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마드리드 - Day 13

마드리드 이동 & 시내 구경

by 미르

그라나다를 떠나는 날 아침은 비교적 여유로웠다. 부모님께서는 이 도시의 마지막 정취를 조금이라도 더 느끼고자 두 분이서 아침 산책을 나서셨고, 나는 전날 벌에 쏘인 팔목이 계속 부어오르는 바람에 약을 사기 위해 부모님과 반대 방향에 있는 약국으로 향했다.

가 있어서 부모님께서는 조금이라도 더 그라나다의 정취를 느끼고자 두 분이서 아침 산책을 나서셨다. 그리고 나는 전날 벌에 쏘인 곳이 계속 부어올라서 바르는 약을 구입하기 위해서 부모님이 가신 방향의 반대에 있는 약국으로 향했다.


나는 전혀 몰랐지만, 어머님께서 잠시 뒤를 돌아보셨을 때 호텔 프런트 직원이 내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보셨다고 한다. 어머니는 그 직원의 표정을 보시고선 "그 직원은 아마 아시아에서 부모를 모시고 여기까지 여행을 온 네가 부러운 것 같아 보였다."라고 말씀하셨다.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나는 이 아름다운 그라나다에 살고 있는 그 직원이 부럽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그가 나를 부러워했다니, 결국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는 말이 괜히 생긴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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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나다 공항은 생각보다 매우 작은 편이었고, 규모만 놓고 보면 마치 미국 출장 중에 들렀던 월마트 정도의 크기처럼 느껴졌다. 공항 외벽에 'AEROPUERTO"란 문구가 붙어있지 않았다면 이곳이 공항이란 사실조차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아담했다. 마치


이베리아 항공 체크인 카운터에서 여권을 내밀고서 영어로 이야기하려는 순간에 갑자기 직원이 유창한 한국어로 "수하물은 몇 개 실으실 거예요"라고 물었다. 순간"어...?"하고 내가 당황하자 그 직원은 "두 개? 세 개?"라고 다시 완벽한 한국인 억양으로 되묻는 것이었다.


뒤에 기다리는 손님도 없어서 어떻게 한국어를 유창하게 잘하는지 물어보니, 그녀는 K-POP 팬이라서 주로 음악으로 한국어를 독학했다고 말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유럽 여행 중에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현지 사람을 만나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이제는 이렇게 한국어로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라나다 공항은 규모가 워낙 작아서 게이트 연결 통로가 따로 없어서 활주로 계류장에서 직접 비행기에 탑승해야 했다. 비행기 또한 영화에서나 본 계단식 탑승문이 달린 2x2 배열의 작은 기종이었다.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점은 비즈니스석이나 앞 좌석을 구매해도 우선탑승의 의미가 거의 없었다. 탑승 게이트를 먼저 통과하더라도 결국 모든 승객들이 함께 계류장으로 이동해야 해서, 순서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작은 공항의 단순한 시스템 덕분에 여행 막바지에 색다른 경험을 하나 더 해볼 수 있었다.






마드리드 공항에 도착하자 넓고 밝은 분위기와 함께 활기가 느껴졌고, 여행객들이게 친절한 공항이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Uber 탑승 장소로 안내하는 경로와 안내판이 잘 준비되어 있었고, 탑승 구역인 주차장 한편에는 우버 조끼를 입은 직원들이 여행객들을 안내하고 있었다.


