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보관소]
사서 조효진입니다.
많거나 중간 정도를 뜻하는 말, 우리가 일상 속에서 많이 말하는 말 ‘보통’.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 보는 ‘보통’ 이란 말에 스스로가 속하지 못하는 것 같은 불안감이나 소외감, 혹은 외로움을 겪어본 적 있으신가요? 우리는 보통의 사람으로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 걸까요?
보통의 연애, 보통의 사랑, 보통의 인생… 그 속에 담긴 의미가 유독 무겁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보통’, 이 흔한 한마디가 남기는 불편함에 대해 다룬 6호의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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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이라는 기준의 불편함
‘보통’, 이 흔한 한마디가 남기는 묘한 불편함에 관한 대화
우리는 일상에서 ‘보통’이라는 기준을 빈번히 사용합니다. 흔하게 많거나 중간 정도를 뜻하는 말로, 기준 잡기에 편리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따금 우리는 “보통 그 나이에는...”, “보통 여자들은...”처럼 보통이라는 기준에 의한 말에 불편한 마음 을 느끼기도 합니다. 어쩌면 당신도 이런 묘한 불편함을 느껴본 적이 있지 않나요?
처음 인터뷰 주제를 봤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A “재밌겠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최근까지 쭉 들었던 말이 ‘보통 여자애들이랑은 다르다’ 였어요. 어렸을 때부터 활동적인 아이였고 지금도 축구같은 운동을 즐겨하거든요. 함께 인터뷰하는 사람들도 저처럼 주변에서 보통과 다르다는 말을 들어본 사람들일 테니까 만나서 이야기 나누면 재밌을 것 같았어요.
B “내 얘긴가?”, 저는 저희 과 다른 친구들보다 나이가 조금 많은데, 그게 되게 특이하거나 보통이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근데 나 스스로는 이렇게 아무렇지 않은데, 주변에서는 “아직도 학교 다녀?”, “그 나이면 친구들은 보통 다 졸업하지 않았어?”라고 말하는 거예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를 왜 자꾸만 보통이 아닌 범주에 밀어 넣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어요.
C “흥미로웠어요.”, 저는 옷차림이나 화장이 특이하다는 소리를 항상 들어왔어요. “화장 되게 특이하다.” 같이, 욕은 아니지만 제가 신기한 사람이라는 듯한 말과 시선. 늘 겪는 상황인데 그 주제로 인터뷰를 한다니까 되게 흥미로웠죠.
그럼 여러분은 ‘보통이라는 기준에 대한 불편함’에 대해 평소에 생각해본 적이 있으신가요?
B 불편함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보통’이라는 게 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있어요. 진짜 평범한 다수의 학생이 고민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잖아요. 보통 이때 졸업하고, 이때쯤엔 결혼하고. 이런 얘기를 할 때, ‘대체 보통이 뭔데?’라는 생각을 해봤어요. 우리는 지금 ‘보통’을 옛날부터 해오던 것, 원래 그랬던 것이라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건 보통이 아니라 전통이고, 옛날 일일 뿐인데 말이죠.
C 딱 한번 생각해 본 적이 있는데, 제가 친한 친구의 남자친구가 군대에 갔을 때 아무 생각없이 “보통 군대 가면 헤어지지 않아? 헤어져”라는 식으로 말을 한 적 이 있어요. 하나의 언어폭력이었죠. 그때 한번 생각 해봤어요. ‘보통이란 게 뭐고, 내가 뭔데 이걸 조언이랍시고 했지?’
여러분처럼 누구나 한 번쯤은 ‘보통’이라는 것에 대해 고민해 보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보통이라는 기준에 대해 불편함을 느껴본 적 있었나요?
A 저 아주 방금 전 일 말해도 돼요? 인터뷰 시작하면서 스포츠계열학과인 걸 밝혔을 때, “체대면 운동 잘하겠네요?”라는 말이요. ‘보통 체대면 운동을 많이 하니까 잘하겠구나’라는 생각으로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근데 저희 학과는 운동하는 학과가 아니라 운동선수를 케어해주는 학과에요. 기분이 불쾌한 질문은 아니지만, 너무 자주 들어서 그만 듣고 싶은 말이긴 해요.
B 제가 머리를 길게 기르고 나서 겪었던 일인데, 전에 식당 주방에서 일한 적이 있어요.
그때 점장님이 처음 절 보자마자 “저따위로 머리가 길어서 어떻게 일을 해?”라고 하더라고요. 너무 당황했지만 ‘아 음식에 머리카락이 들어갈 수도 있으니까.’라고 생각하고 넘겼죠. 근데 그 뒤로 드는 생각이, “그 식당 안에서 머리가 긴 사람이 나뿐인가? 주방 이모, 여자 알바생들이 이렇게나 많은데.”였어요. 아, 게다가 저 그때 심지어 머리 긴 여자 알바생들이 하는 것처럼 리본 달린 머리 망에 모자까지 쓰고 있었거든요.
C 얼마 전에 옷차림 문제로 부모님이랑 되게 크게 싸웠어요. 옷차림이 그게 뭐냐고, 일반 여대생 같지 않는 이유로요. 엄마가 제 옷을 들이밀면서 지금 다시 엄마, 아빠 앞에서 입고 나와 보라고 하시는 거예요. 순간 수치스러운 마음이 들더라고요. 밖에선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데.. 남들이랑 비교당하며 크게 혼나던 와중이어서 그런지, 참 그렇더라고요.
어느덧 마지막 질문이네요. 보통이라는 기준으로 무언가를 판단하는 것,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편리하긴 하죠. 선택할 때 하나의 기준점이 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보통이라는 단어로 생기는 문제들을 무시할 순 없다고 봐요. 저는 그 문제들의 원인 중 하나가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보통’과 저희 세대가 생각하는 ‘보통’에 다른 부분이 있어서라고 생각해요. 제 경우에도 친구들은 별말 없지만, 주변 어른분들이 한 마디씩 하시거든요. 여자애가 유별나다고.
B 어쩔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바꿀 수는 없죠.‘ 보통’이라는 단어 자체가 나쁜 뜻도 아니니까요. 하지만 그 보통이라는 기준을 사용하는 사람의 의도나 시각이 중요한 것 같아요. 보통이 아니라고 해서 부정적인 건 절대 아니잖아요. 보통이 아닌 걸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 부정적으로 만들어버리는 의도가 문제인 거죠.
C 음 저는 사실 잘 모르겠어요. 저는 자기 기준에서 남을 판단하는 것 자체를 정말 싫어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보통의 잣대로 판단되기가 싫은데, 어느 순간 저도 그 기준을 사용하고 있더라고요. 참 모순 같지만 말이에요.
Vol.6 <보통이라는 기준의 불편함> 中
Editor 명지원
Illustrator 수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