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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거진 미러 May 17. 2023

Interview 54

인투더미러


Interview 54


<청춘의 조각> 디자인부 이주혜



Q1.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디자인부 이주혜입니다. 미러에 합류한 지도 일 년이 넘었네요.


Q2. 주혜 님은 스스로 어떤 색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본인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색깔과 그 이유를 말씀해주세요.


녹색? 녹색은 정말 이상한 색인 것 같아요. 어떨 땐 얹으면 괴이해 보이지만 또 어떨 땐 차분하게 쓸 수 있고.

일관성 없는 모습이 저랑 닮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그래도 가장 편안한 색이 녹색 아닐까요. 모두에게 숲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Q3. 지금까지 다양한 작업을 해오셨을 텐데, 주혜 님이 가장 뿌듯했던 작업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명목이 있는 근사한 작업물보단 정말 좋아서 만든 작업물이 기억에 오래 남는 것 같아요. 뿌듯하기도 하고요. 지금 떠오르는 건…. 올해 초에 좋아하는 가수의 생일을 기념하려고 3D 툴로 핑크 젤리 케이크를 만들었어요. 그 가수의 상징물인 복숭아 조각까지 얹어서요. 생일 두 시간 전이었나, 그때부터 만들기 시작해 당일 점심에 조금 손 보고 끝낸 거라 지금 보니 좀 아쉽고 엉성하기도 한데 재밌고 뿌듯했던 작업이었어요. 맥락이 있는 건 디자인이고 그렇지 않으면 예술이라고 생각하는데, 후자가 더 즐거운 건 어쩔 수 없나 봐요. 원초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거든요.


Q4. 주혜 님의 삶의 나침반은 지금 어느 방향으로 향하고 있나요? 혹은 어느 방향으로 향하길 바라시나요?


삶의 시작점이 부산이고 도착지가 서울이라면 곧장 직진해서 갈 순 없는 거잖아요. 돌파할 수 없는 산을 만나면 우회하기도 해야 하고, 분기점에서 다른 고속도로로 갈아타기도 해야 하고. 달라진 방향도 결국 목적지로 향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면, 지금도 옳은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Q5. 주혜 님의 영감의 원천이 궁금해요! 작업할 때 주로 어떤 것에서 영감을 받으시나요?


저는 일단 딥 하우스 믹스를 틀어 놓고요…. 예전에 참고하려고 저장해 두었던 레퍼런스를 다시 한번 복기하거나 손이 가는 대로 이것저것 올려 보면서 틀을 잡아요. 작업을 시작하기도 전의 원천부터 생각하자면 일상의 모든 것으로부터 영감을 얻는 편입니다. 작은 것도 괜히 들여다보는 버릇이 있어서요. 예를 들자면, 아직 미완성된 작업이긴 하지만 그 작업에 쓸 요량으로 실리카 겔의 누끼를 하나하나 따 모아둔 폴더가 있어요. SPA 브랜드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옷마다 실리카 겔의 색도 크기도 다 다른 게 너무 재밌어서 모았던 거예요.


Q6. 주혜 님은 친구들과 만날 때 어떤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하시나요? 주혜 님의 취향이 궁금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건 소소한 일상을 나눌 때예요. 자주 만나도 재밌고 할 말이 끊이질 않는 친구를 만날 때 그 친구를 오래 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지금은 멀어져서 자주 못 보지만 여전히 제가 가장 좋아하는 친구가 있거든요. 그 친구와 가장 좋아하는 와인샵에 가서 와인 한 병에 글라스 두 잔을 나눠 마시고 건물 옥상 주차장에 가 야경을 보면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게 근 3년간 가장 자주 해 왔던 짓이자 가장 좋아하는 만남이에요.



Q7. 주혜 님은 그늘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궁금해요! 본인의 그늘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친구와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종종 힘들거나 외로워도 댈 곳이 있다고 생각하면 그 존재만으로도 괜찮을 수 있지 않냐고. 제가 생각하는 그늘은 댈 곳이에요. 친구들도, 가족들도 모두 저의 그늘이에요. 가끔 아무도 생각나지 않을 때는 낮은 조도의 조명과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 놓고 가만히 누워 있어요. 작은 벙커 같은 곳에서 숨 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기도 해요.


Q8. 이번 매거진이 주혜님께 어떤 의미를 준다고 생각하시나요?


여름 호는 유독 살아있음을 그대로 체감시켜 주는 기분이 들어요. 날씨가 풀리면서 만물이 생동해서 그런 걸까요. 혹은 여름에 대한 조각 같은 기대를 품고 살기 때문일까요. 그늘이라고 하면 나무 아래 드리운 그림자의 심상이 떠오르는데요. 그늘에 쉬어가는 사람들처럼 독자들에게 편안한 안식처가 되었으면 해요. 또 좋은 사람들과 함께 좋은 기사를 만들고 싶고, 다른 미러 팀원들도 그러길 바라요.



Q9. 깁‘미러’브, 주혜 님이 사랑받고자 했던 경험을 알려주세요.


어렸을 땐 무조건 한 명의 친구랑만 같이 다녀야 했고, 그게 아니면 큰일 나는 줄 알았어요. 이 친구랑 놀다가도 저 친구랑도 놀 수 있는 것인데도요. 초등학교에서도 내내 그렇게 단짝 친구랑 다니다가 중학교에 가고 나서 깨지는 경험을 했어요. 그래서 그 시기에 가장 친하다고 생각했던 친구에게 그런 식의 노력을 했던 것 같아요. 과도기쯤이 아니었을까요. 그 사실을 받아들이려 부단히 노력했던 어린 제가 떠올라요.


Q10. 마지막 질문이에요. 나에게 미러란? 다섯 글자로 표현하고 간단하게 설명해주세요.


‘청춘의 조각’


훗날 이 시기를 되짚어 볼 때 그때 참 재밌었다 하고 추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좋은 인연들도, 배우는 것도 많아 매 호 새로운 기분입니다. 가능한 한 오래 함께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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