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보관소]
사서 김세은입니다.
'실'은 '연'을 떠올리게 해요. 마치 나와 상대방 사이에 보이지 않는 선으로 서로가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요.
늘어뜨린 '실'은 직선의 형태로 존재합니다. 실의 끝과 끝을 잡는 순간 우리의 인연은 시작되고 우리는 그 실을 놓기도, 때로는 매듭을 짓기도 해요.
소중한 연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아이템을 소개한 글 <緣 : 실이 맺은 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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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일엔 반지를 선물 받았다. 검지에 자리한 반지를 내려다보며 매듭과 같이 맺어진 우리의 연이 시작된 순간을 떠올렸다. 슬며시 가장자리를 매만지며 소원했다. 이 둥근 모양처럼 우리의 소중한 연도 영원히 끝나지 않기를.
緣 : 인연 연
주변 사람들을 하나둘 떠올려보면 어떻게 닿았는지 모를 인연도 있고, 반대로 처음부터 ‘운명’이다 싶은 인연도 있다. 문득 이 모든 인연이 매듭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과 끝이 명확한 실이 단단히 엮여 결코 쉽게 풀어지지 않는 매듭 말이다. 한자 ‘인연(緣)’은 ‘실’을 부수로 한다. 보이지 않는 선으로 서로가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브랜드 [연緣]은 ‘매듭’과 ‘인연’의 의미를 동시에 담고 있다. <연 緣, A Knot in a Life> 프로젝트는 매듭을 통해 만남의 연을 이어간다.
연 : 매듭
선조들은 전통 매듭에 아름다운 의미를 담아 노리개, 허리끈, 선추* 등을 만들어 몸에 지니곤 했다. 이처럼 연 프로젝트는 한국 전통 매듭으로 일상의 작은 소품을 만들고자 한다. 우리의 일상 가까이에서 더 자주 전통 매듭을 만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매듭을 이용하여 부채의 고리나 자루에 다는 장식품.
연 : 만남
또한 연 프로젝트는 만남이 문화적 교류로 이어지는 것을 목표로 한다. 클래스를 통해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국 전통 매듭을 알아가는 시간을 가진다. 수강생들은 매듭과 오방색에 담긴 뜻을 배우고 우리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마음 팔찌/반지
당초매듭은 식물의 줄기, 잎, 열매들이 서로 어우러진 덩굴 무늬를 형상화한 모양이다. 하트 모양을 닮은 이 매듭은 조화로움을 뜻한다. 인연이 아름답게 지속되길 바란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서로 팔찌/반지
옭매듭은 일상에서 흔히 사용되는 매듭이다. 처음 실을 바늘에 꿰고 풀어지지 않도록 묶을 때와, 바느질 후 마감할 때 묶는 것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누구나 어렵지 않게 맺고 풀 수 있지만 시작과 끝이 되는 중요한 매듭이다. 이 옭매듭처럼 좋은 인연과의 만남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모스부호 이니셜 팔찌
모스부호를 전통 매듭으로 재해석한 [연緣]의 시그니처 아이템이다. 모스부호에서 점(•)은 구슬로, 선(━)은 긴 매듭으로 만들어진다. 우리만의 소중한 의미가 담긴 글자를 새길 수 있다.
[연緣]에는 한국 전통 오방색을 모티브로 한 18가지 색상이 있다. 색이 지닌 각기 다른 의미를 떠올리며 소중한 인연에게 어울리는 색을 골라보자.
청색은 만물을 꽃피우는 봄의 색으로 나무(木)를 의미한다. 생명을 피우는 해가 떠오르는 동쪽을 뜻한다.
백색은 결백과 진실, 삶, 순결을 의미하며 쇠(金)를 상징한다. 쇠의 서늘한 기운이 강한 서쪽을 뜻한다.
흑색은 인간의 지혜를 관장하는 색으로 어느 곳이든 스며드는 물(水)을 나타낸다. 물줄기가 시작되는 북쪽을 뜻한다.
황색은 가장 고귀한 색으로 만물의 생장에 필수적인 대지(土)를 의미한다. 어느 한 방향이 아닌 우주의 중심을 뜻한다.
적색은 생성과 창조, 정열과 애정을 의미한다. 불(火)의 기운을 가진 따스한 남쪽을 뜻한다.
돌이켜보면 좋은 인연들은 항상 많았다. 좋았는데 몰랐거나, 알았는데 표현하지 못했을 뿐. 오랜 시간 만나지못하는 상황에서도 꾸준히 이어지는 연은 분명 있었다. 올해가 가기 전에 용기 내어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기로 했다. 소중한 연이 계속되길 바라며 당초매듭으로 엮인 반지를 골랐다. 머릿속으로 그 사람을 그리며 어울리는 색을 골똘히 생각했다. 버석한 모래 같은 나를 적셔주는 파도를 닮았으니 회색이 좋을까, 항상 내게 활력을 불어넣어 주니 파란색이 좋을까. 고민하다 결국 붉은색을 골랐다. 따스한 매력을 지닌 사람이니 분명 잘 어울릴 것이다.
연필을 들고 서툰 진심을 적어 내려갔다. 그간 전하지 못했던 마음들이 두서없이 흘러나왔다. 작은 엽서에 온 마음을 담기가 어려워 넌 태양을 닮았다는 한마디를 꾹꾹 눌러썼다. 고맙다는 말을 대신할 수 있는 표현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고마움을 전할 연이 있다는 건 또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이 마음이 오롯이 당신의 인연에게도 닿길 바라며, 지금 그 진심을 전해보는 건 어떨까.
Vol.18 <緣 : 실을 맺은 자리> 中
Editor 조아현
Photographer 김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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