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상이 Aug 28. 2023

내가 좋아하는 음악은 모나코 야

인천에서 코스모스 가  7


내가 사랑하는  코스모스의 계절은

어김없이 돌아왔구나

지난가을 내가 너에게 “코스모스”를 좋아한다고 한 말이

문득 생각이 나는구나.

O 아 그동안 안 – 녕.

모든 일이 뜻대로 되질 않아 몹시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단다 지금의 난.

지금 쓰고 있는 편지도 위 사항 중의 하나야.

넌 어떻게 지내고 있니?

물감에 목욕을 한 듯 노란색 , 빨강색 주홍색......

오색 단풍이 낙하를 보며 또다시 슬픔을 느끼고 잊진 않는지 (지난가을처럼)

오늘 말하고자 하는 바는

만나자고 한 것에 대한 이야긴데, 이젠 어차피 늦어버렸으니

겨울 방학이 어떨까

그동안은 중간고사, 학기말고사, 소풍등 많은 학교행사로 좀 바쁠 것

같으니까 눈 오는 밤 만나기로 하자

첫눈이 오는 날 만나면 더욱 감성적이겠지만

아마도 첫눈은 겨울 방학 때까지 기다려주지 못한 채 내려 버릴 거야.

어때 내 생각에 너도 동의하지?

너도 서두르고 싶지 않다고 했잖아.

그건 그렇고

시월 초면 중간고사를 보아야 할 거야.

ㅇ아 자신 있니.

이번만큼은 진심으로 좋은 점수받길 빌겠어. 물론 나도 열심히 할 거야.

여유를 찾을 정도마저 열심히 해 볼 생각이야.

너도 시월 이 일부터 열리는 미전에 가겠지( 나도 갈 거야)

우리 이것도 열심히 보아두자.

그런데 난 이해할 수 없는 작품이 많아서 곧잘

화를 내게 되는데 넌 그런 적이 없니?

하지만 난 이해하려고 노력은 해

그러고 보면 정말 예술은 오요한 것 같애

그리고 이건 성격파악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은

Monaco (모나코) 인데 ㅇㅇ이도 한 번쯤 꼭 들어 봤으면 좋겠어.

또 내가 좋아하는 시야 너도 좋아하게 될 거야 ( 난 너무너무 좋아하거든)

    

가을 저녁의 詩   -김춘수-

    

누가 죽어가나 보다

차마 다 감을 수 없는 눈

반만 뜬 채

이 저녁

누가 죽어가나 보다.


살을 저미는 듯한 이 세상 외롬 속에서

물같이 흘러간 그 나날 속에서

오직 한사람의 이름을 부르면서

애터지게 부르면서 살아온

그 누가 죽어가나 보다.

    

물과 나무 그리고 산과 언덕

온 누리 위에 스며 번질

가을의 저 슬픈 눈을 보아라.     

정녕코 오늘 저녁은

비길 수 없이 정한 목숨이 하나

어디로 물같이 흘러가 버리는가 보다.  

  __

(뒤면)


편지가 늦어진 것에 대해서는

건방진 것 같지만 미안하다고는 하지 않겠어

편지가 왔으니까 답장은 해야겠다는 의무감에서

편지하기보다는 이렇게 갑자기 편지가 쓰고 싶을 때

손이 쓰기보다는 마음이 쓸 때 서로에게 부담감도 없고

내가 원하는 바요, 또한 ㅇㅇ에게도 좋은 일이라 생각해

    

° 너의 편지를 몽땅 읽어보았는데 가족 상황이 적혀있질 않더구나

  갑자기 궁금해졌어.

  알려줄 수 있겠지?

                                  1980. 10. 05     



   

남편은 지난가을 오색 단풍의 낙하를 보면서  슬픔을 느낀다고

이 여학생에게 편지를 썼었나 보다 ㅋㅋ

그럼 제법 오랜 기간 편지를 주고받았다는 것인데...

인천에서 세 명의 여학생이 편지를 보내고 있다.

① 오빠라고 부르는 여학생,  ② 이름을 부르는 동갑내기 여학생, 그리고  ③ S.

이건 동갑내기 여학생이 ②가 보낸 거다.

주소 이름도 없이 “ 인천에서”라고만 쓰여있다.

필체를 보면 지난번 죽음을 즐거워한다던 여학생 같은데 그 여학생이 아니라면

인천 여학생이 4명인가?

아 도대체 나는 어떤 남자랑 결혼을 한 것인가.

딸들이 나에게

“ 왜 엄마는 아빠 같은 남자랑 결혼했어?” 할 때마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서

“ 우리 딸 ㅇㅇ 만나려고 그랬지.” 했는데

아휴 진짜 나도 참 답답하고 꽤나 멍청한 여자였나 보다.

    

영화나 이런 걸 보면 이런 연애편지들을 낭만적이고 아름답게 표현하겠지

“러브레터”라는 연극도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그냥 음악이 흐르면 연애편지만 읽어주는 그런 연극으로 알고 있는데

왠지 아름다울 것 같았는데 이 편지들을 꺼내 적다 보니

그리 낭만적이지도 아름답지도 않다.

     

그래도 그냥 쓰레기통에 재활용에 어떻게든 버릴 수가 없어서 이렇게라도 적어놓고 버리려고 한다. 그런데 슬슬 짜증이 나려 한다. 그래도 나와의 약속이니 적어놓고 이참에 다 버려버릴 것이다. 추억도 수준이란 것이 있다는 걸 알았다. 적어도 3류 이상은 되어야 추억도 기억하고 봐줄 만하다는 것을 알았다.  덕분에 오랜만에 <모나코>나  한번 들어보자

         




https://youtu.be/X6757VkzIr4?si=91Iv3VGoEgnU--Lp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