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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거진 미러 Aug 31. 2022

Interview 50

[인투더미러]


Interview 50

<청춘에 새긴> 교정부 김규리




Q1.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교정부 김규리입니다. 성균관대에 다니고 있고, 나이는 스물넷입니다. 미러에서는 21호부터 활동하고 있습니다.



Q2. 이제 곧 가을인데요, 규리님의 최애 계절은 무엇인가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많은 사람이 그렇듯 가을입니다. 여름의 열기와 겨울의 한기 모두 좋아하지 않아서요. 사계절 내내 더위도 추위도 많이 탑니다. 가을을 특별히 좋아한다기보다는 여름과 겨울이 싫어서 가을을 소중히 여기는 경우겠네요. 봄도 비슷하지만 봄이 끝나면 제일 싫어하는 계절인 여름이 다가오기에 봄보다는 가을을 좋아합니다. 낭만적인 사람은 아니라 계절의 분위기나 풍경을 즐기지 않아서, 대답도 재미없네요.


Q3. 저는 가을이 되면, 외할머니가 자주 해주시던 갈비찜과 직접 빚어서 먹던 송편이 생각이 나는데요. 혹시 규리님도 어렸을 때의 추억이 깃든 음식이 있으신가요?


초등학생 때 친구들과 먹던 비빔밥이 생각나네요. 아직도 친구들을 만나면 깔깔거리며 이야기하는 주제예요. 어렸을 때부터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는데요. 그래서 친구들을 자주 초대했죠. 사실 초대하지는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모임 장소는 저의 집이었어요. 어머니가 해둔 반찬들과 서툴게 만든 계란 후라이를 막 집어넣고 고추장을 비벼 비빔밥을 해 먹었어요. 퇴근하고 돌아오신 어머니가 텅 빈 냉장고를 보며 매번 놀라셨죠. 좁은 집에서 혼자 반찬을 덜고 찬밥을 데울 때보다는, 훨씬 맛있었던 것 같네요. 어찌나 시끌벅적했던지 옆집에서 조용히 해달라고 찾아오신 기억도 있어요.



Q4.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도 해요. 규리님의 인생 책은 무엇인가요?


책에 대한 열망은 늘 품고 살지만, 실천이 어려운 게 바로 현대인의 모습 아닐까요…? 다독하는 사람이 아니어서 아직 인생 책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또 저는 이런 게 어려워요. ‘인생’이라는 단어를 붙일 만큼 어떤 물건이나 콘텐츠에 애정을 갖는 게 남들은 어떻게 그렇게 쉬운지 잘 모르겠어요. 설령 쉽지 않더라도 그만큼 운명을 만난 거겠죠. 저는 콘텐츠에 쉽게 몰입하는 편이 아니어서 그런가 봐요… INTP의 숙명일까요. 그래도 올해 읽은 책 중 기억에 남는 책을 소개할게요. <다정소감> 이라는 책인데요, ‘가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주었습니다.


“가식에는 지금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되어보고자 하는 분투가 담겨 있다.
‘좋은 사람’을 목표로 삼고 좋은 사람인 척 흉내 내며 좋은 사람에 이르고자 하지만
아직은 완전치 못해서 ‘가식의 상태‘에 머물러 있는, 누군가의 부단한 노력의 과정.”



Q5. 최근 가장 자주 쓰는 이모지는 무엇인가요? 자주 쓰는 이유도 궁금합니다!


평소 이모지보다는 카오모지를 자주 쓰는 편이긴 해요. 이모지 중에 하나를 꼽자면 이거 같네요. 

활용도가 높습니다. 모든 감정에 붙일 수 있어요. 좋아서 눈물 한 방울 흘릴 때도 쓰고, 미안할 때도 쓰고, 어이없을 때도 쓰고… 이모지를 열심히 골라서 쓰는 편이 아니라서 자주 쓰는 것만 쓰게 되네요.


Q6. 어떻게 미러의 교정부에 지원하셨는지 궁금해요, 교정 관련 일에 관심을 갖게 되신 동기가 있을까요?


