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다음 날 아침,
팀 회의가 있었다.
평소와 다르지 않은 일정이었다.
안건도 익숙했고,
참석자도 늘 보던 사람들이었다.
나는 여전히
팀장 자리에 앉아 있었다.
회의를 시작하려는데
누군가 손을 들었다.
김영호 책임이었다.
“팀장님,
어제 말씀하신 그 방향 말인데요.”
그는 준비해온 자료를 열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이렇게 정리해봤습니다.
아직 완성은 아니고요.”
자료는 정제되지 않았고,
구성도 거칠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어제의 결정이,
오늘의 시도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
회의실을 둘러보니
다른 팀원들도 화면을 보고 있었다.
누군가는 고개를 끄덕였고,
누군가는 질문을 적고 있었다.
아무도
어제 내가 느꼈던
회의실의 정적을
알지 못했다.
그 순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없어도
이 팀은 굴러갈까.'
아마도 그렇다.
조직은 개인 없이도 움직인다.
하지만
이 장면은
내가 없으면
조금 달라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의가 끝나고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를 떴다.
김영호 책임이
내 자리로 와서 말했다.
“팀장님,
어제 그 말씀 덕분에
정리가 좀 됐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전부였다.
그날 깨달았다.
내가 팀장 자리에 남아 있는 이유는
대단한 목표 때문이 아니라는 걸.
누군가의 하루가
조금 덜 흔들리게 만드는 선택,
그 정도의 역할 때문이라는 걸.
그래서
나는 그만두지 않았다.
모든 질문에 답할 수 있어서도 아니고,
항상 옳은 결정을 할 수 있어서도 아니었다.
다만
내가 오늘 떠나면,
오늘의 이 장면은 없을 것 같아서.
그게
내가 그 자리에
계속 앉아 있었던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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