진출? 이게 얼마나 힘든지 모르고 겁도 없이 우리도 하겠다고 했다. >

4년 전 우리 팀의 첫 앱 서비스를 5개 국가 언어로 번역해서 겁도 없이 출시를 했고 그 결과는? 우리는 그 많은 개나 소 중에 하나가 되어 있었다. 실패를 했고 아름다운 도전이었다고 포장하지도 않으려 한다. 하지만 꼭 다시 도전하리라 가슴속 깊이 간직하고 계기가 되었다. 작년 초부터 우리의 두 번째 서비스인 스푼 라디오의 해외 출시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과연 이번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들을 많이 하면서 결정을 내렸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


현재 진행형으로 다시 한번 우리는 작게 그리고 빠르게 실행을 옮기며 두 번째 해외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여전히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만 많은 것을 경험하고 느끼고 있으며 것들에 대한 사례이다.


1."글로벌로 진출할 예정이에요."

나 역시도 지금은 글로벌 진출이란 표현을 싫어한다. 무언가 거창해 보이는지? 사람들은 마치 해외에서 큰 성공이냐 한 마냥 이야기가 와전되기 때문이고, 성과를 내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기 때문이기도 하다. "OO국가 베타 서비스 출시" 정도가 맞는 표현 같다.


"국내 시장규모가 작아 보이는데 다음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오해 말자. 투자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해외 진출은 어떤 순서로 하실 건가요? 현지인 출신 코 파운더는 있으세요?"

(오해 말자. 투자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작년 이맘때 시리즈 A 투자유치를 하면서 투자사로부터 받은 피드백 중 정말 많이 나온 질문들이다. 우리는 정말로 자금이 확보되면 스푼 라디오라는 서비스를 들고 해외로 나갈 할 예정이었지만 당시에는 내 말주변이나 데이터로는 부족 했던 것 같다. 다행히도 우리를 믿어주는 투자사를 만나게 되었고 무사히 투자 유치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재미있는 건 해당 투자사는 우리가 해외로 서비스를 확장하겠다고 계획에는 큰 이견이나 별로 질문이 없었다. 믿었던 걸까? 그 이유는 아직도 모르겠다.) 암튼 믿어주는 누군가가 있었기에 실망을 시키기 싫었다. 우여곡절 끝에 자금이 확보되었고 스푼 라디오의 해외 서비스 출시는 박차를 가해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우리는 우선 시작에 앞서서 처음 실패의 교훈처럼 그냥 단순히 앱을 번역해서 원하는 국가를 체크를 하고 스토어에 올리면 끝이 아니라. 이번 우리의 해외 서비스 1차 목표는 진출하는 국가에서 매출을 발생시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매출이다 매출... 글로벌 서비스를 하겠다는 이야기 했으면 해당 국가에서 매출을 만들어 내야 한다.


해외에서 매출이 나와야 하며 최종적으로는 해당 국가 시장에서 이윤이 나는 사업구조를 만들어야지만 글로벌 서비스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단계 전까지 리스크를 감수하는 투자가 필요하지만 넘어야 하는 필수 단계임은 분명하다. 그런 이유로 우리의 1차 과제는 "과연 우리의 서비스가 매출을 발생할 수 있는 서비스"라는 것을 검증하는데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2. 가서 공기라고 마시고 오세요. (시장조사)

해외 서비스 준비를 하면서 투자사나 경험이 있는 스타트업들을 찾기 시작했고, 염치없이 부탁을 하고 연락을 해서 이런저런 조언들을 구하기 시작할 때였다. 출시 국가 선정, 시기, 비용, 채용 등을 고려해서 우선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필리핀  4개 국가로 압축을 했다.


준비를 하면서 만난 한 투자사 대표님이 문득 질문을 던지셨다.

"대표님 근데요. 말씀하시는 나라에 실제로 가보 신적이 있나요?"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고, 가본 경험 역시 없었기에 작은 목소리로 아니요라고 대답을 했다.


"가세요. 우선 비행기 티켓부터 끊으세요. 인도네시아던 필리핀이던 바로 가세요.

서비스를 출시하겠다는 사람이 그 나라 한번 안가보고 무슨 사업을 합니까?

가서 그나라 공기라도 마시고 오세요."


공기라도 마시고 오라는 뜻은 가서 당장 무언가를 못해도 좋으니 우선 시작을 하라는 말로 들렸다.


"그래 우선 가보자."라고 결정을 하고 티켓팅을 했다. 시간을 줄이기 위해 나와 부대표 그리고 마케팅 이사까지 총 3명이 3개 국가를 각각 나누어서 돌고 나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모이기로 했다. 각자 현지에서 만나볼 수 있는 회사들이나 조언을 해줄 수 있는 분들에게 미팅 요청하고 현지인 채용 면접이 가능한 나라는 면접 일정도 잡았다.


