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6일, 떠오른 음악을 기억하며.
불현듯 어디선가 들리는 것 같은 음악들이 있습니다. 제게도 몇 개의 곡이 있는데 오늘은 그중에서 ‘그리워라 - 현경과영애’ 였습니다.
이 음악은 제가 알고 있는 음악 중에 가장 멜로디가 포근하고 따뜻한 음악이에요.
첫 가사가 ‘햇빛 따스한 아침, 숲 속 길을 걸어가네. 당신과 둘이 마주 걸었던 이 정든 사잇길을’입니다. 첫 가사 덕분인지 이 음악을 들을 때면 언제나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걷는 기분이 들어요. 이 음악은 후렴구가 반복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리워라, 우리 지난 날들.’ 이미 지나버린 시간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반복적으로 가사를 통해 드러나지만, 멜로디는 단조롭고 포근해서 그리움 마저 햇빛에 마른 극세사 이불처럼 포근하기만 합니다. 지나간 것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오롯한 슬픔이 아니라는 위로 같아요.
이 음악을 처음 만난 건 2007년 대한민국에 커피 열풍을 주도했던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였습니다. 드라마 3회, 아르바이트로 인형 눈을 잔뜩 붙이기 위해 비가 오는 날 인형 뭉치를 들고 가던 은찬(윤은혜 분)은 길에서 시민과 작은 다툼에 휘말립니다. 이를 지나가던 한결(공유 분)이 발견하고 둘은 비가 오는 거리를 비를 맞으며 커다란 인형 봉다리를 끌어안은 채 달리게 되죠. 그리고 도착한 한결의 집에서 은찬은 이 음악을 한결이 모으던 LP로 듣게 됩니다.
세차게 내리는 빗소리가 현관문을 닫으며 아스라이 작게 들리면서 은찬은 한결이 모아둔 LP 사이에서 돌아가신 아버지가 갖고 계시던 음반을 발견합니다. 그리곤 익숙한 듯 LP 플레이어에 LP를 꽂고 바늘을 올려두죠. 치직, 바늘과 LP 판이 서로 맞닿는 그 소리만으로도 그 음악을 듣던 어릴 적 은찬의 시간으로 자연스레 시간은 흐르게 됩니다.
이 장면 덕분에 저는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코 끝에 한 여름에 내린 짙은 비 향기가 나는 것 같아요. 한 여름에 내리는 폭우는 때때로 더위를 식혀주는 반가운 느낌도 있습니다. 한 여름의 폭우가 주는 달큼한 비 향기가 이 음악에 짙게 묻어 있어요. 그래서 유독 이 음악은 겨울에 더 많이 생각이 나기도 합니다.
이 음악이 유독 좋았던 이유는 은찬의 그리움을 아주 슬프지도 그렇다고 아무렇지 않은 것으로 만들지도 않은 딱 적당한 수준의 그리움이었기 때문이에요. 그리움의 아련한 마음만 적당히 전달된다고 할까요? 그 덕분에 늘 씩씩했던 은찬의 귀퉁이를 들여다보며 시청자는 더욱 은찬을 아끼게 되었던 것 같아요. 누구에게나 그런, 부모와의 행복한 혹은 돌아가고 싶은 시절은 다 있을 테니까요. 드라마가 끝나고 음악을 찾으려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당시에는 음악을 정식으로 소비할 나이도 아니었고 그럴만한 유통 채널도 많지 않던 시절이었거든요. 인터넷을 몇 시간 동안 찾고 찾아 겨우 듣게 되어 이 음악이 이토록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소중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커피프린스 1호점은 제게 이렇게 많은 삶의 쉼터 혹은 지향점을 만들어준 드라마라 참 많은 것이 제게 내재되어있습니다. 그 드라마를 보며 꿈꾼 모습 중에 저는 몇 가지나 이루었을까요? 20여 년이 지난 지금의 저를 그때의 제가 웃으며 마음에 드는 ‘어른’이 되었다고 칭찬해 줄까요?
음악을 몇 번이고 재생하다 보니, 그 시절이 문득 ‘그리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