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주관 커미티까지 가면 공개 석상에서 공방을 해야 한다.
양쪽 다 증거 자료를 제출하고, 심사를 받는다.
나도, 그 책임도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며칠 후.
한민석 책임이 메일을 보냈다.
"3차는 포기하겠습니다."
"평가 수용하겠습니다."
나는 안도했다.
'이제 끝났구나.'
하지만.
진짜 전쟁은 이제부터였다.
그 책임은 내게 큰 반감을 품게 되었다.
표면적으로는 평가를 수용했지만.
이후부터 그는 나를 끌어내리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가 보내는 모든 이메일.
팀 미팅에서 하는 모든 말.
그는 모니터링했다. 기록하고 심지어는 녹음하고 있다는 것은 나중에 알기도 했다.
그리고 문제의 소지가 될 만한 것들을 모았다.
6월 어느 날.
나는 본사 HR 노무사에게 호출을 받았다.
"류 팀장님, 앉으세요."
"무슨 일입니까?"
"한민석 책임으로부터 민원이 들어왔습니다."
"민원이요?"
"네. 팀장님이 본인을 부당하게 대우하고, 위압적인 언행을 했다는 내용입니다."
나는 할 말을 잃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입니까?"
노무사가 서류를 건넸다.
거기에는 내가 지난 6개월간 한 말들이 적혀 있었다.
"처신 똑바로 하세요."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됩니다."
"책임감을 가지세요."
모두 팀장으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말들.
하지만 그는 이것을 '위압적 언행'으로 신고한 것이다.
"팀장님."
노무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정도로 징계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민원이 들어온 이상 처리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경고장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경고장이요?"
"네. 형식적인 거예요. 조심하시라는."
나는 경고장을 받았다.
억울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조직 책임자의 역할이 그런 것이니까.
며칠 후.
최 상무가 나를 불렀다.
"류 팀장."
"네, 상무님."
"힘들지?"
"…괜찮습니다."
"아니야. 내가 다 알아."
최 상무가 한숨을 쉬었다.
"한민석 책임 건 때문에 노무사한테 갔다 왔다며."
"…네."
"그 친구 참 교묘해."
"네?"
"결정적 과오는 안 남기거든. 그래서 우리도 잡을 수가 없어."
"살살 괴롭히는 스타일이야. 녹취도 안 되고, 증거도 안 남고."
최 상무가 나를 쳐다봤다.
"견딜 수 있겠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할 수 있습니다."
"그래. 미안하다."
"상무님이 미안하실 건 없습니다."
"아니야. 내가 조직 이동시켜줬어야 하는데…"
최 상무가 말을 흐렸다.
"근데 지금 상황에 받아줄 팀도 없고."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침묵했다.
그날 밤,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게 팀장이구나.'
이의제기를 받아들이는 것도 팀장의 몫.
노무사 앞에서 해명하는 것도 팀장의 몫.
경고장을 받는 것도 팀장의 몫.
그 모든 것이 팀장의 몫이었다.
나는 잠들지 못했다.
평가 시즌이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전쟁은 그 후였다.
이의제기는 시작이었을 뿐.
노무사 호출, 경고장, 변한 분위기.
이 모든 것과 싸우는 게 진짜 전쟁이었다.
그리고 이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팀장은 두 개의 세계를 봅니다. 하나는 팀원들이 보는 세계. 다른 하나는 조직이 보는 세계.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 그것이 팀장의 숙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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