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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거진 미러 Oct 27. 2021

사랑사람사랑

[MIRROR둔 이야기]


타인이라는 존재에 버거움을 느낄 때가 있다. 밝은 모습을 보이고,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하고, 말과 행동에 신경 쓰고.  모든 과정이 수고스러움과 피곤함으로 다가오는 언젠가. 그럴 때면 나는 세상 모든 것들에 심드렁해진다. 그리곤 ‘인생은 독고다이다.’ 같은 시니컬한 슬로건이나 속으로 열심히 외치면서, 친절하면서도 묘하게 영혼 없는 태도로 세상사에 임하곤 한다.


아무런 기대 없는 나날을 보내다가도 문득 스쳐 가는 기억들이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함께 일했던 언니가 일을 그만두던 , 대뜸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을 선물해준 . 낯선 사람뿐인 곳에서 유독  살갑게 챙겨줬던 그리 친하지 않았던 친구. 무뚝뚝한 사람이 건네준 눈물 나게 다정했던 .  글에 달린 짧은 응원 댓글을 아주 오래 바라봤던 .


모두의 삶엔 서로 다른 형태의 추가 달려있다.  삶의 무거운만큼 그의 삶도 무거울텐데. 그런  상관없다는 듯이 불쑥 건네주는 다정함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더 선명해지고, 간헐적으로 튀어나온다. 정작 나는 해준  없는데, 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친절을 베풀고는 사라진다.  기억들이 내겐 평생 따스함으로 남을 순간이란  알고 있을까.


대단치 않을 작은 기억들이 모여 나를 살게 하고, 그래도 사람에게 기대어 살아보고 싶게 한다. 지난날들의 사진과 편지, 한심한 추억과 밤새 나누던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되짚어본다. 하나하나 잘 담아뒀다 모든 것이 의미 없어 보이는 어느 날 다시 꺼내 볼 계획이다. 타인은 여전히 버겁지만, 나는 그 무게를 조금은 사랑한다.


<사랑사람사랑>


Editor 김지윤

Photographer 박세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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