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샤워를 끝내고 화장대 앞에서 얼굴에 로션을 바르며 나는 하하하 크게 웃었다.
퇴근을 하고 돌아온 남편은 거실에서 티브이를 틀어놓고 두부김치와 감자전을 앞에 두고 혼술을 하고 있었는데 내 웃음소리에 놀랐는지 방으로 건너와 '실성했나? 왜 그래'라며 나직이 물어본다.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데 웃기라도 해야 시간을 보내지' 라며 허허실실 또다시 웃는데
'허허~참'하며 남편은 나를 향해 빙긋 웃는다.
며칠 전에도 나는 소리 내어 웃었고 틈나는 대로 웃었는데 뒤돌아서 방을 나간 남편이 방에 있는 막내아들 들으란 듯 큰소리로 '네 엄마 이상하다'한다. 이 말을 들은 아들 싱글거리며 '엄마 며칠 전부터 저랬어'라고 아빠에게 이른다.
시절이 하 수상하니 국회가 둘로 나뉜 듯 정치인은 당파싸움을 하느라 민생은 안중에 없는듯하고
배운 사람들이 저러니 예능인 개콘이 없어진 이유를 알겠다며 사람들은 모일 때마다 두런두런 하는데 뉴스에서는 연일 칼부림 얘기를 하며 사람이 다쳤다고 한다.
집 밖을 나가면 화가 난 듯한 사람, 얼굴에 수심이 가득한 사람, 얼굴에 욕심이 덕지덕지한 사람이 사방에 가득한데 걱정한다고 일이 해결 안되 듯 불안에 떨지 말고 하하하 웃자 그냥 웃자 웃다 보면 좋은 일이 생길지도 모르지 않겠는가.
젊었을 때 매끈한 얼굴로 농담을 잘하던 남편이 세상풍파에 휩쓸려 이마에 주름이 생기고 머리숱이 적아지며 빈틈없는 사람처럼 얼굴마저 굳었는데
그런 남편 얼굴 볼 때마다 나는 이를 드러내고 스마일을 하라며 자주 주문을 외운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다 보니 행복하더라고 세상만사 잠시 제쳐두고 웃자 그냥 한번 웃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