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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거진 미러 Aug 16. 2022

Interview 프루스트의 서재

Out to the Mirror


안녕하세요. 매거진 MIRROR입니다.

<Out to the Mirror>는 매거진 MIRROR가 직접 독립서점에 방문해 책방 정보를 전달하는 온라인 콘텐츠입니다. 책방에 대한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다양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독립서점과의 진정한 소통을 시작합니다.

<Out to the Mirror>의 다섯 번째 주인공, 프루스트의 서재 대표 박성민 님입니다.


프루스트의 서재 
박성민


반갑습니다. 인터뷰 수락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희는 대학생들이 만드는 라이프 스타일 잡지 ‘매거진 MIRROR’의 총괄부 김은지, 이승주입니다. 먼저, 책방 소개와 대표님 소개 간단하게 부탁드려요.

프루스트의 서재는 2015년도 1월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는 8년 차 서점입니다. 이 동네가 제가 어릴 적부터 쭉 살았던 곳이어서 이곳에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다들 가장 많이 하시는 질문은 왜 이름을 프루스트의 서재라고 지었냐는 것인데요.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저서<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모티브로 한 거예요. 책방을 시작할 당시가 제 마음과 시간을 잃어버린 느낌을 받던 때여서, 그것들을 되찾고 싶다는 생각에서 이렇게 작명하게 되었네요.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왜 그때 시간을 잃어버린 것 같았는지 여쭙고 싶어요.

지금은 제가 혼자 책방을 차려서 운영을 하고 있지만, 그때는 어딘가에 종속되어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거기서 시키는 일, 그곳에 부합하는 일을 해야 하니까 ‘해야 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사이 괴리감이 커지더라고요. 물론 그때도 책 관련 일을 하고 있긴 했지만요. 그렇게 몇 년을 해오니까, ‘좀 더 즐겁게 생활할 수는 없을까?’하는 생각이 들면서 내 시간을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조금 더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하기 위해 책방을 차리게 되었고요.


그렇게 시작하게 된 책방이라면, 사장님께서는 이 책방 안에서 온전히 자기 자신일 수 있겠군요. 그렇다면 책방의 책들도 사장님의 취향이 많이 반영되었을 것 같은데요, 프루스트의 서재를 어떤 책들로 가득 채워오셨나요?

서점의 성격과 서점 사장님들의 기호에 따라 어떤 서점에는 그림책만 있고 어떤 서점은 여행 서적들이 주로 비치되어 있는데, 저는 주로 텍스트 위주의 출판물들을 가져다 놓아요. 그중에서도 ‘자기 생각을 잘 말하는 책’들을 놓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조금은 하찮은 것에 관해서일지라도, 자신만의 생각과 주제를 자유롭고 재밌고 즐겁게 이야기는 책들이 좋더라고요.

그렇다면 그런 기준에 딱 맞는 책 한 권 추천해 주실 수 있나요?

(잠깐 고민하다가) 최근에 입고 받은 책인데, ‘보라차’ 작가님의 <사는 모양은 제각각>이라는 책을 보여드리고 싶네요. 미얀마에 다녀왔었던 이야기를 풀어낸 여행 책인데, 우리가 여행을 다니는 이유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이었어요. 요즘 여행을 좋아해서 이런 여행 책들에 더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기도 하네요.


프루스트의 서재에서 다양한 모임이나 행사를 주최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모임이나 행사가 있나요?

맞아요, 소소한 모임이 지속적으로 열리고 있습니다. 책방 초기부터 했었던 낭독 모임이 대표적인데, 코로나19 때문에 잠깐 중단했다가 요즘 상황이 괜찮아지면서 이번 달에 다시 시작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모임이라고 하면, 음… 이 근처에 ‘카모메 그림 책방’이 있는데, 그 책방과 함께 동네에서 플리마켓을 종종 열어요. 플리마켓에서 동네분들과 만날 수 있어서 그런 자리를 참 좋아합니다. 그래서 이 동네에서 행사들을 많이 열고 싶은데, 유동인구가 많은 편이 아니라서 그러기가 쉽지 않네요. 여기가 연립 단독 주택 단지였는데, 한순간에 아파트로 다 바뀌어 버리면서 동네분들과 만날 기회가 드물어요. 아파트가 그렇잖아요. 거의 단지 내에서만 활동하고, 외출할 때는 그냥 차를 타고 이동하니까 아무래도 동네 모임을 활성화하기는 어렵죠. 그래도 주말에는 이 주변으로 산책하시는 분들이 꽤 있어요. 반려동물들을 데리고 다니시는 분들이 있어서, 오며 가며 책방도 많이 들러 주십니다.


