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매거진 미러 Oct 27. 2021

내일을 들여다보는 오늘을 살아간다면

[MIRROR둔 이야기]


무엇 하나 손에  틈도 없이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흘러가는 요즘. 이름하여 변화의 시대이다. 막연한 불안감의 연속인  속에서 누구나  번쯤 예지력을 갖기를 소망했을 것이다. 저항할  없는 시간의 흐름에 모두가 휩쓸려갈 ,  홀로 미래를 내다볼  있다는 점은 실로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끊임없이 생산되는 시간여행 소설은 이러한 꿈을 기반으로 탄생했을 테다.


 그러나 나는 이에 한 가지 의문을 품는다. 과연 예지력은 우리에게 운명을 개척할 힘을 부여하는가? 시간은 한 방향으로 흐른다. 우리는 일직선 위에서 달리고 있다. 이때 예측이 가능한 미래란 인과관계가 쌓여 피할 수 없게 고정된 결말이나 다름없다. 내가 본 미래를 바꾸고자 현재에서 무언가를 행한다면, 그에 따라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제2의 결과가 하나 더 생겨날 뿐. 우리는 끊임없이 내 손 밖에 있는 결과를 얻는다. 극복할 수 없는 시간의 순환이다. 결국, 우리는 시간을 읽는 능력을 지님에도 시간에 종속된다. 내 인생의 모든 순간을 알고 있음에도 그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데에서 오는 무력감. 무한한 가능성이 절제된, 오로지 스포일러만 가득한 길을 밟아 가는 걸음은 얼마나 무의미할까?


나는 현재를 초월해 앞날을 내다보기를 갈망하는 이들에게 그저 눈앞의 오늘을 사랑하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지금의 바깥을 이루는 시간에 대한 욕심 없이도 우리 세계는 다음에 대한 기대감으로 차고 넘치기에. 만나지도 못한 내일에 집착하다 당장 내가 딛고 선 오늘을 흐트러뜨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언젠가 마주할 시간의 끝을 구성하는 것은 여태껏 내가 거쳐 온 지금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현재의 미래를 좇는 대신 미래의 현재를 기다리기를.


<내일을 들여다보는 오늘을 살아간다면>


Editor 박준영

Photographer 배범준

작가의 이전글 죄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