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8 <여유 공간>

[기록보관소]

by 매거진 미러

사서 도승현입니다.

미래를 생각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조급해지곤 합니다. 그러다 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날 압박하기도 하고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지 못하기도 하죠. 이러한 상황에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여유를 가지고 마음을 다듬어보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것을 스스로 행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고 느낍니다. 이럴 때 일상에서 벗어나 나에게 잠깐의 휴식을 줄 수 있는 곳에 다녀오면 기분이 전환되고 마음이 여유로워 지는 것 같습니다. 마음의 여유를 갖지 못한 사람들이 느긋하게 음식을 즐기고 온전히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여유 시간을 가질 수 있길 바라며 8호의 기사 <여유 공간>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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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근한 공간에서

그저 흘러가는 시간에 몸을 맡기고 싶다.

나를 둘러싼 세계가 바쁘든 말든 간에.


한남동 구석에 위치한 작은 카페 AUN에서의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구석구석마다 포근하고 여유로운 분위기가 떠다닌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잠깐의 여유를 찾는 이들에게 AUN의 공간은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바쁜 일은 잠시 잊고 온전히 ‘지금’에만 집중할 수 있다. 아직 바람이 차지만 볕이 쨍한날, 이 매력적인 공간을 운영하고 있는 민아(A), 운정(UN)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이번 호 주제가 느림이다. 요즘 같이 바쁜 세상에서 ‘느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_ 저희가 생각하는 느림은 여유로움에 가까워요. 한남동에서는 카페에서조차 여유를 찾기 힘들거든요. 다들 투어 하듯이 인스타용 사진만 찍고 나가는 경우도 많고, 웨이팅이 길어 여유롭게 커피를 즐기기는 힘들죠. 반면에 우리 카페에서는 손님들이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는 편입니다.


방금 말해 주었듯이 에디터 본인 또한 이 곳에 올 때마다 오랫동안 있고 싶어지는데, 그 매력포인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_ 손님들이 여유나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점은 첫 번째로 인테리어적 요소를 꼽을 수 있겠네요. 반지하라 천장이 낮고, 공간도 크지 않거든요. 그리고 녹색의 포인트가 포근함을 주는 것 같아요. 메뉴에서 이유를 찾아보자면 역시 수프가 아닐까 싶어요. 따뜻한 수프 자체가 오랜 시간을 들여 끓인 듯한 느낌을 주거든요.


역시 수프가 주는 포근하고 여유로운 느낌은 무시할 수 없다. 그렇다면 AUN의 시그니처 메뉴라고 할 수 있는 닭고기된장 수프는 어떻게 개발하게 되었나?

UN _ 카페를 열기 전에 언니가 한 솥 끓여 준 적이 있었어요. 생각지도 못한 맛이 나왔죠.

A _ 저희가 공통으로 지향했던 것이 푸근하고 아늑한 공간, 그리고 여기에 어울리는 음식이었어요. 저는 특히 한국적인 식재료에 더 관심이 많았고요. 사실 오픈 전부터 자주 해먹던

요리였는데, 된장이 향토적인 재료라 향수를 불러일으키거든요. 어떻게 보면 우리가 추구하는 따뜻하고 여유로운 분위기와 딱 맞는 메뉴인 거죠. 그래서 시그니처 메뉴가 된 거예요.


손님들이 이 공간 안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카페 겸 식당, 다이닝룸, 쿠킹클래스, 드로잉클래스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UN _ 메뉴만 보더라도 고정된 것이 아니거든요. 항상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새로운 메뉴 개발을 하고 있어요.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도 같은 이유예요. 하나의 일만 하는 것에 지루함을 느끼거든요.

A _ 그래서 일부러 구석지고 좁은 장소를 찾았던 것도 있어요. 손님이 많으면 장사에 대한 즐거움만 느낄 것 같았거든요. 여러 가지 활동을 통해 다양한 즐거움을 얻고 싶었어요.


그렇다면 여러가지 활동을 하는 것이 손님을 이끄는 또 하나의 매력이라고 생각하는가?

A _ 매력으로 봐주셨으면 하죠. 그냥 카페라기보다는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느끼시면 좋겠어요. 저희는 음식을 제공하는 파티공간이라는 생각을 늘 하고 있어요. 작년 연말에

디자이너분들이 대관을 했었는데 알아서 재밌게 잘 노시더라구요. 누구나 와서 그런 식으로 잘 놀다 갔으면 좋겠어요. 그럼 앞으로 새로운 계획에 참고가 될 것 같아요.


AUN의 마스코트인 *범이를 빼놓을 수 없다. 범이가 손님의 발길을 붙드는 큰 요소라고 생각하는데 범이는 어떻게 여기에 있게 되었나?

A _ 범이는 시골에 있는 친정에서 온 친구예요. 카페 오픈할 때쯤에 입양이 되었어요.