맞아요. 여기는 들어오게 될 수밖에 없는 외관이에요. 주변에 이런 책방 있으면 매일 올걸요.

지나가다가 이런 데가 여기 있다는 거에 놀라워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저희도 이런 곳에 책방이 있을 줄 몰랐어요. 뜬금없이 높은 계단이 나오길래 여기가 맞나? 이러면서 왔어요.

그쪽에서 오시면서 다 그런 생각을 하시죠. “도대체 책방은 어디 있는 거지?”

그렇게 헤매면서 찾아낸 책방이어서 그런지 더 반갑더라고요. (웃음) 이전 답변에서 ‘낭독 모임’을 꾸준히 하고 계셨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사장님께서 생각하시는 낭독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일단, 오시는 분들이 깊게 고민하지 않고 모임에 참석해도 괜찮다는 점. 독서 모임은 무언가 생각을 해오고 발표하듯이 말해야 하는 건데, 낭독 모임은 그런 게 없어요. 특정한 준비 없이 모임에 와서 자기 부분만 읽으면 되는 거니까요. 또 재미있는 점은, 우리가 이렇게 소리를 내어서 무언가를 읽어보는 일이 많지 않은데 그런 흔하지 않은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사람마다 말하는 것도, 읽는 것도 다 달라요. 그래서 ‘이 사람은 이렇게 책을 읽는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죠. 그러니까, 조금 더 가깝게 상대방을 느낄 수 있어요. 목소리만으로 기억을 하게 될 정도로.


그러면 낭독 모임은 정해진 모임 시간에 와서, ‘누구는 여기부터 여기까지 읽는다’ 정해 놓고 시작하는 건가요?

네 맞아요, 누구는 몇 페이지부터 몇 페이지까지 읽고, 그다음에는 다른 누군가가 여기부터 여기까지 읽는 방식으로요. 이번 낭독 모임이 끝난 뒤에는 희곡을 한번 읽어볼까 해요.


희곡이라면 해설이나 지시문까지 소리를 내서 읽는 건가요?

음, 그런 부분은 한 사람에게 따로 맡기고, 배역을 정해서 각자 맡은 인물의 감정에 이입하며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 연기하듯이 읽을 수 있으니까 재밌을 것 같고요.


배역을 맡아서 감정 이입해서 읽으면 정말 재밌을 것 같아요. 저희도 해보고 싶어요. 책방 프로그램들을 꽤 많이 신청해 보았는데, 낭독은 한 번도 신청해 본 적이 없거든요. 아직 매력을 몰라서요. 그런데 사장님 말씀 듣고 다 같이 모여 낭독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니까 왜 하는지 정말 알 것 같아요. 조용한 공간에서 남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서 들을 수 있는 경우가 많지는 않잖아요. 그게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웃음) 맞아요. 재미없을 것 같은데 막상 읽어보면 되게 재밌어요.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에 온전히 집중하면서 책을 읽는다는 게 느낌이 참 색다르거든요. 가끔 재밌는 거는, 어떤 분이 읽으면서 빵 터질 때가 있어요.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그분이 웃음을 멈추지 못해서 다 같이 웃고…


낭독 모임을 하면 해당 책을 완독할 때까지 모이는 건가요?

예전에는 한 권이 끝날 때까지 읽는 방식으로 진행했는데, 책 분량이 많으면 5-6개월 정도 굉장히 오래 읽게 되어서 조금 지치더라고요. 올해는 살짝 바꿔서 최대 두 달까지만 읽는 걸로 구상을 하고 있어요. 두 달이 짧아 보이지만, 모임 한 번 한 번이 참 알차요. 낭독 한 바퀴를 돌고 나면 잠깐 쉬면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 이야기 시간이 길어져서 낭독하는 시간보다 이야기하는 시간이 더 길어져요. 처음에 기획은 한 시간 반 정도 이야기를 하는 거였는데, 이야기를 마무리하면서 시간을 보면 대개 두세 시간이 훌쩍 지나있더라고요.

