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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혜리 Aug 19. 2023

웃자 그냥 웃자


어젯밤 샤워를 끝내고 화장대 앞에서 얼굴에 로션을 바르며 나는 하하하 크게 웃었다.


퇴근을 하고 돌아온 남편은 거실에서 티브이를 틀어놓고 두부김치와 감자전을 앞에 두고 혼술을 하고 있었는데 내 웃음소리에 놀랐는지 방으로 건너와 '실성했나? 왜 그래'라며 나직물어본다.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데 웃기라도 해야  시간을 보내지' 라며 허허실실 또다시 웃는데

'허허~참'하며 남편은 나를 향해 빙긋 웃는다.


며칠 전에도 나는 소리 내어 웃었고 틈나는 대로 웃었는데 뒤돌아서 방을 나간 남편이 방에 있는 막내아들 들으란 듯  큰소리로  '엄마 이상하다'한다. 이 말을 들은 아들 싱글거리며 '엄마 며칠 전부터 저랬어'라고 아빠에게 이른다.


시절이 하 수상하니 국회가 둘로 나뉜 듯 정치인은 당파싸움을 하느라 민생은 안중에 없는듯하고

배운 사람들이 저러니 예능인 개콘이 없어진 이유를 알겠다며 사람들은 모일 때마다 두런두런 하는데 뉴스에서는 연일 칼부림 얘기를 하며 사람이 다쳤다고 한다.


집 밖을 나가면 화가 난 듯한 사람, 얼굴에 수심이 가득한 사람, 얼굴에 욕심이 덕지덕지한 사람이 사방에 가득한데 걱정한다고 일이 해결 안되 듯 불안에 떨지 말고 하하하 웃자 그냥 웃자 웃다 보면 좋은 일이 생길지도 모르지 않겠는가.


젊었을 때 매끈한 얼굴로 농담을 잘하던 남편이 세상풍파에 휩쓸려 이마에 주름이 생기고 머리숱이 아지며 빈틈없는 사람처럼 얼굴마저 굳었는데


그런 남편 얼굴 볼 때마다 나는 이를 드러내고 스마일을 하라며 자주 주문을 외운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다 보니 행복하더라고 세상만사 잠시 제쳐두고 웃자 그냥 한번 웃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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