미러에 지원한 지 1년이 다 되어가네요. 면접에서 동기를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 고민했던 순간이 떠올라요. 친구들의 과제를 봐준 일이 많았던 게 가장 큰 동기가 아니었나 싶어요. 왜인지는 뚜렷하게 알지 못하지만 그런 부탁을 받을 때가 많았어요. 글이든 PPT든 피드백을 잘 해주려고 노력했기 때문일까요. 남들이 보지 못하는 디테일을 잘 찾아내는 능력이 아주 조금…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교정은 사소한 것을 잡아채는 것만으로 끝나진 않기 때문에 여전히 교정은 어려워요. 대학에 입학한 후 아르바이트만 하다가, 그래도 동아리 하나는 해보고 졸업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고민하던 중 미러를 알게 되었어요. 교정 경험은 없지만, 저와 잘 맞을 것 같아서 지원하게 되었고요.



Q7. 왠지 교정부라면, 일상에서도 정말 맞춤법을 칼같이 지킬 것 같은 이미지가 강해요! 규리님은 어떠신 것 같나요? 혹시 ‘나 정말 교정부 같았다!’ 혹은 ‘교정부답지 못했다!’ 하는 일화가 있으신가요?


일상생활에서도 맞춤법을 잘 지키려고 노력하는 편인 것 같긴 해요. 어디서든 맞춤법을 지키지 않은 표현을 보면 심기가 불편해지곤 합니다… 이 눈이 문제라, 그게 잘 보여요. 하지만 저도 친한 지인들과의 사적인 메시지에서는 대충 씁니다. 요즘 느낀 게 있는데요. 제가 꼼꼼한 사람이라고 착각해왔으나 그냥 타인에게 깐깐하고 예민한 사람 같습니다. 그렇지만 누군가의 이런 표현은 지적하고, 또 다른 누군가의 이런 습관은 넘어가고… 모순이라고 느껴져 최대한 자제하려고 하고 있어요. 다정하지 않은 말로 지적을 일삼던 사람이라 그게 쉽지만은 않네요. 교정이라는 건 결국 저보다는 타인의 말을 건드리는 거니까, 묻지 않은 대답과 교정은 불필요한 것 같아요. 남보다는 자신에게 더 엄해져야 하지 않나, 고민하는 요즘입니다.


Q8. 규리님 인생에서 '미러 교정부 김규리'는 현재 어떤 의미이고, 앞으로 어떤 의미였으면 좋겠나요?


이제 막 알게 되는 사람들에게 저를 소개할 때 미러 교정부를 덧붙이면, 돌아오는 시선은 대개 비슷해요. 잡지를 좋아하고, 글을 잘 쓰고 고치고, 꼼꼼하고, 날카롭고… 이런 추측을 받곤 하죠.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저는 제 소개에 미러를 넣는 걸 즐겨요. 그리고 미러와 미러의 사람들을 소개해줍니다. 결국 저는 제가 미러인인 걸, 미러 교정부 김규리인 걸 자랑스러워하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그러겠죠. 졸업까지도 미러와 함께해서, 미러도 저라는 부원을 자랑스러워했으면 좋겠네요.



Q9. 사람에 따라 머리가 맑아지고 일의 능률이 오르는 시간대가 모두 다릅니다. '아침형 인간' '올빼미 인간'이라는 말이 있듯이요. 규리님은 '어떤 인간'인가요?


올빼미 인간인 것 같아요. 이른 아침이 버겁기도 하고, 해가 쨍쨍한 낮보다는 저녁과 밤 그리고 새벽을 좋아해요. 미루고 미루다 몰아서 하는 습관이 있기도 해서 새벽에 공부하거나 작업한 적이 많고요. 그 습관이 몸에 밴 것 같네요. 영감을 추구하거나 창작을 업으로 하는 사람은 아니다 보니 시간대보다는 몸 상태나 주변 환경이 저한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사실 제가 머리가 맑고 능률이 높을 때는 마감 기한 직전일 때입니다. 하하… 59분 제출의 그 짜릿함을 다들 아시려나요.