이런 아늑한 책방에서 오손도손 모여서 이야기를 나눈다라… 상상만 해도 따스해요. 혹시 지금까지 했던 행사 이외에 해보고 싶으신 다른 행사가 있으신가요?

8년째 책방을 운영해오면서 행사를 많이 열어왔는데, 그러다 보니 ‘행사를 이렇게 해야겠다!’ 하는 구체적인 계획을 예전보다는 덜 세우게 되는 것 같아요. 행사에도 나름의 고충들이 있고,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이 많더라고요. 몸소 느끼다 보니까 좀 계획을 덜 세우는 것 같기도 하고, 조금 마음 편하게 할 수 있는 것들을 떠올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책방에서 전시도 자주 열고 싶고, 플리마켓도 꾸준히 생각하고 하고 싶은데 고충들 때문에 선뜻하기가 어려워요. 모든 행사가 다 그렇듯, 일단 사람들을 모아야 하는 문제가 가장 크잖아요. 동네분들만으로는 한계가 있는데, 이 동네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고 널리 알려진 서점도 아니다 보니까요. 아무래도 사람들을 모으는 문제가 가장 힘든 것 같아요.


사람들의 인지도와 참여도가 참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네요. 의지대로 되지 않는 문제라서 더 고민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 말씀해 주신 고충은 코로나 대유행 시기에 더 크셨을 것 같은데, 8년 동안 책방을 운영하시면서 그런 고난을 마주할 때마다 어떤 마음으로 책방을 지속하셨는지 궁금해요.

저는 코로나19가 왔다고 해서 큰 타격을 입지는 않았어요. 원래부터 사람이 없었으니까 상황이 비슷했죠. (웃음)


그래도 프루스트의 서재 정도면 독립서점 중에서 꽤 인지도가 있는 편에 속하지 않나요?

오랫동안 했으니까 인지도는 있는 편이죠. 하지만 손님이 와서 책을 구매하는 것만으로는 사실 책방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요. 예전부터 성동구 도서관과 연계해서 도서 납품을 진행하고 있고, 희망도서 대출 등도 하고 있는데 그런 활동들 덕분에 책방 공간을 계속 꾸려 나갈 수 있는 거예요. 이런 활동들 없이 코로나가 왔다면 저 또한 책방을 닫는 문제를 고민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많은 책방들에서 ‘책방에 오셨다면 책을 사주세요’라는 글들을 많이 봐요. 손님이 책을 사는 것만으로 유지하는 게 참 어려우니, 그래서 더욱 책이 판매되는 순간 하나하나가 소중하게 느껴지시겠구나 싶었거든요. 책방 운영하시면서 사장님께서도 그런 생각들을 하시는지 궁금해요.

당연히 뭐 그런 생각은 하죠. 하지만 그건 그냥 생각일 뿐이고, 구매해 주시면 좋고 아니어도 크게 상관하지 않아요. 저는 그냥 슥 보고 가셔도 좋아요. ‘프루스트의 서재가 책을 향한 문턱을 낮춰줬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어요. 그래서 이곳에 와서 그냥 가볍게 보고 가셔도 괜찮아요. ‘이러이러한 책들이 있구나’ 하고 그저 눈에 담아 가기만 하셔도 저는 좋습니다. 책방 주인이 ‘책방에서는 꼭 책을 사야 한다’라는 마음을 갖고 있으면 오는 사람들도 부담스러울 거예요. 책이 포인트가 되어야 하는데, 책방의 생계에 도움을 줘야 되겠다는 생각까지 가지게 된다면 부담을 느낄 테니까요.

