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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혜리 Sep 23. 2023

느림의 미학


어릴 때부터 나는 부지런하였다. 아침에 일어나면 방과 마루 그리고 마당까지 쓸고 학교에 가거나

아니면  풀을 베거나 소를 먹이고 산에서 나무를 해놓고 등교를 하였다.


하지만 엄마는 내 행동이 굼뜨다며 자주 나무랐다.


그림으로 치면 구도를 잡고 스케치를 해야 하는 과정을 무시한 채  말이 빠르며 화부터 내는 엄마는 자식을 돌보는 일보다 남의 인정에 더  목말라하였는데 그런 과정을 지켜본 나로서는 내가 실수라도 하게 되면 만회할 기회마저 얻지 못하리라는 불안감에 나는 생각을 많이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인지 여동생이 전에 언니는 실수를 하지 않는다란 말을 하였고 우리 집 건너편에 사는 큰아버지는 내가 성인이 된 이후까지도 큰집 언니들에게  나를 본받으라며 내 발톱의 때만도 못하다는 말씀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금은 유튜브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요리를 배울 수 있는 시대지만 부모님으로부터 나는 레시피나 그 어떤 것도 전수받지 못하였다. 책장에 자리를 차지하며 유물처럼 남아있는 겉표지가 달아난 이십 년 된 요리책에서 배운 음식들부터 나는 모든 것을 스스로 생각하고 혼자 판단해야 하였기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덕분인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큰 실수는 하지 않았다. 생각하기로는 실수를 안 한 것이 진짜 실수 아닌가 생각 들때도 있는 전혀 실수를 안 한 것은 아니지만 실수를 하면서도 배우는 것이 분명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발달한 시대에 Sns로 오해가 더 생겼다는 말이 있듯이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말을 믿는 나는

자발적 느림으로 더 많이 사유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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