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7 <심야식당>

[기록보관소]

by 매거진 미러

사서 박소연입니다.


저녁 시간이 훌쩍 넘어 일이 끝나고 나면 몸도 마음도 허기질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땐 바로 집에 들어가기보단 허기짐을 달래줄 음식을 찾아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은 기분이 들곤 합니다.

좋아하는 음식, 그리고 시원한 음료와 함께 기분 좋게 오늘을 마무리해보는 건 어떨까요? 모두가 퇴근할 때 문을 열기 시작해 늦은 밤까지 잠들지 못한 이들을 위로하는 식당들에 관해 이야기한 7호의 기사 <심야식당>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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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달'이 뜨고 나서야 앞치마를 두르기 시작했다.


길어진 하루. 달의 그림자가 제법 짙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도시는 잠들지 않는다.

그리고 여기, 잠들지 않는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때늦은 귀가를 위로해주는 따뜻한 가게가 있다.

이 작고 담백한 가게가 당신의 지친 하루를 위로해줄 수 있기를 바라며.


<밤 키친>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 18 | 화~금 19:00-04:00


4인 테이블 두 개, 바 좌석 4개가 전부인 아주 작은 식당이지만, 이 공간에서의 따뜻한 밥 한 끼는 우리의 지친 퇴근길을 위로해주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호주와 멕시코에서 유학 생활을 보냈던 양호성 셰프가 혼자 운영하는 밤 키친은 매일 손수 장을 봐 온 신선한 재료로 만든 슬로푸드를 지향하고 있다. 게다가 방문 전 예약만 해둔다면 메뉴판에 없는 음식도 만들어주는 이토록 로맨틱한 심야식당이라니. 누가 9시 이후로는 크림 파스타와 리소토 주문이 어렵다고 말했는가?

천천히, 뜨겁게, 그리고 정성스럽게 차려진 음식들로 당신은 어쩌면 누군가의 점심보다 훨씬 근사한 늦은 한 끼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 갈비찜 단호박 리소토 (20,000원)

예쁜 개나리 색이 인상적인 크림 리소토. 같이 취재 나간 촬영팀이 극찬을 한 메뉴이기도 하다. 풍미가 깊으나 전혀 자극적이지 않은 꾸덕꾸덕한 치즈 소스에 고소하고 달콤한 단호박 무스가 어우러져 환상적인 맛을 내는 리소토 한 입과 살결이 야들야들하고 부드러워 입에 넣으면 이내 사라져버리고 마는 짭짤한 갈비찜 한 조각의 만남이라니. 단짠단짠학과라도 전공하셨는지.


| 고추장 크림 완자 파스타 (15,000원)

매콤 달콤한 고추장과 부드럽고 고소한 크림소스가 이루는 완벽한 이중주 하모니.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살짝 자극적이게 느껴질 수도 있는 파스타 소스는 고기와 두부를 다져 만들어 씹는 식감이 아주 매력적인 담백한 수제 완자를 만나 비로소 완벽해진다. 동글동글한 수제 완자는 홈 파티 음식 준비로 분주한 크리스마스이브 날 가정집 부엌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갈비찜 단호박 리소토와 함께 곁들이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이다.


<킨빠>

서울 마포구 독막로 82 | 월~토 18:00-05:00, 일 휴무


‘심야식당’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일본 도심 귀퉁이에 자리한 작은 밥집의 이미지를 그대로 재현해 놓은 공간.

조리하는 곳이 바로 보이는 바 형식의 좌석 10개 남짓이 전부인 아담한 규모의 식당이다. 가게 셔터가 올라가고 밥 짓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날 때쯤이면, 가게 안은 어느새 지친 가장이 퇴근길에 남기고 간 하루의 무게와 사회 초년생 딸이 남기고 간 설레는 마음으로 가득 채워진다. 평범하지만 절대 평범하지만은 않은 하루를 보듬어주는 따뜻한 음식들로 우리에게 잔잔한 위로의 말을 건네는 심야식당 킨빠. 그 이름 ‘킨빠’를 번역하면 ‘금빛 물결’이라는 뜻이다. 회색 먹구름으로 가득했던 도시민의 하루가 금빛 물결로 가득 채워지는 그 날이 오기를 바라며.


| 숯불 야끼니꾸 불고기 + 미니 차돌 된장 정식 (13,000원)

심야식당 킨빠의 시그니처 메뉴. 1인 메뉴로서, 진짜 숯불에 구운 야끼니꾸 한 접시와 차돌박이가 가득 들어가 있는 한국식 된장찌개가 같이 나온다. 푸짐한 메인 메뉴와 더불어 싱싱한 겉절이와 곁들임 반찬까지 제공되는 가성비 만점의 훌륭한 정식. 게다가 밥은 무한 리필이라고! 끼니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채 바쁜 업무에 쫓겼던 고된 하루를 위로해주기 위해 태어난 메뉴임이 분명하다.


| 모둠 꼬치 어묵 + 생크림 고구마튀김 (9,000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느라 만신창이가 된 하루지만, 그래도 꿋꿋이 잘 버텨준 나 자신에게 위로를 건네고 싶은 날. 킨빠의 모둠 꼬치 어묵과 생크림 고구마튀김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고구마튀김과 함께 나오는 ‘수제 생크림’의 신선한 맛이 일품! 뜨끈한 어묵 국물과 달콤하고 바삭바삭한 튀김 한 입으로 장식하는 퇴근길의 맥주 한 잔은 우리에게 내일 하루도 열심히 살아갈 힘을 불어넣어 준다.


Vol.7 <심야식당> 中

Editor 이주영

Photographer 김재원, 신형록, 이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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