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보관소]
사서 최현민입니다.
여러분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어떤 이유로 하루를 보내시나요?
저는 가을 하늘을 보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곤 합니다. 그 이유를 알게 되면 인생이 조금은 쉬워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요. 어쩌면 해답은 가까이에서 찾을 수도 있어요. 우리는 모두 살아가면서 다양한 만남을 지나오니까요. 지나온 사람은 사랑하고, 남은 만남은 더 감사히 여깁시다. 사랑의 영역을 민들레 씨앗처럼 넓혀가는 사랑스러운 질주 이야기, <내 사랑 당신에게 드려요, 장들레>에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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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송라이터 장들레와 그의 가사를 읊조리며 이야기 나눴다.
매사에 감사하며 사랑의 영역을 넓혀 나가는 일에 대하여.
꾸밈없는 목소리. 덤덤하게 내뱉는 마음. 사랑의 면면을 들여다보는 솔직한 가사. 장들레의 음악을 듣다 보면 자꾸만 이 사람이 궁금해졌다. 사랑으로 똘똘 뭉친 사람 같아서. 내게 없는 따스한 마음을 지닌 듯해서. 그래서 어리광 부리듯 마구 물었다. 사랑을 포기하고 싶을 땐 어떻게 하나요. 좋아하기 위한 힘과 용기는 어디서 나오나요. 자칫 곤혹스러울 수 있는 질문에도 그는 다정함으로 무장한 채 말을 건넸다. 끊임없이 노래하고 사랑을 퍼뜨리려는 마음을 보여주며.
미러 24호의 주제는 질주예요. 늘 사랑을 향해 달려가는 장들레의 이야기가 궁금했습니다. 싱글
‘무심하게’를 낸 뒤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
같은 소속사인 싱어송라이터 썬더릴리와 콜라보레이션 앨범을 준비하고 있어요. 매일 합숙하듯 연인처럼 지내고 있답니다.(웃음)
유튜브를 통해 영상으로도 소식을 보여주고 있죠. 일상을 공유하는 일은 어때요?
처음에는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어요. 저를 드러내는 일에 부담이 있었거든요. 쉴 땐 동굴에 들어가듯 혼자 조용히 있는 걸 좋아해서요. 하지만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하잖아요? 순간순간 재미있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연기에도 관심이 생겼다고요.
친구들과 레슨을 받은 적이 있어요. 음악 외의 새로운 에너지가 필요했거든요. 너무 재밌더라고요? 연기자들의 삶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어요. 여러 사람의 인생을 대신 살아볼 수 있다는 게 부럽다는 생각도 했고요.
수많은 삶을 아우른다는 점에서 음악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해요. 음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어요?
가족을 만나듯 운명처럼 만났죠. 어렸을 때부터 음악에 관심이 많았고요. 그저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일이 좋았어요. 솔직히 음악 말고는 아무것도 못했고요.(웃음)
민들레를 생각하며 장들레라는 활동명을 지었다고 보았어요. 수많은 꽃 중 왜 민들레였어요?
민들레는 메마른 바닥이나 콘크리트 틈에서도 피어나잖아요. 작고 여리지만 누구보다 강인하게요. 저도 그렇게 살고 싶었어요. 스스로 부족하다 느낄 때도 많지만 결국 강한 마음을 가지고 싶어요. 그 단단함을 가지고 사람들과 함께 살아내고 싶고, 또 살아야 하고요.
혹시 민들레의 꽃말이 뭔지 알아요?
알았는데 기억이 안 나요. 뭐였죠?
‘감사하는 마음’, ‘내 사랑 그대에게 드려요’ 이렇게 두 개더라고요. 참 잘 어울려요.
아, 그랬구나. ‘감사하는 마음’이 너무 좋은데요?
요새는 무엇에 감사하려고 해요?
건강한 몸과 마음? 최근에 많이 아팠어요. 폐렴, 역류성 식도염, 허리 디스크로 고생도 했고 마음까지 안 좋아서 한 달 내내 방에만 있기도 했어요. 내가 누리는 건강과 일 상이 평범한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죠. 스스로를 잘 챙겨 야 오래 노래하며 지낼 수 있음을 느꼈고요.
솔직한 노랫말에 깊게 공감하는 분들도 많아요. 어떻게 가사를 쓰는 편이에요?
직접 경험했던 일들로 일기를 쓰듯 풀어내요. 하지만 제 안에만 갇혀 있고 싶지 않아서 듣는 이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다시 살피기도 하고요. 물론 그것만 의도하는 건 아 니지만요. 제 이야기를 듣고 이해해 주시는 분이 있다는 게 신기하고 감사할 따름이에요.
내 이야기를 가사로 전하는 일은 어때요?
