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편 친구들과 부부동반 모임을 신혼 초에 몇 번 했었다. 그러나 아이가 태어난 후 부부동반 모임은 지금까지 나간 적이 없다. 그동안 남편의 친구들을 만나지 않고 살아왔다. 모두 술 좋아하는 친구들이어서 부부동반 모여도 술 마시다 끝나는 게 너무 싫었다. 특히 아이에게 그런 아빠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다. 남편의 친구들을 내가 바꿀 수는 없었다. 나는 그 부류에 합류하지 않았다. 그러니 H도 후배도 만나지 않았다.
그런데 문득 지난봄 카페에 앉아있다가 그 H와 후배 생각이 났다.
남편에게 물었다 “ 그 H 씨랑 후배(이름도 잊었다) 잘 지내고 있어? 갑자기 그 사람들 생각나네...”
남편이 말했다 “ 내가 말 안 했나? H가 죽었다고...”
“ 아니 말 안 했는데? 왜?”
“ 지난봄에 죽었어. 간암으로”
“ 아니 근데 나한테 왜 말 안 했어? 그럴 땐 가 봐야지 ”
“ 나도 못 가봤어. 아프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면회도 안 되고... 전화도 안 받고 나중에 장례 치르고 연락했더라고”
“ 아니 그러면 내 후배는 어찌 지내?”
“ 잘 지내겠지 처가가 원래 부자잖아. H도 아프기 전부터 방 얻어서 혼자 지냈는데 뭘......”
나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신혼 때부터 술 때문에 속 섞이더니, 결국 나이 들어도 그 버릇 못 고치고 혼자 지내다가 간암에 걸려 죽은 친구 H.... 어쩐지 언젠가부터 남편도 간 영양제를 열심히 먹더라니 그 이유를 알았다.
착하고 성실했던 H 씨, 가족들도 친구들도 면회도 못 오는 병실에서 홀로 생을 마감했다. 그렇게 일찍 가려고 젊어서부터 술을 당겨 마셨나,
이 편지를 통해 안 것은 중학교 때 남편은 곱고 귀여운 얼굴이었다는 것
한때는 순수하고 푸르던 소년들이 술에 절어 늙어가고 있다.
안타깝지만 타인의 삶에 누구도 관여할 수가 없다. 부부라도 자식이라도... 어찌할 수가 없다. 인간이 하얗고 깨끗하게 늙어가는 일이 참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