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ene Grimaud

Ravel Concerto in G Major Adagio Assai.

by 미상이

Ravel Concerto in G Major Adagio Assai.

밤의 무거움이 다 빠져나간 텅 빈 고요. 새들이 눈뜨기 전에 숲이 먼저 부산스럽게 몸을 털어내는 차가운 공기. 아직 어두운 시간. 이 순간의 마음을 어떻게 보듬어야 할지, 어떻게 이 느낌을 전해야 할지 당혹스러운 시간. 새벽의 적막감이 낯설 때 엘렌 그리모(Helene Grimaud)가 연주하는 라벨( Ravel)의 피아노 협주곡을 듣는다.

홀로 남는다 해도

빈털터리가 된다고 해도

아무도 나를 돌보지 않는다 해도

이 음악을 들을 수 있었으니 괜찮다.

맘에 안 드는 것이 많은 세상이지만 이런 음악이 있어 다 괜찮다.

음악은 언어가 없어서 좋다. 언어가 없는데 다 알고 느낄 수 있는 이 무한함.

아, 그동안 너무 많은 언어들 때문에 고단했다.

추운 겨울 아침, 따뜻한 온수매트에 누워 이불을 둘둘 감고 이 연주를 듣는다. 무엇을 더 바랄 것인가.

이 곡만큼은 엘렌 그리모의 이 연주가 최고다. 플루트, 오보에, 아담 드라이버 닮은 지휘자(Vladimir Jurowski)의 표정과 손끝까지 완벽하다. 좀 더 이렇게 누워있다가 일어나야지......


Helene Grimaud, Vladimir Jurowski -2009-

https://www.youtube.com/watch?v=NRTWLQ4nI6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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