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보관소]
사서 김은지입니다.
‘나 이제 금주한다.' 금주를 다짐한 사람은 많아도 끝까지 지키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술자리에서 흑역사를 생성하고, 다음날 지독한 숙취를 겪고도 기분 좋은 취함을 잊지 못하는 우리는 다시 술을 찾곤 합니다. 즐겁게 술을 마신 다음 날에도 탈 없는 하루를 보낼 방법은 없을까요? 후회 없는 술자리를 가지고 싶은 우리들을 위한 팁, '날술백서'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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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술 [명사] 주법을 갓 배워서 서툴게 마심. 또는 그렇게 마시는 술. 우리 주위엔 종종 ‘날술’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쩌면 이 글을 읽는 당신 역시 날술을 하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술을 마실 때 빈틈을 보이는 날술러들을 위해 자그마한 알콜피디아를 공개한다.
Step.1 준비단계
미쓰 홍당무는 술을 못 마셔?
쉽게 빨개지는 얼굴 때문에 술자리가 꺼려지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술을 마셨을 때 얼굴이 붉어지고, 혈압이 상승하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등의 증상을 플래셔(flasher)라고 한다. 얼굴이 붉어지는 것은 알코올 분해가 이루어질 때 발생하는 아세트알데하이드의 독성 때문이다. 이 아세트알데하이드를 얼마나 잘 분해하는지에 따라 얼굴 색의 차이가 생기는 것이다. 새내기이거나 주량을 알고 싶은데 술을 작정하고 마시는게 두려운 사람이라면 이러한 변화를 이용한 방법을 추천한다. 일명 ‘알코올 패치 테스트’이다. 주위에서 찾기 쉬운 탈지면과 약국에 파는 소독용 알코올을 준비한다. 상완부 안쪽에 알코올을 적신 탈지면을 붙여 두고 7분 후 제거한다. 제거 후 피부색에 변화가 없다면 알코올에 강한 편, 제거 후 10분 뒤 피부색에 변화가 온다면 알코올에 약하지는 않은 편, 제거 직후 붉어지면 얼굴 색도 쉽게 변하고 알코올에 꽤 약한 편이라고 판단하면 된다. 다만, 드물게 얼굴이 빨개지지 않지만 술에는 약한 예외가 있을 수 있다. 본인의 주량을 미리미리 파악해서 페이스 조절을 잘 해보자.
꼰대의 말에도 일리가 있나
‘술도 마셔야 느는 거야.’ 이 말을 듣고 눈빛으로 욕하며 억지로 입에 술을 털어 넣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저 말에도 일리가 있다면? 먼저 알아두어야 할 사실은, 놀랍게도 술에 얼마나 강한지는 100퍼센트 유전자로 결정된다는 점이다. 부모님 두 분이 술을 모두 잘 드신다면 축하한다, 당신은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이다. 반면에 부모님 모두 술을 못 드신다면 안타깝게도 술을 조심해야 한다. 그렇다면 한 분은 술에 약한데 한 분은 술에 강한 경우라면? 이 경우가 바로 꼰대의 말이 통하는 체질이다. 두 유전자가 섞인 사람은 처음 술을 마실 때는 굉장히 술에 약하지만 자주 마시게 되면 센 유전자가 발현하여 술을 어느정도 잘 마시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체질은 음주를 자주 하지 않으면 도루묵이 된다. 혹시 가족들에 비해 본인의 주량이 이상하리만치 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자, 부모님이 술을 자주 ‘안’드시는 것인지 ‘못’드시는 것인지 헷갈리면 안된다. 숨은 주당이 당신의 가족 중에 있을 지도 모른다.
Step.2 실전돌입
알고보니 본인도 날술러인 에디터의 음주 생활
음주 없는 삶을 상상하기 힘든 에디터는 맛있는 안주와 술을 충분히 즐기지 못 할까 봐 술을 마시기 전에 굶는 경우가 잦다. 사실 이런 이런 행동은 상당히 나쁜 습관이다. 알코올은 위에서 5프로, 위 다음에 있는 소장에서 95프로를 흡수한다. 그렇기 때문에 음식물이 위에 머무는 시간을 늘려 소장으로 알코올이 가는 시간을 늦추면 빨리 취하지 않는다. 따라서 술을 마시기 전엔 배를 미리 채워두는 것이 좋다. 에디터의 두 번째 나쁜 습관은 ‘소맥’을 즐긴다는 것이다. 술을 혼합하여 마시면 본인이 마신 알코올양을 가늠하기 어렵고, 간이 알코올을 잘 해독할 수 없게 된다. 1차는 소주, 2차는 맥주 등의 섞어 마시는 패턴도 좋지 않다. 에디터와 비슷한 습관을 갖고 있다면, 의도적으로 한가지 술에만 전념해보자.
