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 2. 졸업

by 미생팀장

내가 존경하는 몇 안되는 임원께서 오늘 퇴직하셨다.

부사장이나 되시는 분이 일개 팀장에게 직접 연락을 주셨다. 어쩌다가가 아니라 이 분은 항상 그러셨다.



000 부사장님께서 주신 톡

이번에 드디어 졸업합니다.


지난 35년 동안 한 회사와 맺은 짧지 않았던 인연을 보람차고 영광스럽게 좋은 모습으로 잘 마무리하게 되어 참으로 다행스럽고 감사한 마음이네요.

그 장면장면에 같이 계셨던 여러분들의 지지와 도움 없이는 절대 이룰 수 없는 성취였고

팀장님도 주요 등장인물이었죠

고맙습니다.


물론 힘든 날도 꽤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그 때의 비바람이 훗날 나무와 풀이 더 잘 자랄수 있는 밑거름이었던 것 같네요.

흔히 얘기하듯이

"그 시련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습니다" 처럼 말이죠.


단한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마지막 장에서는 나 스스로 내려오겠다는 바람이 있었는데 우물쭈물 하다가 그 기회가 이제 사라졌다는건데

욕심이기도 하겠지만

이것도 뭐 날 단련시키는 일종의 시련이라고 생각을 고쳐먹어야겠지요. ^^


앞으로도 종종 연락 하면서

건강하게 생활해 나아갈게요.



제가 드린 답장

부사장님, 000입니다.


35년이라는 시간, '졸업'이라는 단어로 담아내시는 그 담백함이 부사장님다우십니다.


저는 부사장님 덕분에 한 가지를 배웠습니다.

높은 곳에 있을수록 먼저 손 내미는 것, 그것이 진짜 리더십이라는 것을요.

명절마다 먼저 보내주신 안부, 부문도 직급도 다른 팀장에게 건네주신 격려, 그 하나하나가 제게는 "리더란 이런 사람이구나"를 보여주신 교과서였습니다.


부사장님께서 뿌리신 씨앗들이 회사 곳곳에서 자라고 있을 겁니다. 저도 그중 하나입니다.

스스로 내려오고 싶으셨다는 말씀,

운구기일(運九技一).

아마 그 타이밍조차도 부사장님의 운이 모시고 갈 더 좋은 곳이 있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앞으로도 종종 연락드리겠습니다.

건강하시고, 다음 장면에서 또 뵙겠습니다.


000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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