모습 자체가 너무 웃겼다? 아니 어색했다. 우리가 정말 다시 해외 서비스를 하긴 하는가 보다라고 실감이 들었다. 회사 다닐 때야 미국 출장을 자주 다녔고, 여행으로 몇몇 나라는 가봤지만 스타트업에서 일 때문에 해외 출장을 가게 될 줄이야? 그렇게 우리 회사의 파운더 3명이 모두 해외로 떠났다. 처음이지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회사에 3명의 파운더가 모두 자리를 비운 때가...


현지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을 모두 연락해서 만났다. 사업분야나 전공은 틀리지만 현지에서 체류하고 있는 분들의 이야기들은 책에서나 구글링을 통해서 얻은 정보와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10~20대들이 주로 사용하는 서비스 이기 때문에 그들의 일상생활을 보기 위해 현지에서 유명한 쇼핑몰, 대학교를 둘러보았다. 젊은 친구들이 많은 술집에 가서 맥주도 마시고 클럽도 가보았다. 그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마 느낄 수 있었고 과연 우리 서비스를 저 사람들이 쓰게 만들 수 있을까?라는 무거운 숙제를 실감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때 느낀 감정은 실제 서비스를 준비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또한 인도네시아,베트남이라는 1차 출시 국가를 정하는 고민의 답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현지에서 확장해야 한다면 대표나 경영진 또는 의사결정 권한이 있는 매니저급이 현지로 가서 살아야 한다는 이유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기 시작했고, 가야 할 일이 생길 수도 있겠구나 하고 새로운 목표를 가지게 되었다.


3. 저는 OOO에서 왔습니다. (현지 팀원 채용)

스타트업에 가장 어려운 것 중에 하나가 채용인데... 한국 팀원 채용도 어려운 판에 해외담당자 채용이 가장 걱정이었다. 단 실패로부터 얻은 교훈과 원칙은 하나였다. 현지 언어를 잘하는 한국인이 아니라 그 나라에서 태어나고 자라온 사람, 그 나라의 문화가 몸에 배어 있는 사람을 채용하는 것이었다.


해본 적이 없으니 현지 스타트업분의 조언과 투자사 네트워크를 통해 물어물어 그리고 부탁을 해서 모든 채널을 동원했다. 정말 많은 신세들을 졌다. 우리가 잘 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그 신세를 갚는 첫 번째 방법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도움을 주셨던 주변분들의 소개와 추천, 테크 미디어 TechinAsia, 대학생간 인턴 교류 프로그램 AIESEC, 각 대학교의 한국어 어학당, 한국의 외국인 채용사이트 등등등....


그렇게 한 명, 두 명 조금씩 이력서를 받을 수 있었고 온라인으로 또는 출장으로 면접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물론 안 되는 영어로 손짓 발짓해가면서 대화를 이어갔고 운이 좋게도 마음에 드는 해외 지원자들을 찾을 수 있었다. 비용과 여러 가지 이유로 사무실을 바로 낼 수 없는 상황이라 해당 멤버들의 채용 조건 중에 하나는 한국으로 오는 것이었다. 그리고 현지의 급여가 아닌 한국에서 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한국 팀원들의 기준으로 급여로 책정을 했다. 지원자들 대부분이 한국말은 전혀 못하고 안전 문제도 있고 해서 집도 회사에서 제공을 하기로 해 아시는 스타트업에서 하는 셰어하우스로 숙소를 지원하기로 했다. 근무를 위한 비자발급 문제가 개인마다 틀리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글로벌 글로벌하면서 해외 인력 채용에 관련된 법규의 현실의 벽은 정말 크다.) 90일만 체류가 가능하기 때문에 3개월 근무를 하고 본국으로 돌아가 일을 하는 조건으로 방법을 변경했다. 90일 체류의 경우 비자발급이 그나마 수월했다.


그렇게 필리핀에서, 인도네시아에서 그리고 베트남 3개 국가 팀원들이 속속 합류를 해주었다. 6개월 지난 지금은 각각의 나라에서 보인 지표와 가능성 그리고 데이터에 맞게 인턴 기간을 마치고 현지 오피스를 근무를 시작하거나 아니면 한국 오피스에서 근무를 이어 가고 있다. 부가적으로 다른 한국 팀원들과는 의사소통은 영어로 하기 때문에 팀원들의 영어회화도 조금씩은 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문화와 인식의 차이가 있고 환경이 틀리기 때문에 각각의 현지인들과 함께 일을 하며 핏을 맞추는 작업이 그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아는 영어는 그렇다 치더라도 현재 서비스를 시작한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언어는 기초적인 회화도 아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현지인 팀원들의 역할이 중요하고 서비스의 초기 성과는 이 친구들에게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 사용자는 어떻게 모을 거야? (현지 마케팅하기)

서비스 출시 필요한 번역과 사전작업은 그렇다 치더라도 마케팅은 또 다른 문제이다. 회사에 합류한 현지인 팀원들 모두가 신입이거나 경력이 있다고 해도 디지털 마케팅을 깊게 했던 친구들이 아니어서 하나부터 열까지 한국 팀원들과 함께 동거 동락하며 측정이 가능한 페이스북을 위주로 마케팅을 하기 시작했다.


