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자들
감시자들
우리가 영화를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영화에 투자하는 2시간 남짓의 시간이 영화를 보지 않고 보내는 시간보다 가치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이라도 영화는 가치있을 2시간을 보내리란 관객의 기대를 맞출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시선에서 보았을 때 영화 <감시자들>은 2시간을 충분히 가치있게 보내는 방법이다. 허나 2시간의 가치를 넘어 영화가 끝나도 머릿속을 맴도는 현대의 영화에 비추어 보았을 때, <감시자들>은 참으로 아쉬운 영화가 아닐 수 없다.
2시간을 가치있게 소비시켜주는 가장 쉬운 방법은 2시간 이상의 이야기를 2시간에 담아넣는 것이다. 영화에서 흔히 몇 달, 몇 년의 이야기를 다루듯이, 길고 긴 경험담을 압축해 전달하는 것이 가장 쉽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영화가 압축한 이야기가 흥미롭고 재미있을 때 맞는 이야기다. 그러기 위해서 영화는 관객이 영화의 스토리에 공감하고 집중할 수 있도록 갖가지 장치를 해놓아야 한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인물의 입체성'이다. <감시자들>은 이 입체성이 부족한, 그러나 없지는 않은, 2D와 3D사이의 2.5D에 머물러 있는 듯한 영화이다.
이 리뷰는 영화 <감시자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에 단 하나의 요소로 결정되는 것은 없다. 모든 것이 얽히고설켜 이유가 되고 과정이 되며 결과로 나타난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라는 매체에서 평면적인 인물은 공감되기 힘들다. 하지만 영화는 하나의 인물을 느긋하게 설명하기에도 쉽지 않다. 입체적인 인물과 스토리는 구상하기 정말 어렵다. 그러나 영화계에 종사한다는 것은 곧 영화로 돈을 번다는 뜻. 직업이 되기 위해서 이러한 어려운 일을 해내는 것은 어느 정도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영화 <감시자들>은 실망적이면서도 실망할 수 없는 영화이다.
영화를 본 후에 생각해보면 필자는 <감시자들>의 인물 중 어느 누구 하나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다. 왜 이 일을 하는지, 어디까지 엉켜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언뜻 보면 액션 영화가 아니라 다큐멘터리처럼 보일 정도로 영화는 관찰의 시선을 끝까지 유지한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범죄를 감시하는 감시반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다큐멘터리라고 하기에는 일거수일투족을 담지 못했다. 영화의 페이스를 늦추고 흥미를 떨어뜨리는 시도때도 없는 과거 회상씬을 넣지 않은 건 좋았지만 인물들이 너무 평면적으로 표현됐다. 애매하게 중간에 있다 보니 하나도 잡지 못한 그런 느낌이었다.
하지만 몇몇 인물은 충분히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악역이나 주인공의 경우 행동과 상황이 반대되는 경우를 통해 심리의 입체성을 표현했고 어느정도 공감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영화에는 너무나도 많은 인물이 나온다. 개성을 통해 잘 해결해내긴 했지만 많은 등장인물을 평면적으로 사용한 건 적지 않게 아쉬운 부분이다.
'감시반'이라는 새로운 개념은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감시반'이 생긴 이유라던가 굳이 감시만을 담당하는 부서가 있어야 할 이유를 크게 느끼지 못했다. 범죄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범죄를 잡는 데 굳이 새로운 부서가 필요했을까 하는 생각이 영화를 보면서 들었다. 크게 알려진 사건이나 사고를 계기로 만들어졌다는 걸 언급했다면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쉬운 건 악역도 마찬가지다. 뒤에 거대한 거물이 있다는 것 말고는 알수 있는것이 정말 한정적이다. 짐작은 가지만 보이지는 않는 배경이 적절한 듯 싶으면서도 아쉬움을 남게 한다.
지금까지 입체적인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하고 평면적인 것들을 계속해서 비판했지만 입체적인 것이 꼭 좋고 평면적인 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입체적으로 인물이나 스토리를 구상하면 공감은 되겠지만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가 되기 힘들다. 반대로 평면적이라면 공감은 어렵겠지만 가벼운 이야기의 진행이 가능하다. 이를 잘 살린 것이 영화 <오션스 일레븐>이다. <오션스 일레븐>에는 자그마치 열세명의 주인공이 나온다. 이들을 다 하나하나 짚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또한 그렇게 중요하지도 않다. 그렇기에 <오션스 일레븐>은 입체성을 포기하고 다른 방법을 가져온다. 화려하고 빠른 진행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내용을 통해 관객의 혼을 쏙 빼놓는다. <감시자들>도 비슷한 방법을 사용했다. '감시'라는 특수한 주제에 맞게 감시대상이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그리고 알아차릴까 두려운 마음을 관객도 가질 수 있도록 잘 준비했다. 하지만 그게 이 영화의 중심은 아니다. 그렇기에 조금은 아쉽고 애매하다. 스토리가 항상 입체적일 필요는 없다. 그러나 입체적이지 않다면 다른 방법을 갈구하고 연마했어야 한다.
발전가능성이 보이지 않으면 잔소리도 안 한다. <감시자들>에 이렇게 엄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충분히 좋은 영화이기 때문이다. 한국 영화의 구질구질한 연애라인이나 억지스러운 신파극, 말도 안되는 무리수 설정이 없다는 점에서 볼만한 영화이다.
명작이라기엔 부족하고 평작이라기엔 잘 만든 수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