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학을 했지만, 돌아왔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수업은 들었고, 출석은 채웠다.
그런데 그게 내가 있어야 할 자리라는 확신은 없었다.
주변은 다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대학원, 유학, 같은 전공의 석박사.
나만 임시로 앉아 있는 사람 같았다.
불안해서 영어를 공부했고,
재미가 있어서 컴퓨터를 만졌다.
이게 진로인지 도망인지 구분할 만큼
여유가 있는 상태는 아니었다.
전과를 생각했다.
문과에서 이과로.
지금은 별일 아닌 것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그때는 설명하기 어려운 선택이었다.
그래서 준비했다.
확신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여기에 더 머물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학교를 고르고, 서류를 만들고,
결과를 기다렸다.
그리고 2000년 말,
Rutgers University New Brunswick의
Computer Science로 향했다.
그때는 몰랐다.
그 선택이
‘시작’이 아니라
‘붕괴의 입구’였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