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낙오자 MIT 장학생 되다

Good Luck my Girl!

by 미상이

요즘 존 리 아저씨가 사교육 시키지 말라는 말을 어디서든 줄곧 강조하고 있다. 내가 바로 20년 전부터 이것을 실천해온 자다. 다만 나는 그 돈을 모아서 투자할 생각은 못했다. (그래서 지금 돈이 읎다)

나는 학원 보낼 돈을 모아서 애들이랑 여행을 가야지 했었다. 그래서 과분하게 우리는 제법 많은 곳을 여행했고 여행 책도 출간했다.


우연히 작은 녀석의 중학교 1학년 때 성적표를 발견했다. 이 성적표를 보고 얼마나 웃었는지...

녀석이 초등학교 4 학년 때 담임 샘이 나를 불러서 했던 말이 기억난다.

“다른 학원은 안 보내더라고 수학 학원만은 꼭 보내주세요”

“ 네 선생님”

얼마나 답답하면 담임 샘이 내게 이렇게 말했을까. 엄마도 아이도 한심해 보였을 것이다. 나는 선생님께 대답은 그렇게 하고도 수학학원을 보내지 않았다. 내 딸들은 나를 닮아 수학을 좋아하지 않았다. 내가 수포자였기에 내 애들이 수학을 잘하리라 기대하지도 않았다. 나는 애들이 학원 다닌다고 수학을 잘하게 된다고 믿지 않았다. 다만 나는 아이들이 나름대로 잘하는 것이 있으리라 믿었고, 어떻게든 밥벌이는 하는 사람이 되리라고만 믿었다. 명문대를 보낼 생각도 없었고 꿈꾸지도 않았다. 다만 나는 아이들이 어떤 일을 하며 살던지 이 세상에 마음 붙일 한 가지 좋아하는 것을 지니고 살길 바랐다.

내가 문학을 좋아했고 음악을 사랑하듯이 아이들도 그랬으면 했다. 힘들 때나 외로울 때, 마음을 가눌 수 없을 때. 밖으로 헤매지 않고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다시 일어날 수 있었던 것처럼, 내 아이들도 그랬으면 했다.

다행히 내 아이들은 음악을 좋아해서 피아노 학원만은 싫증 내지 않고 다녔다. 나는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부족하고 아이들에게 상처도 준 엄마였겠지만 적어도 성적 때문에 아이들을 나무란 적은 없었다.


작은 녀석은. 5살 때 “ 나는 공부하기 싫어서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라고 했었다. 유치원도 싫어했었다. 초등학교 입학한 다음날엔 “ 나는 초등학교만 다니고 중학교부터는 학교 안 다닐 거야”라고 말했었다. 아마 나는 그때 마음을 비웠을 것이다. 이 아이가 공부를 잘 하리란 기대. 공부로 성공하리란 기대. 녀석은 정말 중학교 1학년 때 학교를 때려치웠다.


그리하여 중학교 1학년 1학기 성적표를 보니 기가 막히면서도 많은 감정이 오간다. 지금 보니 학원 안 다니고 시험공부도 대충 한 거에 비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심지어 당일 시험과목도 기술가정 공부했는데 학교 가니 한문 시험이었다고..... 하여 여기 기술가정 점수가 좋은 것은 전날 공부를 미리 했던 탓이고, 한문 성적이 좋은 것은 그나마 장원한자는 했기 때문이다. 과학 성적이 준수한 것은 월간 <과학쟁이> 잡지를 좋아한 탓이고. 영어점수가 준수한 것은 아기 때부터 주야장천 집에서 영어테이프를 틀어놓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학 점수가 진짜 리얼 “ 가”이다.

게다가 지각을 밥 먹듯이 하고 1교시에도 가곤 했던 제멋대로였던 생활태도는?


이렇게 제멋대로에다가 수학이 싫어서 수학을 아예 안 했던 녀석이 나중에 대학가서는 “ 왜 나를 때려서라도 수학 공부를 시키지 않았냐?” 고 내게 항의했다는 것이다.

“퍽도 시킨다고 했겠냐? 뭐든 다 네 멋대로인 네가?”

결국 아이들은, 인간은, 자신이 간절 할 때 절실할 때 한다. 그러므로 내가 학원비를 낭비하지 않은 것은 잘한 일이다. 다만 학원비만큼 더 많은 비용이 녀석에게 들어갔지만 말이다.


아무튼 수학 점수 “가”를 받았던 수학 낙오자였던 녀석이 어쨌든 지금은 MIT 건축 대학원에 입학했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학비 75% 감면에 생활비 만 불을 받기로 했다는 것이다. 녀석이 중학교 때려치우고 이렇게 되기까지 아,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아무튼 어찌하다가 나는 아이를 MIT에 보낸 엄마가 되었다. 이게 웬일인지 나도 모르겠다.

보스턴에 도착하여 한 이틀 신나다가 학기 시작 하기도 전에 과제가 있어 날밤 새운 초췌한 얼굴로 녀석이 어제 말했다. “엄마, 여기 학생들이 말하는데 MIT 생활은 한마디로 매 순간 소방호스로 물을 삼키는 것과 같대. 달리 표현할 수가 없대. 내가 여기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내게 남아도는 시간을 너에게 줄 수 있다면...... Good Luck my 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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