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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혜리 Aug 16. 2023

그럼에도 불구하고

father & daughter를 보고 나서


어느 날 저녁준비를 하며 유튜브를 듣다 우연히 알게 된 영화 father & daughter는 내가 좋아하는 배우인 러셀크로우와 아만다 사이프리드 주연으로 성인이 된 딸이 과거를 회상하며 아버지의 무한한 사랑을 깨닫고 다가오는 사랑을 받아들인다는 내용이다. 나는  이어지는 장마로 비가 창문을 두드리는 어느 날 집에서 OTT로  이 영화를 시청하였다.




아내를 잃고 글 쓰는 것이 생업인 제이크 데이비스(러셀크로우)는 혼자 아이를 돌보는데 방과 후에는 케이티 데이비스(아만다 사이프러드)를 데리러 학교에 가고 저녁에는 함께 음악을 들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케이티가 어릴 때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자 그녀를 잠시 맡고 있었던 이모는 아이를 입양하기를 원하는데  변호사로 일하며 재력가인 이모네는 생계가 어려운 제이크를 무시하며 '입으로는 사랑한다 말하면서 아빠 노릇을 못해주는 것은 최악의 위선이라'는 말을 한다. 아이를 빼앗기고 싶지 않은  제이크는 근처에 있는 학교에 아이를 보내며 한 학기에 1달러를 받고 명문 고등학교 3학년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는데  '엄마를 막 잃은 슬픔에 힘들어하는 한 아이를 아버지로부터 떼어내는 것, 아이를 사랑하고 아이가 사랑하는 아버지로부터 케이티를 떼어내는 것 , 그것이 당신이 하는 일이야.'라고 말하며 서의 협박을 무시한다.  제이크가 딸에게 '아빠는 최선을 다하고 있어'라고 말한 것처럼 딸이 심술이 나면 함께 장난을 치고 생일축하 파티를 열어주며 뒤에서 자전거를 잡다 손을 놓으며 아이가 혼자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돕는데 밤에 글을 쓰는 아빠옆에서 노는 아이의 모습에서 엄마의 부재가 느껴진다. 한편 제이크가 쓴 글들은 평단으로부터 홀대를 당하고 입이 많이 생겨 아이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아빠는 학교에 아이를 데려다주고 집으로 돌아가는 대신 계단에 앉아 아이가 하교할 때까지 글쓰기에 몰입한다. '아빠에게 케이트는 인생 최대의 행복이자 삶의 이유야'라고 말한 것처럼  밤낮으로 글을 쓴 덕분으로  자신들의 이야기인 '파더 앤 도터'를 완성하고 제이크는 지병인  발작증세로 생을 마감하는데 유작으로 남은 그의 작품은 퓰리처상을 수상하게 된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혼자 남은 케이티는 결국 이모네에 입양되고 심리학을 전공하여 심리상담사를 준비한다. 어릴 때 부모님이 돌아가신 것을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는 성인이 된 그녀는 공허감을 메우기 위하여 아무런 감정 없이 남자들과 하룻밤을 보내고 누군가 자기에게 다가오면 '나는 그럴 생각이 없다'며 도망을 치는데 그러던 어느 날  상담사 준비기간 중에 만난 부모를 잃고 충격에 빠져 마음을 닫은 루시를 내담자로 만나며 아이의 마음을 열기 위하여  대화를 나누고 함께 그림을 그리면서 아버지를 회상한다. 오래전 아버지가 했던 것처럼  뒤에서 자전거를 잡아주며 아이에게 자전거를 가르치며 약속한 두 달이 다 되어 갈 무렵 케이티는 루시에게 상담을 그만둔다고 말하는데   처음으로 '싫어요'라고 아이  입을 열며 공원에서 케이티와 많은 대화를 나누고 마음의 상처를 회복한다. 양부모에게 입양을 보내기로 결정이 난 후에 케이티는 자신을'빈우물'이라고 하였지만 아버지가 그녀에게 했던 것처럼 내리사랑을 아이에게 실천하며 그녀는 다시 한번 아버지의 아낌없는 사랑을 깨닫는다.



