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로도 그 책임은 우리 팀에 남았다.
떠나지도, 변하지도 않았다.
나와의 관계는 최악이었다.
하지만 팀 업무는 계속되어야 했다.
그리고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그 책임이 김영호 책임에게 찾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영호 책임님."
"네?"
"컨퍼런스 일 어때요? 재밌어요?"
"네, 재밌습니다."
"좋겠네요. 저도 그 일 하고 싶은데…"
"네?"
"팀장님이 저한테는 안 시켜주세요."
김영호 책임이 난처해했다.
처음에는 가볍게 넘겼다.
하지만 그 책임은 계속 같은 이야기를 했다.
"영호 책임님은 좋겠어요. 컨퍼런스 같은 화려한 일 하고."
"저는 왜 안 시켜줄까요."
"제가 뭐가 부족한가요."
한 달에 한두 번씩.
복도에서, 휴게실에서, 점심시간에.
김영호 책임이 내게 왔다.
"팀장님."
"왜?"
"한민석 책임님이 자꾸 제게 컨퍼런스 이야기를 하세요."
"본인이 하고 싶다고."
"팀장님이 안 시켜준다고."
나는 한숨을 쉬었다.
"미안해. 내가 이야기할게."
하지만 그 책임은 멈추지 않았다.
결국 김영호 책임은 그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그토록 어렵게 회복했던 관계.
그것마저 한민석 책임 때문에 금이 가고 있었다.
AI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ChatGPT가 세상을 뒤흔들고 있었다.
나는 새로운 컨셉을 구상했다.
'Prompthon'
프롬프팅 + 해커톤.
개발자, 디자이너, 비개발자가 팀을 이뤄서 AI를 활용해 3일 만에 실제 구동 가능한 제품을 만드는 대회.
나는 개략적인 output image를 그렸다.
참가자 규모: 1년차 100명 → 3년차 300명
우수작 incubation: 실제 사업화 지원
전사 AI 활용 문화 확산의 시발점
컨퍼런스와 쌍벽을 이루는 대표 프로그램
그리고 결정했다.
'이 과제를 한책임에게 맡기자.'
영화 '더 킹'에 나온 대사가 생각났다.
"이슈로 이슈를 덮는다."
정면으로 부딪치는 것만이 답이 아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인정이다. 자기만의 무대다.
컨퍼런스를 탐내는 이유도 그것이다.
그렇다면 컨퍼런스보다 더 매력적인 무대를 만들어주면 어떨까.
그의 관심을 돌릴 새로운 이슈를.
나는 그를 불렀다.
"한책임님."
"네, 팀장님."
"새로운 프로젝트 하나 제안하고 싶습니다."
나는 준비한 자료를 펼쳤다.
"Prompthon입니다."
"Prompthon?"
"네. AI 시대의 새로운 개발자 육성 프로그램이에요."
나는 천천히 설명했다.
"컨퍼런스는 지식 공유의 장이에요. 1년에 한 번, 모여서 배우고 교류하는."
"하지만 Prompthon은 다릅니다."
"직접 만들어내는 거예요. 3일 만에 실제 작동하는 제품을."
"AI 시대의 핵심 역량을 체득하는 장이죠."
그 책임의 눈이 조금씩 빛나기 시작했다.
나는 계속 이어갔다.
"이 프로그램이 성공하면."
"컨퍼런스와 쌍벽을 이루는 우리 팀의 대표 브랜드가 됩니다."
"1년차 100명으로 시작해서."
"3년 후에는 300명 규모로 키울 겁니다."
"그리고 우수작은 실제 사업화까지 지원할 계획이에요."
"CTO 보고 라인에도 올라갈 거고."
"전사 AI 확산의 상징이 될 겁니다."
나는 그를 똑바로 쳐다봤다.
"이 프로젝트를 책임님이 맡아주셨으면 합니다."
"저요?"
"네."
"왜… 저죠?"
나는 준비한 답을 꺼냈다.
"책임님은 15년차 베테랑이세요."
"기술도 알고, 트렌드도 읽고, 개발자들 마인드도 이해하시죠."
"이 프로젝트는 그런 사람이 필요합니다."
"컨퍼런스는 이미 김영호 책임이 완벽하게 시스템을 만들어놨어요."
"거기에 끼어드는 것보다."
"책임님만의 새로운 무대를 만드는 게 낫지 않을까요?"
침묵이 흘렀다.
"Prompthon…"
그가 중얼거렸다.
"생각해볼게요."
"네. 천천히 생각하세요."
"다만…"
나는 마지막 한 마디를 던졌다.
"이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가."
"우리 팀의 AI 시대 입지를 결정할 겁니다."
"그만큼 중요한 일이에요."
"그리고…"
나는 잠시 멈췄다가 이어갔다.
"책임님이 작년 평가에서 제가 지적했던 부분."
"새로운 도전, 새로운 성과."
"이게 바로 그 기회입니다."
그의 눈빛이 변했다.
한책임이 답을 가지고 왔다.
"하겠습니다."
"좋습니다."
"다만 제 방식대로 해도 될까요?"
"당연하죠. 기획부터 실행까지 전부 맡기겠습니다."
"제가 드린 건 큰 그림이고."
"디테일은 책임님이 만드세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날부터.
그 책임은 Prompthon에 완전히 몰입했다.
기획안을 짰다.
파트너를 섭외했다.
홍보를 시작했다.
컨퍼런스 이야기는 더 이상 하지 않았다.
김영호 책임에게 가서 불평하는 일도 사라졌다.
Prompthon이 그의 새로운 무대가 된 것이다.
복도에서 마주쳤다.
"Prompthon 준비 어떻게 돼가요?"
"잘 되고 있습니다."
"1차 목표 100명 참가자 확보했습니다."
여전히 우리의 관계는 냉랭했다.
하지만 적어도 일은 되고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김춘수 시인의 시 '꽃'처럼.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컨퍼런스가 아니라.
Prompthon.
그것이 그의 새로운 이름이었다.
첫 Prompthon이 열렸다.
참가자 120명.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3일간의 해커톤.
AI를 활용해 실제 작동하는 제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우수작 5개는 실제 incubation 프로그램에 선정되었다.
행사가 끝나고, 결과 보고 미팅.
그 책임이 발표했다.
"1차 Prompthon,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참가자 만족도 4.7점."
"우수작 5개 incubation 진행 예정."
"내년에는 200명 규모로 확대하겠습니다."
최 상무가 고개를 끄덕였다.
"잘했어요. 새로운 프로그램을 이렇게 안착시키기 쉽지 않은데."
"이게 바로 새로운 도전이고 새로운 성과죠."
그 책임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통했구나.'
'이슈로 이슈를 덮는 게.'
우리의 관계는?
여전히 어색하다.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다.
평가 이슈, 노무사 고발, 그 모든 일들의 상처는 남아 있다.
하지만 적어도 팀 업무는 돌아간다.
그는 Prompthon을 통해 자기 영역을 찾았고,
김영호 책임과의 관계도 더 이상 악화되지 않았다.
나는 더 이상 정면 충돌을 하지 않는다.
대신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그의 에너지를 건설적인 방향으로 돌린다.
그리고 그는 실제로 새로운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팀장의 일은 그런 것이다.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문제를 관리할 수는 있다.
완벽한 답은 없다.
다만, 더 나은 방향이 있을 뿐이다.
"팀장은 두 개의 세계를 봅니다. 갈등을 정면으로 돌파하는 세계. 그리고 갈등의 에너지를 다른 곳으로 돌리는 세계. 때로는 후자가 더 현명한 선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