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5 <식욕에 대하여>

by 매거진 미러

[기록보관소]


사서 강소은입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친구들과 만나기도 하고, 취미생활을 즐기기도 하고, 잠을 자기도 합니다. 그 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은 매운 것을 먹으며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는데요. 여러분은 매운 맛이 미각이 아닌 통각이라는 사실알고 계신가요? 스트레스라는 고통 중에 또 다른 고통을 찾는다는 것이 모순적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매운 음식을 찾게 될까요? 매운 맛 안에 숨겨진 비밀을 알려주는 5호의 기사를 소개합니다.

_

2.jpg

식욕에 대하여


식욕은 마치 몸에 깔린 한 겹의 파도와 같다. ‘무언가를 먹고 싶다’는 물결이 일면 우리는 자다가도 일어나 냉장고를 뒤지고, 주저 없이 편의점으로 향한다. 식욕은 우리를 움직이게 만드는 욕망이다. 무엇이든 먹어야만 하는 허기와는 또 다른하나의 음식에 대한 열망. 끈질긴 집념이자 소망. 그것을 우리는 식욕이라 부른다. 미디어는 정형화 된 식욕을 생산하고, 이를 포르노화 하기에 이르렀다. 비 오는 날에는 파전에 막걸리, 치킨에는 맥주처럼. 덕분에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쉽게식욕을 느낄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그 음식’이 아니면 충족될 수 없는 욕망은 불쑥 찾아온다. 시인 이상李想 은 폐병으로 죽어가던 와중에도 ‘멜론이 먹고 싶다’고 하지 않았다던가. 식욕은 우리에게 가장 본능적인 욕망이다.

3.jpg

음식을 몸이 꽉 차도록 욱여넣는 것은 결코 좋은 경험 이 아니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똑같은 실 수를 반복한다. 특히나 다이어트를 할 때, 인간의 평정 심을 너무나도 쉽게 허물어지지 않던가. 예컨대 일주일 동안 닭가슴살, 브로콜리, 삶은 달걀 같은 것만 먹다 보 면, 어느 순간에는 치킨 한 마리 끝장내는 건 일도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결국 이성을 잃은 채로 전단지를 빼 든 그 순간, 우리는 어느 누구보다도 욕심의 절정에 서 있다. 배가 차면 찾아올 자괴감과 불쾌함은 고려대상이 아니다. 우리는 그저 한 입 째에 찾아오는 희열, 입 안에 무지개가 뜨는 그 찰나만을 기다릴 뿐이다.

5.jpg

쌓인 과제들과 바짝 다가온 시험, 조별과제가 끊임없이 이어질 때, 우리가 설탕에 손을 뻗는 이유는 그것이 일 종의 일탈이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일상의 스트레스에 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작은 반항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 리는 찬장에 숨겨둔사탕을 훔쳐 먹는, 하루 용돈을 모 조리 불량식품 사는 데 써버리는 어린아이가 되기를 자 처한다. 입 안의 달콤함은 가슴깊숙한 곳의 죄책감과 함께 퍼져나간다. 단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쌓인 일들을 모두 던져버리고 훌쩍 떠나버리지 못하는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미미한 저항이자, 인내의 벽을 허물면서 느끼는 쾌감에의 추구이다.

4.jpg

‘맵다’는 것은 미각이 아닌 통각이다. 매운 음식에 면역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캡사이신을 들이부은 떡볶이나 불닭 볶음면따위를 ‘음식’으로 여기는 우리가 마조히즘적 성향을 지닌 변태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한 입 할 때마다 고통에 혀를 빼물면서 매운 음식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은 그들은 모르는 쾌감을 우리가 하나 더 알고 있기 때문이 다. 한 스푼의 ‘매움’은 딱그 만큼의 괴로움을 씻어내 준다는 사실을. 어쩌면 우리는 일종의 ‘돌려막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고통을 혀로 전이함으로써 하루 동안 얻은 슬픔을 마비시키고, 더 나아가 망각하고자 하는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스스로를 고문하는 것이다. 땀구멍을 타고 모든 스트레스가 증발해버리기를 바라면서.


Vol.5 <식욕에 대하여> 中

Editor 김윤희

Photographer 박미소

keyword
작가의 이전글Vol.13 <날술백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