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마치 구 년만의 대화였다.

[MIRROR둔 이야기]

by 매거진 미러


자그마치 구 년만의 대화였다. 친구목록에 있는 사람들의 생일을 알려주는 카카오톡 서비스 덕분이었다. 한 때 친했으나 연락을 안 한 지 너무도 오래된 이에게 축하를 빌미로 메시지를 보냈다. 돌아온 답장의 문체는 예전 그 친구처럼 여전히 밝았고, 언제 한번 만나자는 말로 마무리 인사를 했다. 그게 벌써 육 개월 전의 일이다.


그 애한테 연락했던 사실조차 잊을 정도로 바쁜 시간을 보내던 날이었다. 낯익은 이름으로부터 괜찮으면 주말에 보지 않겠냐는 메시지를 받았다. 구 년 하고도 육 개월 만에 만난 우리는 중학생으로 돌아간 듯 수다를 떨고 공원을 거닐다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 약속 날짜를 기약하고 말이다.


생각지도 않게 오래된 인연을 마주칠 때가 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소피도 하울을 다시 만나지 않았던가. 성인이 된 하울은 어린 시절 자신에게 꼭 갈 테니 기다리라고 말한 소피를 기어코 찾아낸다. 영화 초반부에 두 사람이 재회하는 장면 뒤로 ‘인생의 회전목마’라는 배경음악이 깔리던 순간을 나는 잊지 못한다. 돌고 돌다 보면 같은 곳을 지나는 회전목마처럼 그 둘도 시간을 달려 결국 한 곳에 닿게 된 것이다.


가까워지려다 끝내 멀어진 사람이 있다면, 지금은 나의 회전목마가 그를 지나치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당장은 가까운 사이가 되지 못한다며 슬퍼하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언젠간 또 만나게 될 거다. 시야에서 멀어지는 그를 보며 나는 이렇게 외친다. 내가 꼭 다시 찾아갈 테니 너는 기다리고 있으라고.


<자그마치 구 년만의 대화였다.>


Editor 정영주

Photographer 배범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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