또한 평균적인 업계의 CPI 단가는 있지만 우리와 유사한 서비스는 없고 우리와 같은 서비스의 정확한 현지 CPI 기준이 없기 때문에 현지 마케팅 대행사를 쓰기로 했다. 현지인이 있는 마케팅 대행사와 한국팀에 합류한 팀원들과 동일한 예산으로 마케팅 테스팅을 1~2달간 진행했다. 마케팅 대행사는 전문으로 마케팅만을 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우리보다 CPI 잘 나오기를 기대했고, 현지 담당 팀원들은 해당 마케팅 대행사의 캠페인을 참고하면서 디지털 마케팅을 배우기 시작했다. 3~6개월이 지난 지금은 내부 팀원들이 마케팅 대행사보다 낮은 CPI 달성이라는 성과를 냈다. 내부 인력이 마케팅 예산을 소진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을 할 수 있었고 현재는 테스트가 끝난 국가는 스푼 내부에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5. 두 번째 창업 (오피스 열기)

마케팅 테스팅을 끝내고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팀원들은 현지로 돌아갈 준비를 시작했다. 혼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환경이었고 사무실 계약이나 기타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기 위해 함께 출장을 가기로 했다. 팀원들과 사무실을 열심히 검색하고 현지 추가 인력 채용이나 면접들을 진행해 나갔다.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코워킹 스페이스를 알아봤는데 한국과 비슷하게 좋은 코워킹 스페이스를 현지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 스푼 인도네시아, 스푼 베트남 사무실 모습 >

팀원과 함께 현지에 도착해서 사무실을 계약했다. 현지 코워킹 스페이스를 활용해서 30~40만 원 정도의 비용으로 3~4인 독립공간 사무실을 구할 수 있었다. 한국으로 치면 용산과 같은 곳을 방문해서 필요한 것들을 구매하고 사무실로 나르고 조립하고 일할 준비를 했다. 한국에서 처음 창업을 해서 조그마한 사무실을 얻어 PC를 구매하고 필요한 물품들을 구매했던 5년 전과 같은 일을 머나먼 타국에서 다시 하게 될 줄이야. 함께 식사를 하면서 그 나라의 문화나 특징을 들으며 조금이나마 이해를 할 수 있는 시간들이 가질 수 있었다. 각 나라별로 함께 KPI를 설정하고 KPI를 달성했을 때와 달성하지 못했을 때 벌어지게 될 일들을 이야기하고 공유 했다. 숫자나 자료상으로는 가능성이 있는 나라라고 하지만 우리 서비스를 알리고 성장시키는 것은 해당 국가 팀원들의 몫으로 남겨두고 복귀를 했다.


6. 그다음은?

나라마다 KPI가 틀리지만 트래픽과 매출 2가지로 구분을 해서 지표를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최악의 경우는 해당 사이트의 폐쇄, 최상의 경우에는 매출이 발생하고 현지 팀원들을 추가로 채용하면서 본격적인 현지화를 가하는 것이다.

< 스푼 베트남, 스푼 인도네시아. 현재 각 나라별로 약 5만명의 MAU를 모았다. >

현재 2개 국가에 서비스를 론칭하였고 이제 막 시작단계이지만 한국보다 빠르게 트래픽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인도네시아 경우에서 작지만 매출까지 나와서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이 숫자는 아직 검증된 것이 아니라 단지 가능성을 조금 보았을이라는걸..


이제는 다시 한번 냉정하게 우리에게 주어진 예산과 시간 안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글로벌 글로벌하지만 그 현실의 벽이 얼마나 넘기 힘든 산이지 잘 알지만 어려운 도전인 만큼 성과를 만들어 냈을때 돌아오는 모든 것들은 더 클 것이라 믿는다. 스푼은 현재 인도네시아, 베트남에 이어 가장 크게 비중을 두고 일본 서비스를 준비 중에 있다. 다시 한번 3번째 출시 국가인 일본에서 새로운 고객들을 만나야 한다.


말로만 글로벌 글로벌이 아니라 실제로 행동하며 도전을 이어가고 있고 마지막에는 성과까지 낼 수 있는 그런 스타트업, "글로벌 진출"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스푼 서비스가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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