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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니 Apr 09. 2021

나의 존잘님을 지켜줘

타인의 재능에 대한 나의 자세

누군가 재능을 꽃피우는 것은 축복할 만한 일이고 그 재능이 내가 관심 있는 분야에서 번성하고 있다면 더욱더 기쁜 일이다. 그러나 타인의 입장에서 후자는 가끔 순수해지기 힘들다. 특히 나의 취향을 꼭꼭 찝어서 내 마음에 쏙 들게 가공한 결과물을 보면... 저 일을 내가 할 수도 있었으리라는 망상이 들기 시작한다. 저 사람만큼 형편이 좋았더라면 더 젊었더라면 많은 기회가 주어졌더라면... 그 질투의 크기는 대략 사랑의 크기와 동일하다.

이런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힘들어진다. 차라리 잘 아는 사람이라 그가 겪은 개인적 고난들을 알 수 있었다면 좋겠지만 이런 생각을 하는 대상은 대체로 나에게는 아무 관심이 없는 셀럽이거나 최소 셀반인? 그를 '팔로'하기는 괴롭고 안하자니 너무나 관심이 간다. 이 갈등의 중요한 포인트는 나 혼자 이러고 있다는 것. 이거슨 스토킹의 1단계일까? 인제 뫅 그 사람이 최근 한 말에서 내가 트윗하거나 어디선가 한 말과 일치하는 게 나타나면 아니 그가 사실은 나를 보고 있었어 라던가 사실 우리는 특별한 사이! 라던가 이렇게 망상이 시작되면 2단계, 그러다 가택 침입하고 이러면 어엿한 범죄자가 되는 거죠. 근데 나만 지금 너무 솔직한가요? 다들 1.5단계 정도는 경험해 보지 않았나요? 이해가 안된다면 원래 성향마다 더 이해하기 쉬운 범죄가 있는 거니까요. 참고로 전 강도나 치정 살인 같은 건 이해가 안되는 편입니다. 물론 일반인은 선이라는 걸 지키겠지요. 저도 물론 엄청나게 시시한 일반인입니다. 약간 망상 체질일 뿐 ㅋㅋㅋ

여튼 다행히 요즘은 대체로 이런 생각에서 벗어나서 1 단계 쯤에서 '내가 그랬다면 더 잘했겠지', 심지어 '인류의 대 손실이구만' 라고 뻔뻔하게 이런 망상을 할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저 사람은 평행 우주를 사는 나일지도 몰라.' 라며 차원을 넘나드는 우주적 스케일의 대상화를 하곤 한다. 라이크와 하트로 나의 평행 우주에 닿을 수 있다니 참 낭만적인 세상이다. 뭐 대충 그런 생각으로, 존잘님들을 나에게서 지켜 주는 요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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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브런치 들어오니 뭐가 이렇게 잘 모르겠죠;? 잡지 정리하고 싶은데 모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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