한편 남자친구를 사귈 때마다 더 나아가지 못하고 도망쳤던 케이티는 우연히 '파더 앤 도터'를 좋아하는 평범한 부모님을 둔 카메론을 만나는데 그녀와 연인이 되자 그는 부모님께 그녀를 소개하 싶다고 말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본 경험으로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케이티는 카메론의 부모님과 만날 약속 장소에 가던 중  돌연 함께 갈 수 없다며 돌아서는데  예전으로 돌아간 듯 그녀는 다시 남자를 집으로 끌어들인다. 이에 실망한 카메론은 자기 집으로 돌아가는데  아버지와 이별 후 두려워하지 마라며 자신을 격려해 준 카메론에게 처음으로 다른 사람에게서 느끼지 못한 감정을 느끼며 케이티는 그에게 찾아가 '사랑한다고 진작 말해줬어야 하는데, 그동안 모든 것에 고마웠다'라고 말하고 집으로 향한다. 그를 사랑하는 그녀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연인 미리 집 앞에서 기다리고 에게 다가간 케이티는 아버지의 사랑처럼 따뜻한 사랑을 예감하며 깊은 포옹을 나눈다.




서울에서 내려온 남동생이 안정된 생활을 하기 바라는 마음으로 회사에 데리고 왔을 때 밖으로 내밀어야 할 총구를 잘못 겨눈 듯 내게로 돌린 동생은 거의 매일 불만을 토로하며 전화를 하였다. 어린아이처럼 나는 구슬려도 보고 엄한 아버지처럼 질책도 해보았으나 퇴사와 입사를 반복하다 결국 회사를 그만두었는데 써먹지도 않을  자격증을 여러 개 가지고도 새로운 자격증에 도전하며 동생은 다시 직장을 구하였다.


'젊은 날 마르크스에 빠지지 않으면 가슴이 텅 빈 자이고 나이 들어서까지 마르크스에 빠져있으면 머리가 텅 빈 자이다'라는 말이 있다. 서울에서  사람을 겪으며 많은 돈을 잃었음에도 낭만적인 이상을 못 버린 것인지 무엇에 홀린 사람처럼 여동생은 서둘려 결혼식을 하였다. 나보다 나이 많은 제부와 결혼을 할 때 그 앞에서 쩔쩔매는 모습을 상상만 하여도 재미있다는 듯이 혼자  키득거리며 손뼉을 짝짝짝 두드리며  결혼식을 올린 동생은 제부의 벌이가 시원찮은지 일이 풀리지 않은 이유를 다른 데서 찾고야 말겠다는 듯 하루는 집이  잘못 지어졌다 하였고 풍수지리학 강연을 듣고  날은 아버지 산소자리가 잘못된 것 같다며 법석을 떨었다. 네 가지가 없긴 하였지만 그렇게 경우 없지 않은 여동생이 내가 병이 들자 결혼을 말리지 않았다며 사무치는 원망을 할 때는 오죽하면 그러겠나 싶어 우리 집에 올 때마다 먹을 것을 챙겨주었는데 결혼을 끝까지 말리지 않아서 잘못된 것처럼  남동생과 합세하여 내게 전화를 하였을 때 나는 지키려고 한 비밀 한 가지를 또다시 말해야 했다.  곳에 꽂히면 옳든 그르든 밀고 나가는 여동생이 좋아서 한 결혼을 왜 내가 말려야 하며 말려도 소용없는 결혼을 나보고 어쩌란 말인지 머저리 같다는 내 말에  '동생이 모자라서 그런 거니 이해하라'남동생은 말하였는데 승진을 하였을  가족을 한 곳에 모아놓고 밥 한번 살 법한데도 그러지 않은 사람이 내게 저녁을 사겠다며 음식점에서 마주 앉았을 때 동생은 어제 못 나온 이유를 내게 물었다. 나는 마트에 다녀오고 나서 몸이 피곤하여 그랬다고 말하자 자기 허락 없이는 날짜 변경이 어렵다는  눈을 치켜뜬 동생은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성의를 생각하여 응하였는데 내가 아파도  일 다 보고 할 말 다하는 공감능력 떨어지는 여동생이기에 나는 더 이상 대꾸를 하지 않았다.


