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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거진 미러 Oct 27. 2021

죄악

[MIRROR둔 이야기]


금기는 때때로  시험에 들게 했다.


눈앞에 대롱대롱 흔들리는 유혹의 단맛. 누구든 하늘이 부여한 신성함을 더럽히는 행위를 범하고 말테지. 차가운 화장실 바닥에 주저앉아 위아래로 입을 벌린다. 목구멍 끝까지 손가락을 쿡쿡 찔러대면 식도를 타고 넘어온 신물. 우웩하고 토하는 거다. 이렇게라도 하면  용서해주실 건가요? 아니, 손이 닳도록 빌어대도 그대로 길래. 삐뚤어진 물음 앞에 내던져지는 신의 대답 따위는 역시 없었다.


치덕치덕 황토 발라진 벽화를 들여다본다. 인간이 아닌 짐승의 얼굴을 하고 있는 것들. 일제히 하늘거리는 옷감을 둘러쓰고  있다. 손에는 무시무시한 양날의 . 겁을 주듯 한껏 치켜뜬 눈깔이 싫어.  저것들은 하나같이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나. 정오께 종이 열두  울리면 신당은  비워진다. 들키지 않게 숨죽여 신당 내부로 걸음을 내디뎠다. 나무 바닥에선 듣기 싫은 소리가 났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죽음의 소리와 비슷했다. 끽끽거리는 .


신당 가운데엔 상이 차려져 있다. 평소엔 구경도 하기 힘든 달짝지근한 주전부리들. 꼬까옷을 입은  형형색색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옥춘이  옴짝달싹  하게 만든다.  입만 베어 물면  될까? 땀방울 배어 나온 손을 무릎에 문지른다. 이성과 본능.  사이를 저울질하다 결국 금기가 주는 쾌락을 선택한다. 탐스러운 옥춘을 쪽쪽 빨면   가득 퍼지는 달콤함. 혀끝을 마비시키는 짜릿한 감각. 정신을 차리면 이미 끈적해진 손만 맞부딪힌다. 고개를 들어 병풍을 본다. 아기 동자야 네가 노려봐도  어쩔  없단다. 서둘러 그릇을 정리한다. 당신들 누구도 모를 선악과의 맛을  조금   같았다. 나중에 어떤 죗값을 치르게 될지도 모르고. 그렇게. 어리석게.


<죄악>


Editor 양윤영

Photographer 박세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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