처음에는 부끄럽기도 했어요. 만천하에 일기장을 공개하는 느낌이니까요.(웃음) 그런데 미처 말로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음악으로 꺼낼 수 있고, 도리어 위로를 전해주는 분들도 계세요. 그럴 때면 이건 나 혼자 부르는 게 아니라 다 함께 부르는 노래임을 느껴요. 계속 음악을 하고 싶어지는 이유가 되고요.
많은 사람이 장들레의 가사에 공감하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해요?
우리는 서로 다른 개인이지만, 인간으로서 필연적으로 교차하는 지점이 있잖아요. 가사에 담긴 이야기가 듣는 사람의 경험과 맞닿을 때 더 가까이 가닿을 수 있는 것 같아 요. 외로워서 쓴 노래는 외롭다고 느끼는 분들이 잘 들어 주세요. 인간관계로 고통스러울 때 쓴 노래는 그런 상황에 계신 분들이 공감해 주시고요. 아직 경험하지 못한 것이 너무나도 많지만, 다양한 시선을 가지려 노력하며 곡을 쓰고 싶어요.
앞으로는 어떤 가사를 쓰고 싶어요?
요새 환경에 관심이 커졌어요. 기후 위기와 관련해서 사람들이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사회적인 함의를 가진 가사도 써보고 싶어요.
기대하고 있을게요. 장들레의 가사 속 구절을 몇 개 가져왔어요. 함께 읽으며 이야기 나누면 좋을 것 같아서요. 먼저 '가족들에게'예요.
엄마 아버지 내가 빨리빨리 성공해서 집도 사주고 차도 사주고 하고 싶은데. 오빠 샛별아 나만 집 떠나서 미안해. 꿈을 이룬단 핑계로 도망가서 미안해. (…) 내가 해야 하는 게 뭘까. 사랑하는 일보다 중요한 건 없으니까. 이제야 알겠어. 이제야 알겠어. 안녕 가족들. 내가 많이 많이 사랑해요. '가족들에게' 中
가족을 향한 양가적인 감정이 잘 드러난 곡이라 느꼈어요. 사랑하지만 가끔은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요.
이 곡을 쓸 때 저희 가족이 많이 힘들었어요. 저도 가사처럼 어서 성공해서 집도 차도 사주고 싶은데, 당장의 현실이 버거워서 도망쳐 버렸거든요. 집을 떠나 서울로 와버렸어요. 너무도 미안하지만 그럼에도 사랑하는 마음을 함께 담아 가사를 썼죠.
음악과 영상에도 가족들이 많이 등장하는 편이에요. 이유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가족에게 받는 사랑과 에너지가 정말 커요. 물론 사이가 안 좋을 때도 많았어요. 아무리 가족이더라도 완벽히 사랑할 순 없잖아요. 상대의 어떤 면도 미워하지 않는 건 불가능하니까요. 그래도 요즘엔 서로 감사하고 아껴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아요. 제 사랑의 원천이 가족이라서 자꾸만 이야기하게 되는 거죠.
어떤 모습이라도 널 사랑할 수 있다 난 자신했었고 오만 했었지. 유난히 아름다웠던 中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건 참 어려운 일 같아요. 받는 것도 내면의 준비가 되어있을 때 가능한 것 같고요. 그 균형을 맞추는 일에 실패할 때도 많으니까요. 사랑을 줄 때의 충만감과 받을 때의 안정감 중 어떤 것을 선호하는 편이에요?
원래 주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는 사람이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돌이켜보니 그냥 제 바람이 아니었나 싶어요. '나는 사랑을 줄 때 더 행복해! 잘 베풀 줄 아는 멋진 사람이야!'라고 생각한 거죠. 사실 받는 것도 좋아하면서요. 다시 천천히 돌아보니 받은 것밖에 보이지 않더라고요. 늘 과분한 사랑을 받으며 살았던 것 같아요.
온전히 사랑을 주었기에 할 수 있는 말 같기도 해요. 그럼 사랑을 위해서 무엇을 하려고 하고, 또 무엇을 하지 않으려고 해요?
사랑하는 사람이 싫어하는 것이 있다면 그걸 찾아서 무조건 피하려고 해요.
상대방을 세심히 들여다보아야 하겠네요.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알기 위해서요.
맞아요. 더 면밀히 살피려 해요. 상대방도 내게 집중해 그걸 고려해 행동해주기를 바라고요.
부질없는 사랑아 왜 이렇게 허락됐나 왜 나를 울리려나. '무심하게' 中
'부질없는 사랑'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사랑을 저버리고 싶을 때는 없어요?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아요. 힘든 걸 참기만 해서 병이 나 기도 하고요. 그런데 무작정 버티는 게 좋지 않다는 걸 깨달았어요. 잘 미워하는 방법도 알아야 해요.
잘 미워하며 사랑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요?