술과 물의 밀당
에디터는 대주가로 통하는 친구 B가 술자리에서 마시는 물의 양을 보고 놀란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술 한잔에 물 한잔을 번갈아 마셔서 당최 술을 마시는 건지 물을 마시는 건 지 구분하기 힘들다. 술자리에서 물을 많이 마시는 게 도움이 될까? 술을 많이 마시면 화장실에 자주 가거나 다음날 목이 미친 듯이 말라서 눈이 저절로 떠지는 경험을 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바로 음주로 인한 탈수 증상이 온 것이다. 따라서 술을 마시면서 물을 함께 마시는 것은 탈수 예방과 위 속 알코올 농도를 희석해주는 일석이조의 역할을 한다. 그러나 주의할 것은 물과 술의 양이 비례해야 한다는 점이다. 술보다 물을 많이 마시면 구역질이 나고 속이 불편해지기 쉽상이다. 적당한 수분섭취와 함께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음주를 즐겨보자.
용의주(酒)도 미스 신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데 술자리를 즐기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주량이 약하지만 술자리 왕따가 되기는 싫다면 에디터의 또다른 친구 C의 행동을 유심히 살펴보자. 먼저 친구 C는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것을 어필하면서 자리를 피하거나 선수치지 않는다. 괜히 상대방도 청개구리 심보로 더 지목하거나 오히려 튀어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녀의 또 다른 노하우는 자꾸 본인이 술을 따라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술을 마시는 양은 조절하면서도 술잔은 피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 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심각한 얘기나 혹은 놀라운 일이 있다는 듯 화제를 전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나 이 방법을 많이 쓰면 점점 사람들이 속지 않게 된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이리저리 눈치를 보는 것이 더 피곤하다면 직접 ‘밑잔’을 빼보자. 술잔과 물잔을 항상 세트로 두고 물을 마시는 척 하며 술을 뱉는 것이다. 혹은 술을 자주 마시는 척하며 잘 끊어 마셔보는 건 어떨까. 단, 이 모든 방법을 튀지않게 사용해서 요령의 효과를 극대화시키자.
척척박사님께 물어본 안주선택
귀한 안주가 누추한 테이블에 도착해서 내 입속으로 친히 방문 해주었을 때, 술맛도 최고조에 달한다. 술에 찌든 몸에 조금이라도 미안한 사람을 위해 안주선택에 대한 소소한 팁을 전한다. 우선 빨리 취하고 싶지 않은 날 추천하는 안주이다. 기름을 사용한 안주는 소화를 어렵게 해 취기를 더디게 올라오도록 도와준다. 또한 치킨, 치즈, 감자튀김처럼 고형물일수록 효과는 더 좋다. 다음으로 내일의 간이 걱정되는 날 곁들일 안주를 추천한다. 동물 단백질이 풍부한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나 식물 단백질이 풍부한 콩은 간 해독, 알코올 대사 촉진 등에 관여해 간 기능을 향상하는 효과가 있다. 숙취 때문에 음주가 괴롭다면? 비타민 B1은 알코올이 체내에 남는 것을 방지해주고 숙취를 줄여준다. 이는 돼지고기, 장어, 명란젓 등에 풍부하다. 여러모로 완벽한 돼지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Step.3 술자리 상식
주도(酒道)를 아십니까
성인이 된지 얼마 되지 않았다면 술자리 예절을 제대로 알고 있기는 쉽지않다. 그렇지만 사회초년생인데 갑작스럽게 상사와의 술자리가 생겼다면? 어쩌다 술자리에서 교수님과 마주앉게 된다면? 이런 긴급 상황에 대비하여 간단한 술자리 예절, 주도를 알아보자. 첫 번째는, 술자리 좌석 배치이다. 만약 룸 형태의 식당이라면 출입문을 바라볼 수 있는 가장 안쪽 중앙 좌석이 상석이다. 룸 형태가 아니라면 윗사람이 먼저 앉은 뒤 차례로 앉도록 하자. 두 번째, 아랫사람이 먼저 잔을 올려야 하며 윗사람의 잔을 채워 드리기 전에 반드시 의사를 여쭤야 한다. 이 때 오른손으로는 술병에 상표 스티커가 붙은 곳을 잡고 왼손으로는 병목을 잡아 술을 따르는 것이 예의다. 또는 왼손을 오른손목 밑에 바친다. 자신이 들고 있는 잔에 술을 따라 윗사람에게 건네는 것은 예의가 아니니 주의하자. 세 번째, 윗사람의 잔을 받을 때는 두 손으로 공손히 받고 윗사람이 술을 마신 후에 상체와 고개를 함께 돌려 소리 나지 않게 마신다. 만약 술을 잘 마시지 못한다면 입이라도 살짝 적신 후 내려놓자. 건배를 하게 된다면 윗사람의 잔보다 살짝 낮춰서 잔을 맞춘다. 마지막으로 윗사람의 이야기에 경청하고 과한 음주는 삼가서 조심스럽게 행동하자.
뭐든지 ‘적당히’가 가장 좋은 법. 과도한 음주는 물론 좋지 않지만 술 문화가 없어지지 않는 한 어느 정도 즐기면서 조절하는 사람이 승자가 되지 않을까. 소소한 음주백서가 도움이 되길 바란다.
Vol. 13 <날술백서> 中
Editor 조서영
Photographer 박세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