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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소 Nov 30. 2022

저는 더이상 BATT에 CEO역할을 수행하지 않습니다

춘천에 내려온 것이 2015년 12월이었습니다. 그리고 벌써 만 7년이 되었네요. 저는 12월 1일부로 잠정적으로 더 이상 농업회사 법인 밭 주식회사의 CEO 역할을 수행하지 않습니다. 저는 Founder로서 주주로서 더 장기적으로 건강한 형태로 밭의 앞날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밭 1.0을 이끌어 오느라 수고한 스스로에게 오늘은 기꺼이 고생했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습니다. 마치 마지막같이 느껴지는 분들도 많겠지만, 사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저에게도 재교육의 시간, 재창조에 투자해야 하는 시간이 온 것일 뿐입니다. 성장해서 다시 돌아올게요. 지금까지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고 앞으로도 감자밭, 밭 사랑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우리 크루들에게 보낸 메일을 공개합니다.






안녕하세요, 밭피플 여러분!              



워크숍을 진행한지 벌써 두달이 훌쩍 넘어가고 있습니다. 


어제  사무실에 잠깐 앉아 창밖을 보다 문뜩 느꼈어요. ’워크숍 이후 정말 많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구나.' 마치 가을이 가고 겨울이  벌써 오고 있는것 처럼요. 여러분은 요즘 어떠세요? 새로 자리를 맡게 된 동빈 님을 시작으로 많은 변화가 있는 것 같아요.  조직도를 통해 우리가 일하는 체계를 개선하고 업무툴을 바꾸면서 우리의 규모와 현황에 맞는 업무 방식을 만들어가고 있어요. 누락된  부분은 채우고, 그릇된 것은 바로잡고, 개선하고 개발하는 시기가 될 것 같아요. 잠시 항구에 정박하여 배를 고치고, 식량을  보급하고, 또다시 출항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 같네요. 함께 더 나은 회사를 만들어 주시는 여러분 모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의 항해가 많이 설레고 기대됩니다.


저는  12월 1일 부로 경영진과 이사회의 논의하에 경영일선에서 잠정적으로 물러나기로 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밭 2.0에서는 제가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회사가 경영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처음 밭을 시작하면서 시장상황과 행운이 따라와  지금까지 성장해오던 것 처럼 그저 낙관적으로 계속해서 예전과 같이 성장할 수 있을것이라 단정지었습니다. 저는 위기에 대해 아무런  대비도, 계획도 세워놓지 않았습니다. 저만의 방법이 올바른 방법인 줄 알았고 더 중요한것을 챙기지 않고, 지금까지 해온 것들을  책임지지 않은 채 오로지 앞으로 나아갈 생각만을 했습니다. 


문득 예전에 책에서 수용소에서 가장먼저 죽는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과연 누가 가장 먼저 감옥에서 죽게될까요? 


1. 낙관주의자 : 크리스마스에는 어떻게든 나가게 될거야 

2. 비관주의자 : 절대 못나갈거야 


놀랍게도  1번인 낙관주의자가 가장먼저 생을 마감한다고 합니다. 낙관주의자는 기쁨과 감사, 희망에 부풀어 있다가 크리스마스에 나가지 못하게  되었을 때에 그 실망과 허탈함으로 가장먼저 명을 달리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가장 오래 살고 심지어는 탈옥을  하기까지 하는 사람들은 비관주의자 중에서도 긍정적 비관주의자, 긍정적 현실주의자 라고 합니다. 이 사람들은 "못나갈 확률이 거의  확정적이야. 하지만 나가게 될 방법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 라고 생각하며 현실은 가혹하게 해석하고 그 중간에서도 긍정적이게  해석될 수 있는 부분들을 염두하여 마지막까지 희망을 놓지않고 끝까지 살아남는다고 합니다. 



 저는 낙관주의자 였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는 낙관주의 리더가 아니라 긍정적 현실주의 리더가 필요합니다. 




 추가로  제가 워크숍 마지막 Q&A 시간에 했던 말이 누군가에게는 조금의 오해가 생기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월급으로는 부자될 수 없어> <성과와 연계하지 않을거야> 라는 몇마디 말들이 뇌리에 박혀서 맥락에서의  의미와 다르게 전달된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해서 이부분에 대해서 좀더 이야기해보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말을 시작해야할지 썼다 지웠다를 수십차례 하다가 제가 12년도부터 매년 돌려보는 이 영상을 크루분들과 공유하면 되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분정도의 짧은 연설이니 2배속으로 보지말고 꼭 1배속으로, 가능하다면 여러번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더 허락한다면, 일의 미래 라는 책과 초예측이라는 책도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1. 이력을 쌓지 말고 직무 능력을 쌓으세요 - 셰릴 샌드버그(facebook COO), 2012년 Harvard Business School(HBS)졸업연설  

https://www.youtube.com/watch?v=ecZTC7Lap-4




2. [2012, 린다그래튼. 일의미래 발췌] 


 '다단계  삶'을 살아야 한다. 100세 시대가 되면 '교육→일→퇴직'으로 이어지던 전통적인 '3단계 삶'이 무너진다. 과거에는 20대에  배운 지식과 기술만으로도 직업활동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100세 인생에서는 최소한 80세까지 일을 해야 하므로 지식을  복습하는 정도로는 생산성을 유지할 수 없다. 결국 평생 2~3개의 다른 직업을 갖고, 새로운 기술을 익히기 위해 재교육을 받는  다단계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이다.  