숙소로 이동하는 짧은 시간 동안 우버 기사와 대화를 나누었는데, 놀랍게도 그는 마드리드에 살면서도 레알 마드리드나 아틀레티고 마드리드 팬이 아니라고 했다. 오히려 자신을 바르셀로나 팬이라고 소개해서 꽤 흥미로웠다. 원래 마드리드가 고향이 아니었고 우연한 계기로 이곳에 정착하게 되었다면서 그와 스페인 축구 이야기를 즐겁게 나누다 보니 어느새 숙소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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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의 첫인상은 생각보다 동상이 정말 많아서 신기했다. 하지만 스페인 역사에 대해 잘 모르다 보니 동상 속 인물들이 누구인지 모르기 때문에 '아마 스페인의 옛날 왕들이겠지'하고 지나칠 수밖에 없던 점이 조금 아쉬웠다. 문득 한국을 여행하는 외국인들도 여러 비석들을 보면서 비슷한 감정을 느끼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마드리스 시내를 계속 건너 보니 크고 작은 광장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어서 빽빽한 건물들 사이에서 시야가 시원하게 트이는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탈라이아와 달리 광장에 잡상인들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 마드리드 여행 내내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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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 광장과 마요르 광장을 지나 산 미겔 시장을 구경하면서 계속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마드리드 왕궁에 도착해 있었다. 구글 지도에 '왕궁'이라고 표기되어 있어서 스페인 왕실이 실제 거주하는 곳이라 생각했지만, 정보를 좀 더 찾아보니 경복궁처럼 왕실의 거주지가 아니라 국가 공식 행사에 주로 사용되는 왕궁이라고 한다.


아쉽게도 이미 해가 떨어지고 있던 늦은 시간이라서 왕궁 내부 투어는 못했지만, 알무데나 대성당과 왕궁 사이의 광장에서 석양에 물들어가는 캄포 델 모로 정원을 감상할 수 있었다. 붉은빛이 서서히 내려앉으면서 푸른 정원을 덮어가는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구글 지도를 살펴보니 왕궁에서 15분 정도 걸어가면 데보드 신전에 갈 수 있었다. 이 신전은 과거 이집트 나일강에 아스완 댐이 건설되면서 수몰 위기에 처한 유적지들을 보존하는데 스페인이 참여하자 이집트가 그에 대한 답례로 스페인에게 기증한 것이라고 한다.


유럽 여행을 여행하다 보면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문명들의 유물들이 약탈당해서 유럽에 있는 것과 달리 데보드 신전은 평화적이고 공식적인 루트로 이전된 사례가 오히려 인상적이었다. 다만, 그 보존 프로젝트에 당시 한국이 참여하지 못해서 한국 땅에 이집트 신전이 없는 것(?)은 개인적으로 조금 아쉽게 느껴진다.



어느덧 스페인 여행의 막바지에 이르자 부모님도 점차 사진을 찍으실 때 자연스럽게 포즈를 취하고 미소를 지으셨다. 물론 아버지의 환한 미소를 포착해서 찍는 것은 쉽지 않아서, "눈앞에 손녀가 있다고 생각하시고 이름을 불러보세요"라고 말씀드리자 아버지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그 순간을 사진에 담아두고 지금 여행기를 쓰기 위해 다시 사진을 들여다보니 이번 스페인 여행을 두 분이 얼마나 즐기셨는지가 사진 속 미소에서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사실 마드리드에 도착한 여행 13일 차에는 부모님도 나도 긴 일정에 다소 지치고 체력이 꽤 떨어져 있었다. 그래도 머나먼 유럽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함께 쌓고 있다는 생각에 서로를 위해서 힘든 기색을 감추면서 여행을 마무리하고자 했다.


부모님과 여행을 다니는 것은 쉬운 일은 분명히 아니지만 그 이상의 추억을 남길 수 있어서 좋았다.



솔 광장 (Puerta del Sol)
주소 : Prta del Sol, s/n, Centro, 28013 Madrid, Spain
평점 : ★★
후기 : 해(Sun)란 이름이 붙은 광장치고는 아담하지만, 나름 매력적이다.


마르디르 왕궁 (Palacio Real de Madrid)
주소 : Huesca 28071 Madrid, Spain
평점 : ★★★
후기 : 내부도 꽤 멋있다는데 아쉽게 들어가지 못해서 아쉽다.


데보드 신전 (Temple de Debod)
주소 : C. de Ferraz, 1, Moncloa - Aravaca, 28008 Madrid, Spain
평점 : ★★★★
후기 : 약탈한 문화재가 아니라서 더 멋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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