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학多食 04-1.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맥도날드

숨겨진 메뉴 "육해공 버거"를 아시나요?

by 미석가

"아메리칸드림"이라는 말이 있다. 외국인들이 미국에 가기 전 가지는 기대와 희망, 또는 목표를 뜻하는 말이다.


나 역시 나만의 아메리칸드림이 있었다. 나의 아메리칸드림은 미국 현지 패스트푸드점에 가보는 것이었다. 방학에 어학연수 또는 휴가를 이유로 미국에 다녀온 친구들의 "이젠 한국 햄버거는 못 먹겠다니까"라는 자랑 아닌 자랑(?)을 들을 때마다 나는 미국에서 먹는 패스트푸드에 대한 환상을 품곤 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자취하게 된 지 어언 8년 정도가 흐른 지금, 그토록 가보고 싶었던 미국의 패스트푸드 전문점들은 나에게 더 이상 특별한 장소가 아닌 그저 한 끼 가볍게 때우는 식당, 혹은 그저 집 근처에 있는 수많은 가게들 중 하나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그럼에도 난 가끔 패스트푸드를 먹으러 간다. 기름진 게 유난히 당기는 날이나 예상치 못한 충동적 소비로 지갑이 가벼워졌을 때엔 패스트푸드만 한 "저비용-고효율" 음식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한 패스트푸드는 나에게 특별함을 가져간 대가로 나를 소위 말하는 "패스트푸드 전문가"로 만들어 주었다.


이번 글과 다음 글들에서는 내가 여태껏 미국에 살면서 먹어본 햄버거 및 다른 패스트푸드들에 대한 지극히 주관적인 평점과 흥미로운 사실들, 그리고 추천하는 메뉴 등을 소개하고자 한다. "미국 8년 차 유학생의 패스트푸드 가이드"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듯하다. 미국을 방문할 계획이 있으시거나 미국에 거주하고 계시다면 참고하시라.


패스트푸드 가이드 시리즈, 그 첫 번째 타자는 맥도날드다.

맑고 푸른 미국 하늘 아래 맥도날드 간판. 이 사진은 내가 가졌었던 아메리칸드림 그 자체다.

미국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 중 하나는 아마 맥도날드일 것이다. 실제로 햄버거 체인 중에서는 그야말로 압도적인 매장 수를 자랑한다. 맥도날드는 미국 전역에 총 14,036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수치는 그다음으로 많은 매장을 가지고 있는 버거킹의 매장 수의 약 2배다 (버거킹 매장 수는 7,226개이다). 얼마나 자주 보이는지 여기에 과연 사람이 살까 싶은 시골 동네에도 맥도날드는 하나씩 꼭 있을 정도다.


왜 이렇게 많은 맥도날드가 있는 걸까? 미국 본토의 맥도날드엔 뭔가 특별한 게 있기 때문일까? 견문이 넓지 않던 어린 시절엔 미국에 다녀온 친구들의 "미국 맥도날드는 한국 맥도날드와 다르다"라는 자랑 섞인 말을 믿지 않았지만, 적어도 미국 패스트푸드에 대해서 잘 알게 된 지금은 확실히 그 친구들의 자랑이 마냥 자랑이 아닌 사실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한국과 미국 맥도날드의 맛은 정말 다르다--한국 맥도날드가 훨씬 맛있다.


물론 매장마다 다를 순 있지만, 미국의 대중적인 패스트푸드 체인점들 (맥도날드, 버거킹, 타코벨 등)은 대부분 음식을 한국보다 대충 만든다는 느낌이 강하다. 재료를 하나하나 툭툭 던져서 만든 느낌이랄까. 반면에 한국 패스트푸드점은 햄버거를 참 "오밀조밀하게 잘 만든다"라는 느낌이 강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난 맥도날드를 먹을 때면 한국에서 먹던 맥도널드가 그리워진다.


이렇다고 해서 맥도날드가 객관적으로 맛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구관이 명관이라 했던가. 햄버거 계의 전통 강호라고 할 수 있는 빅맥, 쿼터파운더 등의 맥도날드 햄버거와 갓 튀긴 감자튀김의 조합은 참 언제 먹어도 최소 평균 이상은 보장하는 맛이다. 미국에 수많은 맥도날드 매장이 있는 것은 아마도 이 "언제 먹어도 어색하지 않은 익숙한 맛"을 찾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

2.jpg 두툼한 패티와 치즈, 빵, 양파의 간결하면서 강력한 조합. 쿼터파운더는 맛있을 수밖에 없다.