나와 타인을 그 자체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직면하고 상대방의 마음도 존중할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누군가를 미워하는 이유를 알게 되면 그땐 대화를 할 수 있잖아요. 결국 이 모든 건 타인과 관계를 맺고 사랑하기 위해 힘쓰는 과정이 이니까요. 또 자신을 아끼는 마음이 생기면 더 많은 사랑을 위한 힘이 생겨요. 나를 사랑해야 남을 사랑할 수 있 다는 말처럼요.
꼭 다짐해 난 노래할 거야. 아이처럼 늘 꿈꾸며 많이 넘어질 거야. 더 걸어갈 거야. 꼭 약속해. 난 놓지 않을 거야. '우리들의 가능성'中
넘어지면서도 놓지 않고 끝까지 노래하고 싶은 이유는 무엇이에요?
그냥 음악이 제일 재밌어요. 만드는 과정에서 뿌듯함을 느 끼고요. 무언가를 창작하기 위해선 정직한 성실함이 필요한 것 같아요. 대충하지 않아야 하는 거죠. 멈추지 않고 음악을 꾸준히 만드는 것, 거기서 보람을 느껴요. 물론 게으를 때도 많지만요.(웃음) 또 주위 사람들 덕분도 커요. 혼자서는 음악 절대 못 했을 것 같아요. 동료들에게 힘을 많이 얻어요.
그렇게 오래 걸어 나간 뒤, 먼 훗날의 장들레를 떠올려 보면 어떤 모습이길 바라나요?
흰머리에 늘어난 반팔티를 입고, 아무것도 욕심내지 않으며 노래 하나로 만족하는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그때는 더 다양한 음악을 하고 있지 않을까요? 제가 만드는 음악의 범위도 가두지 않고 열어두고 싶어요.
누구도 먼저 돌아서지 않고 누구도 먼저 멈추지 않아요. 만일 각자의 길이 있다고 해도 끝까지 힘을 다해 사랑해요. '끝까지' 中
결국 장들레가 음악과 사랑을 대하는 태도가 아닐까 짐작했어요.
맞아요. 연인, 친구, 가족 등 제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관한 말이기도 해요. 음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고요. 결과가 어떻든 최선을 다하고 매 순간을 사랑해야겠다는 마음입니다.
무언가에 최선을 다하려면 무수한 힘과 용기가 필요하잖아요. 그 동력은 어디서 얻는 편이에요?
결국 받은 사랑에서 다시 힘을 얻는 것 같아요. 작고 커다란 사랑들을 받아왔어요. 그걸로 버티며 살아왔고요.
엄마, 사랑은 뭘까요. 내게 가르쳐 주세요. 너무 어렵고 알 수 없는 일 같아요. 엄마, 진심은 뭘까요. 내게 가르 쳐 주세요. 눈빛만 봐도 느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 데. 정말 모르겠어요. 아직 모르겠어요. 따듯한 마음이 따듯한 사람이 되고 싶었거든요. 도망가고 싶어요. 행복하고 싶어요. 어떻게 살아야 무엇을 꿈꿔야 하는지 난 몰라요. ’모르겠어요'中
가끔은 삶 자체가 알 수 없는 순간들의 연속이라 느껴요. 이 안에서 행복하길 원하지만 도망가고 싶기도 하고요.
최근에 크게 외로웠던 적이 있었어요. 넓은 지구에 저 혼자만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아무에게도 표현을 못 하겠는 거예요. '나 힘들어요. 인생? 뭔지 모르겠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이런 말을 입 밖 으로 꺼내지도 못했는데요. 멀리 떨어져서 보면 표현하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요. 거기서 다시 살아낼 힘을 얻고 회복하고요. 들어주고 같이 아파해주고 울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다시 사랑하고 싶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얻은 것을 음악으로 나누 고 싶고요.
그 음악이 듣는 사람에게 어떻게 다가가길 바라나요?
온기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누구든 언제든 제 음악에 찾아올 수 있도록요. 결국 모든 외로운 사람들이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노래를 만들고 싶어요.
받은 사랑에서 새로운 힘을 찾는다는 그의 말을 곱씹어 보았다. '그럼 이 사람은 전생에 공덕을 쌓아 인복이 타고난 건가?' 잠깐 생각했지만, 그럴 리가 없었다. 결국 내가 장들레에게서 발견한 사랑의 원천은 '감사하는 마음'이다. 풀숲에서 네잎클로버를 찾듯 사소한 일 속에서도 정성스레 사랑을 찾는 마음. 크고 작은 다정함을 수집하기 위해 마음을 열어두는 일. 그것들을 모아 사랑을 더 널리 전하는 것. 나를 직면하고 너를 마주하며 더 넓은 세상을 그려 나가는 태도. 결국 끝이 어떻든 지금 여기에서 최선을 다해 사랑할 수 있게 되는 것. 장들레는 받은 사랑을 원동력 삼아 음악을 만들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 커다란 사랑을 전한다. 마치 민들레 씨가 바람을 타고 씨앗을 퍼뜨리는 것처럼 말이다.
Editor 임수아
Photographer 배범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