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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문일식 Feb 27. 2022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여행 이야기] 제주 서귀포층

180만 년 전 패류 화석을 만나는 곳, 제주 서귀포층 패류화석산지

눈 내린 제주 한라산 풍경

우리나라 최초의 세계지질공원은 어디인지 알아? 바로 제주도야. 제주도는 다양한 화산지형과 지질자원을 가지고 있는 섬이기 때문이지. 이로써 제주도는 2002년 생물권 보전지역, 2007년 세계 자연유산, 2015년 람사르 습지와 함께 자연환경 분야 4관왕에 올랐어. 


세계지질공원의 사전적 정의를 보면 "유네스코가 지질학적으로 뛰어나고 자연유산적으로 가치를 지닌 지역을 보전하고 관광을 활성화함으로써 주민소득을 증대시키기 위해 지정하는 구역"을 말해.

제주도의 지질공원으로 인증된 곳은 한라산, 성산일출봉, 만장굴을 포함하는 세계 자연유산지구 , 수월봉, 중문 대포해안 주상절리대, 등 대부분 제주의 관광명소로 오랫동안 인기를 누렸던 곳이지. 몇 해 전 우도, 비양도, 선흘 곶자왈 등이 포함돼 12곳으로 늘었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제주 서귀포층 패류화석산지 전경

12곳 가운데 대부분은 익히 들어 알만한 곳들이야.  다만 우리는 그 풍경에만 익숙해 있을 뿐이야. 워낙 잘 알려진 곳이니까. 그런데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되었음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 있어. 바로 제주 서귀포층 패류 화석산지야. 지층 중 하나인 서귀포층에 있는 조개 등의 화석산지라는 얘기지.


그럼 서귀포층은 뭘까? 좀 어려운 이야기가 될 텐데, 최대한 쉽게 얘기해 볼게. 우선 제주도가 어떻게 태어났는지를 알아야 해. 제주도는 지금의 한라산이 거대 화산 폭발을 일으켜 제주도가 탄생한 게 아니야. 아주 오랜 세월 동안 드라마틱한 변화를 거치며 탄생했지. 지각을 이루는 기반암 위로 미고결 퇴적층이 있는데, 여기서부터 화산활동이 시작돼. 미고결 퇴적층(제대로 굳지 않은 퇴적층)을 뚫고 마그마가 올라오는데, 마그마가 처음 만난 건 바닷물이었어. 어땠겠어? 아주 뜨거운 마그마와 차가운 바닷물이 만났으니 아주 격렬하게 반응했겠지. 마그마는 금세 식으면서 부서졌고, 알갱이가 되어 쌓이고, 또 바다에 살던 생명체들이 죽어 퇴적층에 쌓이지.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말이야. 이렇게 쌓인 퇴적층이 바로 서귀포층이야. 

서귀포층

화산 활동은 계속 이어져. 이제 본격적인 육상 화산 활동이 시작되지. 왕성한 화산 활동으로 마그마와 화산쇄설물은 서귀포층을 덮었어. 한라산까지 분화를 하면서 제주도는 현재의 순상 화산체가 된 거지. 이제 제주도가 오직 한라산의 화산활동으로 생긴 섬이라는 생각은 버려줘.

절멸종인 북륙 가리비 화석

서귀포층이 알려진 것은 아주 근래의 일이야.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2년  제주도에는 태풍 '볼라벤'이 강타했어. 태풍이 제주 해안을 강하게 휩쓸면서 일대 절벽의 암석들을 떨어뜨리면서 서귀포층이 노출됐어. 바닷속 두께 100m나 되는 서귀포층을 육지에서 만나게 되는 아주 귀하디 귀한 곳이지. 


그뿐 아니야. 서귀포층이 바다에서 생성될 때 당시 바다에 살던 해양생물들이 죽으면서 바닥에 쌓이고 쌓였지. 그 층을 육지에서 볼 수 있으니 당시 바다를 주름잡던 생물들이 고스란히 암석에 남아 있어. 커다란 가리비처럼 보이기도 하고, 마치 선사시대 사람들이 먹고 버린 패총 같기도 해. 최대 180만 년 전의 생물 화석을 직접 눈으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어.

서귀포층에서 만나는 패류 흔적

그리고 또 하나 제주의 지표는 물이 쉽게 빠져나가. 내가 제주도에서 몇 개월 있을 때 수 백 mm의 비가 내렸는데도 다음날 하천은 언제 비가 왔냐는 듯 조용히 흐르고 있었어.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지. 그렇게 빗물은 빠져 나가는 줄 알았는데, 서귀포층이 물을 가둬두는 역할을 하더라고. 우리가 삼다수를 마실 수 있는 이유가 될 거야. 


이렇게 오래되고 많은 지질의 역사를 품고 있는 서귀포층과 서귀포층 패류화석산지는 사람들이 많이 찾질 않아. 그나마 제주 국가지질공원, 제주 세계지질공원의 지질명소로 오르면서 알음알음 찾는 사람들이 생겼어. 대부분 이쪽 방면으로는 새연교와 새섬, 잠수함과 유람선으로 발길을 돌리지. 그게 좀 안타깝긴 해. 

새연교로 떨어지는 일몰

서귀포층은 새연교를 건너 새섬으로 들어가는 입구 바로 왼쪽 해안에 있어. 제주도 가서 까만 현무암만 보고 올 거야?? 180만 년 전 제주도가 태어나기 전의 지층, 또 그 속에 남은 아주 오래된 생물의 흔적, 서귀포층과 서귀포층 패류화석산지 꼭 만나보렴. 아마 특별한 제주를 만나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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