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가 주는 행복
출산을 하고나니 내가 정말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한 건가 싶을 때도 있다. 길게만 느껴지던 임신의 기간도, 터질 것처럼 부풀러 올랐던 배도 언제 그랬나 싶다. 사람들이 임신했을 때 힘든 거 까먹고 둘째 가진다고 하더니 왜 까먹는지 조금 알 거 같다. 뭔가 출산과 동시에 그 시간과 기억들이 벌써 가물가물해진다.
옆에 있는 귀여운 아기를 보면
‘정말 이 존재가 내 뱃속에 있었는가!’
‘어떻게 이렇게 온전한 아기가 내 뱃속에 있었는지’
너무나 신기하고 신비로움에 바등거리는 아기를 내내 쳐다보게 된다. 그렇게 내내 난 신비로움속에서 헤엄친다. 육아가 힘들다고들 하지만 사실 난 아직은 할 만하다. 아이와 매일 새로운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다. 이 아이에겐 매일이 엄청난 성장과 새로움일 것이다. 그런 존재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난 이 아이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그저 이기적으로 순수한 아기를 마주함에는 그 어떤 이성적인 생각이 없어지기에, 그 어떤 판단없이 이 존재를 관찰함이 내겐 더 없는 순수한 시간이다. 바라만 보는 것 만으로도 순수함을 같이 느끼게 해주다니! 화나고 짜증이 날 때에도 아기의 얼굴을 보면 그것들은 휘리릭 사라져버린다. 그저 이 아이와 나만이 존재하듯 그 순간을 즐기게 된달까. 그러니 이 존재에게 감사할 수 밖에!
다만 아기는 하루가 다르게 커가며 변화를 보이는데 내 아랫배는 아직 들어갈 생각이 없다. 어쩌면 안들어가는지도 모르겠다. 만삭일 때의 사진을 보면 늘어난 배가 어디가지도 못하는 이 상태가 이해가 되기도 한다. 그런 내 배를 보며 알기라도 한 듯 아기가 조그마한 두 발로 내 배를 통통 차며 꺄르르르 웃는다.
“하하;; 엄마 배 귀엽지?! 네가 여기서 나왔단다~!”
예전몸으로 돌아갈 순 없지만 지금이 좋다.
지금이 좋다는 말을 할 수 있어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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