UN _ 음식을 파는 곳에 동물을 두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그 당시에는 너무 어려서 집에 혼자 놔둘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클 때까지만 가게 밖에 두자고 했는데 밖에 두니 손님들이 사진 찍는 용도로만 생각하는 것 같아 그 때부터 안에 들여왔어요.

A _ 범이 때문에 손님들이 더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것 같아요. 또 범이가 믹스견이기도 하고 시골 느낌이 나서 공간이 더 정겹고 편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어요.

UN _ 저는 강아지를 오래 길러본 적도 없고 친하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범이가 오고 나서는 범이를 보며 행복해 하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일부러 범이를 보러 찾아 와주시는 분들도 있고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이제 범이 없으면 안돼.


사실 손님들은 여유롭고 느림을 즐기다 가지만 두 분을 보면 정신없이 바빠 보인다. 본인들이 이 공간에서 느림을 찾는다면?

A _ 여유를 우리가 누리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손님들이 누리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요. 손님이 여유롭고 따뜻함을 느낀다면 거기에 저희도 힐링하고 만족해요.

UN _ 손님들도 일부러 여유로운 시간대에 오시는 분들이 있어요. 손님들의 행동이 여유로우니 저희도 같은 느낌을 받아요. 우리가 생각했던 장면이 실현되면 오는 만족감이 있죠.


일상 속에서 느림을 찾는 독자들에게 추천하고자 하는 메뉴는?

A _ 역시 닭고기된장수프.

UN _ 영혼을 치유해주는 수프라는 손님의 말도 있었어요. 눈물을 흘릴 정도였어요.

A _ 외국에서는 흔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닭고기 수프를 찾아보기 힘들어요.

UN _ 한국에서 수프는 식전에 먹는 것이라는 생각이 강한 것 같아요. 수프 자체를 하나의 요리로서 즐겨주셨으면 좋겠어요.

A _ 마지막으로 이 곳이 손님들이 오래 앉아 있다가 가기 좋은 공간이길 바라요. 콘센트도 많이 만들었고 의자도 편한 것으로 준비했어요. 최대한 여유를 즐기다 갈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쓴 공간입니다.

UN _ 또 꾸준히 찾아 주셨으면 좋겠어요. 처음 받으신 느낌 그대로 유지하면서 말이에요.

1. 바질감자샐러드

감자 vs 고구마 대결이 뜨겁다고? 최고의 구황작물은 역시 감자 아니던가? 그런 감자를 가볍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역시 샐러드다. 감자와 샐러드의 조합은 늘 옳다. 거기에 바질페스토가 더해진다면? 고소한 버터향이 입혀진 부드러운 감자 뒤에 몰려오는 향긋함의 폭풍이 당신을 건강함으로 가득 채울 것이다.


2. 달걀샌드위치

훌륭한 타마고산도(달걀샌드위치)를 여기서 만나볼 수 있다. 씹자마자 포근하고 달콤한 달걀이 부드럽게 입안을 감싼다. 부드러움 뒤에 와사비향이 살짝 코 끝에 감돈다. 아직 일본을 가지 못한 당신, 한남동으로 오라. 이랏샤이마세!


3. 닭고기된장수프

AUN의 시그니처 메뉴.

‘된장수프? 그냥 된장국 아니야?’ 이렇게 생각했다면 당장 그 생각은 접어 둬야 한다. 생크림은 조금씩 풀면서 먹으면 점점 부드러워지는 수프 맛을 느낄 수 있다.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를 읽을 시간이 없는 당신에게 추천한다.


4. 마늘 감자 크림 수프 (오늘의 수프)

“눈이 올까요. 그대 감은 눈 위에.”

따뜻한 실내에서 따뜻한 수프를 보고 있자니 창밖에 흰 눈이 내릴 것만 같다. 아니면 수프 위의 파르메산 치즈가 눈을 생각나게 한 것일까? 살짝 되직한 농도에 부드러운 크림이 감자와 마늘을 감싼다. 맛과 분위기에 취해 정신없이 먹다 보면 어느새 그릇 바닥을 긁고 있는 당신을 발견할 것이다.


5. 치킨 샐러드 사과 샌드위치 (오늘의 샌드위치)

사과와 치킨의 조합이 이끌어 내는 맛의 조화. 부드러운 치킨샐러드와 살짝 바삭한 빵의 조합에 더하는 비장의 무기, 사과. 스티브잡스가 괜히 회사이름을 Apple로 한 것이 아니다. 사과의 잠재능력이 뿜뿜 드러난다. 밤에 먹는 사과가 몸에 좋지 않다지만, 이런 사과 요리는 한밤중일지라도 거침없이 먹으리.


Vol.8 <여유 공간>

Editor 권혁진

Photographer 김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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