3. [2020. 유발하라리. 초예측 발췌] 


끊임없이  배우고 공부해라, 변화에 적응해라. 세계는 하나고 현실도 하나다. 생산자산, 활력자산, 변형자산으로 구성되는 무형자산이다.  무형자산의 큰 줄기 중 하나로 평생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 즉 변형자산을 꼽았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자신에 대한 깊은  이해나 변화를 돕는 다양한 네트워크가 변형자산에 해당합니다. 앞으로는 변화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자산이 될 거에요. 중요한것은  여가 시간을 오락이 아니라 재창조에 투자해야 한다는 점 입니다. 여가는 은퇴후가 아니라 삶의 모든 단계에촘촘하게 박혀있습니다. 그  시간을 학습하는 시간으로 활용해야합니다.  




워크숍에서도  말했듯 <월급으로 부자될수 없어> 라는 한마디 말에는 '돈을 따라 가는곳에 성장이 있지 않다.' '커리어는 사다리가  아니라 정글짐이다.' '단기적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을 가져야한다.' 등의 의미가 담겨있었던 말이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이에대해서 계속해서 더 깊이 이야기를 나누어야한다고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작년에 썼던 일기 한페이지를 크루분들과 공유합니다.





 돌이켜보면  고등학생때부터 어떤 대학을 갈지 고민했고 대학을 진학하고도 진로를 고민했으며 취업을 하고나서도 나의 미래에 대해 고민했다. 이  문만 지나면, 이 시기만 지나면 나도 어떤 것들이 확정지어지고 결정될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마음놓고 행복할 수 있을거라고  기대했다. 스무살때는 서른살의 언니들을 보며 나도 서른살이 되면 어떤것들이 '확정'지어 질 것이라 생각했다. 취직을하면,  결혼을하면, 아기를낳으면 안정적이라고 느낄거라 생각했고, 취직하고 결혼하고 아기를 낳은 사람은 모두가 안정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환상이  깨진것은 한개의 문을 지나도 어떤 시기가 지나도 변하지 않은 나의 모습을 마주할 때 부터였다. 그리고 많은 문을 거쳐온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나처럼 불안해 한다는 것을 알게되면서 부터였다. 그렇게 나는 망망대해를 떠도는 돗단배처럼, 갈곳을 잃어버린 길잃은  강아지처럼 방황했다.


 돌이켜보면  짧지만 살아오는동안 나는 모든순간 '내가 어떻게 살아야하는가' '왜 이길을 걷고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했다. 늘 이 길이 맞는지  모르겠고 늘 막막했지만 미래의 내가 현재의 나에게 실망하지 않도록, 과정의 소중함을 알고 고민했다. 가정을 했고 시도를 했고  가정이 틀렸다 하더라도 다시 시도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쌓여 어느순간 나의 중요한 가치, 미션, 사명들을 알게되었다.  그렇게 나의 존재 이유를 찾게 되었고 그 때 비로소 지금까지 살면서 느껴보지 못한 안정감을 느끼게 되었다. 이것은 마법같은  일이었다. 하나 하나의 문을 지날때에도 안정감을 느낄 수 없었지만 내가 왜 태어났는지, 나의 삶의 사명이 무엇인지 알게되는 순간  마치 다시태어난것처럼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톰소여의 모험을 쓴 마크 트웨인의 <우리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두 날은  당신이 태어난 날과 그 이유를 알게된 날 입니다.> 라는말을 이해하게 된 날이다.  


나의  존재 이유는 사람들에게 존재이유를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함이다. 나는 26살에 처음 사업자 등록을 했고, 31살에  회사를 만들었다. 사업자등록을 하고 고용을 시작했지만 '회사'가 된것은 아니었다. 법인 등록을 했다고 회사가 아니었다. 회사를  만들면서 알게된 것은 회사가 단지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집단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와 같다는 것이었다. 회사를 만들면서 한명 한명  사람이 늘어날때마다 마음한켠에 가장 큰 고민이 되었던 것은 이 사람들에대한 미래였. 그렇게 나는 내가 크루들의 길을 대신  찾아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과정을 고민하면서 알게된것은 결국엔, 사명을 찾는 그 일 만큼은 내가 대신해주고 싶어도 절대  내가 대신해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조금은  두서없는 글일 수 있지만 제 마음이 녹아져 있는 글이라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크루분들과 공유합니다. 제가 조직을통해 도움을  받았듯, 앞으로 여러분들이 자신의 사명을 찾을 수 있도록 저와 조직이 옆에서 도움과 영감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우리  회사가 서로의 길을 찾을 수 있는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합니다. 함께하는 시간동안  서로의 미래를 장기적으로 생각해 주고 업무 속에서 서로의 성장을 도모하는 장이 되길 희망합니다. 



저는 12월 1일부터 대표직의 업무를 수행하지 않으나, 그외 다양한 방법으로 밭 2.0에 일조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부족한 리더를 따라 항해해 오신 크루분들 너무 고생많으셨고 감사했습니다. 




사랑을 담아,

이미소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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