프루스트의 서재 안에서 가장 행복했던 기억은? 이 질문을 받자마자 딱 떠오르는 순간을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책방 앞에 꽃이 피었을 때. 프루스트의 서재를 열기 전 거쳐갔던 서점 중에서 1층에 자리한 서점은 거의 없었어요. 큰 서점이라도 많은 경우에 지하에 있어서, 서점에서 일할 당시에는 계절의 흐름을 잘 못 느꼈어요. 하지만 책방을 이 동네의 이 골목에 열게 되니까 꽃이 피는 게 바로 보이고, 계절이 바뀌는 게 보이는 거예요. 그게 굉장히 놀라웠고 행복했어요. 시기별로 피는 꽃이 달라지니까 밖을 내다보기만 해도 ‘지금이 어떤 시기이구나’라는 게 체감이 돼요. 그래서 여기 앉아서 꽃을 볼 때가 가장 행복해요.


안 그래도 프루스트의 서재 SNS를 구경하다 보면, 책방 사진에서 계절감이나 시간감이 많이 느껴지더라고요. ‘어느 계절의 어느 시간대가 이런 분위기구나’와 같은 것들을 사진만 봐도 알 수 있을 만큼이었어요. 자, 이쯤에서 어려운 질문 하나 드릴게요. 정말 특별한 손님이 프루스트의 서재에 방문하신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분은 일생에 딱 한 번 프루스트의 서재에 오실 수 있어요. 그렇다면 그 특별한 손님이 어느 순간에 오셨으면 좋겠나요?

겨울에는 책방 쪽에 해가 잘 안 들어요. 봄이 오면서 해가 조금씩 드는데, 대략 1시 30분 지나서 햇빛이 잠깐 들어왔다가 앞 아파트 때문에 한동안 또 빛이 안 들어와요. 그러다가 한 5시 조금 넘어서부터 저 아파트 사이를 지나며 본격적으로 빛이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그 빛이 책방 안쪽까지 곳곳으로 스며들어요. 딱 그 순간에, 여기가 다 노란빛으로 바뀌는 순간을 목격할 수 있을 때 오셨으면 좋겠어요. 책방 안에 앉아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노란빛을 가득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영화에 나오는 장면 그 자체일 것 같아요! 낭만적이에요. 저희가 그때 방문했어야 했는데 너무 아쉬워요. 혹시 책방을 방문한 손님들에게 기억되고 싶은 모습이나 느낌은 있으신가요?

이 공간 자체가 편안하게 느껴졌으면 좋겠다. 그냥 앉아계셔도 괜찮으니, 편안하게 있다가 가셨으면 좋겠다. 정말로, 편안한 공간으로 느껴졌으면 좋겠어요.

이 공간, 매우 편안합니다. 책방 분위기에 취해서 몸과 마음이 나른해진 상태예요. 이제 거의 마지막 질문인데요, 프루스트의 서재의 향후 미래에 관해서 생각해두신 바가 있다면 여쭤봐도 될까요?

그냥 잔잔하게 흘러갔으면 좋겠어요. 내가 편한 마음으로 이 일을 계속하는 상태, 그러면서도 무언가 새롭게 하고 싶을 때는 할 수 있는 상태. 그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지금은 이 상태가 저에게 가장 편안한 상태예요. 이런 상태에서 글도 좀 꾸준히 써서 책도 여럿 만들어보고 싶고… 일단은 이 정도로만 소박하게 생각 중입니다.


지금까지 사장님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느낀 바인데, 답변이 정말 일관된 것 같아요.(웃음) 편안하고, 고요하고, 잔잔한. 굳이 무리하지 않고, 애쓰지 않는 하루하루를 보내시는 것 같아요. 이 책방과 사장님은 참 닮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매거진 미러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이것도 거창한 이야기는 아닌데요. (웃음) 그냥 끊이지 않고 이렇게 계속 만들어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많이 팔기보다는 계속 이어가는 게 참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매 호마다 누군가의 기억이나 경험들을 계속 담아 가고 있는 거니까, 다른 구성원으로 바뀌어도 그 기억들은 책 속에 담겨 오랫동안 보존될 테니까.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일을 해나가고 있는 것 아닌가 싶어요. 잔잔하고 꾸준하게, 그렇게 전진하길 바랍니다.



프루스트의 서재 인스타그램

인터뷰 비하인드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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