한국과 미국 맥도날드의 다른 점은 또 있다. 바로 메뉴가 다르다는 것인데, 사실 맥도날드의 메뉴는 각 나라마다 조금씩 다 다르다. 디저트의 천국인 일본의 맥도날드에서는 핼러윈 또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감자튀김 위에 초코 시럽을 뿌린 "초콜릿 프라이"를, 해산물로 유명한 캐나다의 맥도날드에서는 값비싼 랍스터로 만든 햄버거인 "맥 랍스터"를 판매하는 등 전 세계의 맥도날드에는 특색 있고 다양한 메뉴들이 존재한다. (TMI: 맥 랍스터는 $11.99, 약 14,000원의 버거 치고는 굉장히 비싼 가격으로 빠르게 판매 중지된 슬픈 사연이 있다.)


미국 역시 미국만의 다양한 메뉴들이 있다. 첫 번째는 맥더블 (McDouble)이다. 맥더블은 일반 메뉴판이 아닌, 일반 메뉴들에 비해 값이 저렴한 "벨류 메뉴 (Value Menu)"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이 벨류 메뉴에는 클래식 치즈버거, 맥치킨 등의 다소 심플한 메뉴들이 1-2달러 정도의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에 포진해있다. 비록 가격은 1600원 정도로 저렴하고 크기도 그렇게 크진 않지만, 패티 2장과 치즈 1장이 들어간 맥더블은 “작은 쿼터파운더”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다. 맥더블에 빅맥 소스와 양상추를 추가하는 것도 가능하다. 빅맥은 먹고 싶지만 돈이 아까울 때 내가 종종 먹는 "보급형 빅맥 (Poor Man's Big Mac)"이다.


용돈을 넉넉하게 받지 않던 고등학생 시절 친구들과 맥도날드에 가서 햄버거 많이 먹기 시합을 종종 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메뉴는 맥더블이었다. 그만큼 저렴한 가격에 비해서 흠잡을 곳이 없는 맛 때문에 맥더블은 강력 추천하는 버거 중 하나다. 아, 참고로 나는 햄버거 많이 먹기 시합에서 맥더블 13개를 먹고 당당히 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다.

3.png 맥더블. 이 작은 녀석 안에 들어있을 건 다 들어있다.

두 번째로 소개할 메뉴는 일명 "육해공 버거"로 불리는 "맥랜드, 시 앤드 에어 (McLand, Sea, and Air)"다. 이름에서도 예상할 수 있듯 이 버거에는 총 세 가지 종류의 패티가 들어간다--소고기, 생선, 그리고 닭고기. 예전에 내가 맥도날드에 갔을 때 쿼터파운더, 피시 버거, 맥치킨 중에 고민하는 모습을 보다 못한 점원이 추천해준 아주 극악무도하고 어마어마한 버거다.


빅맥처럼 패티 사이사이에 2장의 빵과 소고기 패티, 피시 버거 패티, 그리고 맥치킨의 패티가 들어가 있는 이 버거는 사실 일반 메뉴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숨겨진 메뉴다. 일반 메뉴판에 없기 때문에 주문을 할 수 있는 매장이 있고, 없는 매장이 있는데, 자기가 간 매장에서 이 버거를 팔지 않는다고 해서 크게 아쉬울 이유는 없다. 1) 자신이 직접 빅맥, 피시 버거, 맥치킨을 시켜서 만들어먹어도 되기 때문이고, 2) 무엇보다 그렇게 맛있진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도 딱 한번 먹어본 후 다시는 이 버거를 주문하거나 직접 만들어먹지 않았다. 맛이 없는 건 아니지만 굳이 세 가지 종류의 버거를 합치는 게 확실한 플러스가 되지는 않는다고 할까. 세 가지 패티의 맛이 한데 어우러진다기보다는 각자의 주장이 너무 강한 느낌이었다. 도전해보시겠다면 말리진 않겠지만 각자 따로 먹는 게 더 맛있을 확률이 굉장히 높다.

4.jpg "죽... 여... 줘..." 뭔가 실패한 실험체 같은 느낌이 드는 "육해공 버거".

어느 나라에 있건 참 자주, 그리고 즐겨 갔었던 맥도날드. 그렇기에 아직 소개하고 싶은 메뉴들도, 하고 싶은 이야기들도 많이 있지만, 그러기엔 글이 지나치게 길어질까 우려되어 남은 이야기들은 다음 글에서 마저 다루도록 하겠다.


아, 빅불고기 버거 먹고 싶다.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맥도날드 下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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