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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리씨 Jul 09. 2022

순수

존재가 주는 행복



출산을 하고나니 내가 정말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한 건가 싶을 때도 있다. 길게만 느껴지던 임신의 기간도, 터질 것처럼 부풀러 올랐던 배도 언제 그랬나 싶다. 사람들이 임신했을 때 힘든 거 까먹고 둘째 가진다고 하더니 왜 까먹는지 조금 알 거 같다. 뭔가 출산과 동시에 그 시간과 기억들이 벌써 가물가물해진다.

옆에 있는 귀여운 아기를 보면

‘정말 이 존재가 내 뱃속에 있었는가!’

‘어떻게 이렇게 온전한 아기가 내 뱃속에 있었는지’

너무나 신기하고 신비로움에 바등거리는 아기를 내내 쳐다보게 된다. 그렇게 내내  신비로움속에서 헤엄친다. 육아가 힘들다고들 하지만 사실  아직은  만하다. 아이와 매일 새로운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다.  아이에겐 매일이 엄청난 성장과 새로움일 것이다. 그런 존재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아이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그저 이기적으로 순수한 아기를 마주함에는  어떤 이성적인 생각이 없어지기에,  어떤 판단없이  존재를 관찰함이 내겐  없는 순수한 시간이다. 바라만 보는  만으로도 순수함을 같이 느끼게 해주다니! 화나고 짜증이  때에도 아기의 얼굴을 보면 그것들은 휘리릭 사라져버린다. 그저  아이와 나만이 존재하듯  순간을 즐기게 된달까. 그러니  존재에게 감사할  밖에!

다만 아기는 하루가 다르게 커가며 변화를 보이는데 내 아랫배는 아직 들어갈 생각이 없다. 어쩌면 안들어가는지도 모르겠다. 만삭일 때의 사진을 보면 늘어난 배가 어디가지도 못하는 이 상태가 이해가 되기도 한다. 그런 내 배를 보며 알기라도 한 듯 아기가 조그마한 두 발로 내 배를 통통 차며 꺄르르르 웃는다.

“하하;; 엄마 배 귀엽지?! 네가 여기서 나왔단다~!”

예전몸으로 돌아갈 순 없지만 지금이 좋다.

지금이 좋다는 말을 할 수 있어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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