Q10. 이번 질문은 지난 호의 주제였던 '욕망'을 가져와 보았어요.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규리님은 지금까지 어떤 욕망을 품어보셨나요? 그 욕망들은 타인의 욕망이었나요, 규리님의 욕망이었나요? 그리고 그것들은 규리님을 어떻게 바꾸어놓았나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이 질문을 끊임없이 자신에게 던졌을 에디터분들께 존경을 표합니다. 제겐 너무 어려운 질문이라, 올해 초 적어두었던 메모를 남깁니다. 조금 설명하자면, 제 감정은 욕망이라기보다는 늘 욕심에 가까웠습니다. 오롯이 저만의, 제가 감당해야만 하는 욕심이요. 그 욕망을 실현할 순 없어도 그때의 좌절이 지금의 저를 채운 거겠죠.


스쳐 지나간 줄도 모르고 자리에 멈추어 서 있거나, 오히려 뒤를 향해 뛰쳐나갔을 때. 모든 것을 얻을 수는 없지만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없는 노릇. 양손에 쥔 것에 만족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얻었던 절망, 또 잃었던 내 안의 일부, 무언가, 응어리. 그 나락과 같이 걸어야 할 존재가 나라는 것. 대체품을 찾지만 빈손으로 다시 나를 방문할 때. 내가 가진 손가락이 열 개이긴 한 건지. 비어있다는 게 뭔지.



Q11. 미러의 구성원으로서 활동하시면서 가장 힘들었던 기억과 행복했던 기억 한 가지씩을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힘들었던 기억은 23호에서 제 실수로 에디터님의 ‘1차 기사’를 교정했던 일이 떠오르네요. 시험 기간에 정신없이 교정했는데, 엉뚱한 기사를 교정한 거죠. 에디터님께 죄송한 마음도 있었지만 내가 이런 실수를, 하면서 정신적 충격이 컸습니다. 시간을 낭비한 것 같기도 했지만 1차 기사를 본 후 올바른 기사를 교정하니 에디터님의 노력을 몸소 느낄 수 있었어요. 교정 없이도 이만큼 글을 깎아내고 다듬고… 고군분투하셨을 테니까요. 행복했던 기억은 아무래도 미러인들을 실제로 만나 뵀을 때가 아닐까 싶네요. 특히 21호 브랜드, 23호 칼럼 촬영이 기억에 남아요. 촬영 작업은 늘 변수가 많은 만큼 모두 애쓰시는 것 같아요. 그만큼 결과물도 뿌듯하게 나오니 다음에도 참여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Q12. 4개월을 보내고 나면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는데 그전에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으신가요?


벌써 시간이 그렇게 흘렀나요. 반오십이라니... 현재 한 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데 우선 잘 적응하는 게 목표가 되겠네요.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쉬고요. 또 다른 목표는 다독입니다. 회사에 책도 가져다 두고 일찍 출근할 때마다 조금씩 읽으려 노력하고 있어요. 독서를 즐기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다정함과 여유, 뭐 그런 것들이 갖고 싶어요. 이것도 제 편견에서 비롯된 욕심이겠지만요.



Q13. 깁’미러’브, 규리님이 사랑받고자 했던 경험을 알려주세요.


저는 사랑보다는 인정을 원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사랑받고자 했던 경험은 떠오르지 않네요. 하지만 살아온 내내 타인에게 인정받고자 노력한 기억은 많아요. 점수로든 어떤 결과로든요. 저는 사랑보다는… 제게 도움 되는 다른 게 더 좋네요. 속물 같지만 사탕 껍질보다는 사탕이 좋아요. 아직 진정한 어른이 되지 못했나 봐요.


Q14. 마지막 질문이에요. 나에게 미러란? 다섯 글자로 표현하고 간단하게 설명해주세요.


<청춘에 새긴>

제 몸에는 타투가 여러 개 있는데요. 신체에 글과 그림을 새기듯 미러가 제 청춘에도 새겨졌네요. (미러는 종이에 청춘을 새기지만요.) 다른 미러인에게도 그렇겠죠? 미러는 제게 잊을 수 없는 경험과 추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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