장남에게 모든 것을 물려주고 장가든 아버지는 허물어져가는 빈집을 내어준 할아버지는 이장일을 여러 번 하시고 군내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명망이 높았던 작은할아버지와 달리 대문 앞마당에 아이들이 노는 것을 싫어하는 깍쟁이 구두쇠인 데다 얼굴은  늘 화가 나신 듯하였다. 할머니는 큰어머니 몰래 가끔 우리 집에 쌀주머니를 들고 오시며 아버지가 불쌍하다  셨는데 할아버지 눈밖에 난 아버지는 일을 하는 날보다 누워 있는 날이 많아 엄마는 힘이 들 때마다 할머니를 찾아갔다.


Love is a responsibility (사랑은 책임이다)이란 말이 있듯이 영화 '파더 앤 도터'의 클리쎄가 의미하는 것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손만 대면 툭 부러질 것 같이 연약한 엄마는 대궐 같은 집을 시골에 지었지만 우리에게  따뜻한 둥지가 되어주지 못하였다. 나무막대기에 매달린 코끼리가 훈련을 마치고도 어릴 때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처럼 재산을 물려주지 않은 할아버지와 잘못 만난 아버지 탓을 하며 엄마는 팔자타령만 하였는데 지적을 하면 참견을 한다며 듣기 싫어하는 남동생이 마치 자격증 하나가 자신을 증명하며 인생을 책임지기라도 하듯 오랜 시간 매달린 것은 부모를 잃고 불안증세를 보인 케이티가 남자를 찾게 되는 중독증세처럼  정서불안으로 뜬구름을 좇는  모습  맞닿아있다. 자기가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 속에 연민을 사랑으로 둔갑시키며 평강공주 콤플렉스에 빠져 결혼을 한 여동생은 헤어질 것이 두려워 깊은 관계를 회피하는 반복강박을 보인 케이티의 모습과 닮았다.


제이크는 딸과 오래도록 함께 하고픈 마음으로 목숨을 다하여 글을 썼다. 시골의 옆집아주머니는 남편이 일찍 세상을 떠나자 어린 자식들을 위하여 읍내에 나가서 식당일을 하셨는데 연약하고 겁 많은 엄마는 너무 일찍 모든 것을 포기하고 다른 이에게 등을 떠밀어 버린 원죄로 자식이  잘못을 저질러도 꾸지람을 하지 못하고 딸이 잘못된 선택을 하여도 당당히 말리지 못하였다. 동생들이 편한 길을 두고 어려운 길로 갈 때마다 엄마가 손발 안 맞는 농사를 접고 시내로 나가 돈을 벌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데 그랬다면 우리는 사랑으로 밥을 먹고 학교를 다니며 좀 더 안정된 마음으로 직장을 다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재작년 집안일에 관한 한 어떤 사소한 일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남동생이 잃어버린 날들을 보상받으려는 듯 한방을 노리고 어디서 또 사기를 당했는지 내게 전화를 하였다. 가족여행을 위해 모아둔 것을 달라며 조르는 남동생에게  나는 더 이상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로  '앞으로 한 번만 더 이런 문자 보내면  앞으로 네가 엄마일 모두 책임져라'며 마지막 카드를 꺼냈다.


세월만 흘러 보낸 남동생이 다시 회사에 들어갈 수 있는지 물어보는 데 여력이 없어 아무 말도 못 하였는데 고난에는 이유가 있다는 생각을 하는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잡을 하는지 요즘 조용한 남동생과 대학에 간 조카를 뒷바라지하는 여동생이 포도알이 오랜 시간을 거치며 숙성이 되어 와인이 되듯 몇 년 후에는 별빛이 빛나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그동안 고생했다며 성숙한 모습으로 막걸리 잔을 기울일 수 있기를 고대해 본다.


영화를 보고 나서 나는 며칠 동안 풀리지 않은 미적분 문제가 광채를 내며 단박에 풀린 것처럼 오랫동안 실마리를 찾지 못한 풀리지 않은 의문이 사라지는 경험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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