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 님, 안녕하세요.
줄리아 님의 인생 첫 펜팔 친구가 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잡지 뒷면의
펜팔란을 보고 처음 펜팔을 했던 기억이 나요.
편지를 주고받던 익명의 친구가
어찌나 다정한 사람이었던지
이것저것 작은 선물도 보내줬었요
'나는 그 친구에게 무엇을 줬을까'
돌이켜보니 준 게 없어 부끄러워졌네요.
'주는 마음'을 어릴 때 단단히 배워놓지 않으면
받는데 익숙해지는 사람이 되고 마는 것 같아요
받는 데 익숙한 사람인 제가
줄리아 님에게 좋은 영감과 영향을 드렸다니
저도 알게 모르게 뭔가를 주면서 살아왔을 수도 있겠다는 합리화를 하게 됩니다 :)
퍼스에 사신다니 더더욱 반가워요.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됐나' 하는 생각은
저도 정말 자주 합니다.
분명 내가 선택한 일인데
누군가에 무언가에 떠밀려
지금 있는 곳까지 당도한 기분이 들 때가 있지요.
정말 내가 한 선택이었을까, 의구심도 들고요.
민들레 홀씨 같은 인생입니다.
아, 그런데 민들레는 사실 홀씨가 아니래요.
혼자 외롭게 날아가는 것 같지만
동료들과 같이 떠나는 거죠.
줄리아 님에게 지금 그 동료는
산후조리를 도와주시는 셰프 남편분과
귀여운 두 아이겠지요.
'가족'의 범주와 개념이 요즘엔 더 넓어졌고
저도 반 딩크족이기는 하지만
'전통적인 '가족 이미지가 주는 안정적인 느낌이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오랜 세월 주입된 사고일 수도 있고
'핏줄이 당긴다'라는 말처럼
혈연 가족에 대한 로망일 수도 있겠지만요.
요즘에는 출산에 오픈 마인드가 되어가고 있어요.
결혼도 하고 싶지 않았지만
막상 하고 나니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처럼
애 낳아서 키우는 것도 그렇지 않을까....
저는 청개구리 같아서
'낳아라' 잔소리하면 안 낳고 싶어 지고
'안 낳을래' 하는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리면
'진짜로 어떤지 한번 낳아볼까?' 하는
반사적인 생각이 들더라고요.
만일 2세 계획이 생기면 줄리아 님께 자문을 구해야겠습니다.
아, 그리고 저도 페페 키워요.
번식력이 어마어마하더라고요.
키도 쑥쑥 크고요.
저희 집 식물 중에서 가장 건강합니다.
역시 식물은 처음부터 건강한 친구로 데려와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
'건강'이라는 개념에 대해 다시 고려해보게 됩니다.
옆에 있는 스파티필름은 처음 살 때 상태가 시들시들해서인지
새로 나는 잎도 영 힘이 없거든요.
그래도 어떤지 애정이 가요.
싱싱할수록 예쁘지만
'싱싱'이라는 것도 다 우리의 선입견 같기도 하고요.
얘기가 길어졌네요.
베비치노와 즐거운 휴일 보내셨길 바라며
육아로 바쁘실 텐데 답장은 여유 있게 보내주셔도 돼요.^^
그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