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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혜리 Oct 05. 2023

집안일


긴 연휴가 지나 냉장고 가득했던 음식도 동이 나고

학교 수업을 마친 막내가 귀가를 하자 저녁을 먹을 겸 어제는 으로 나갔다.


며칠 동안 집밥을 먹은 아이는 시원한 복국이 먹고 싶다 하였는데 함께 저녁을 먹은 다음 우리는 다시 차를 타고 과일가게로 향하였다.


과일을 산 후 근처에 있는 매장에서 몇 가지 부식거리를 샀는데 사고 보니 아들과 나는 두 손 가득하니 팔이 아팠다.


어제부터 출근한 남편은 이번주에 건강검진을 한다는데 고춧가루와  참깨가 들지 않은 섬유질이 낮은 것으로 아침 일찍 점심 도시락을 준비하고 들과 남편이 차례대로 나가자 틈을 내어 전에 써놓은 글들을 펼쳤는데 다시 읽어보니 큭큭하고 웃음이 났다.


쓸 때는 괜찮아 보였는데 지나고 보니 저것밖에 못 썼을까 싶은데 한두 편 다듬다 보니 그사이에 시간이 훌쩍 지나 점심때가 다가온다.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피일어난 자리 그대로 이불은 침대에 널브러졌고 아침을 먹고 나서 설거지를 하지 않아 개수대에 그릇은 쌓였는데 바구니에 담긴 세탁해야 할 빨랫감 또한 한가득이다.


한집에 사는 사람은 세 사람인데 그릇이나 옷이나 씻을 때는 네 사람이 살 때와 별반 다르지 않으니 하루라도 저것들을 치우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생각만 해도 아찔해진다.


서둘러 세탁기부터 돌리고 침대를 정리한 후에 세척기에 그릇을 넣고 로봇청소기를 돌린다. 집안을 정리하고 나서 시계를 보니 점심시간이 한참 지났는데 명절을 보내고 학교로 돌아간 아들이 가만히 서 있는데 후진을 한 차와 살짝 몸에 부딪혀 등뼈가 아프다는 전화를 하여 상대방 전화번호와 차넘버를 알아놓고 병원부터 가보라고 하였다.


가을에 어디로 놀려갈지 알아보라는 남편의 말에 뉴스를 틀어놓고 한숨 돌리며 검색창을 여는데  또다시 전화벨이 울린다.


오래된 경유차를 팔고 새 차를 사려고 한다며 몇 킬로미터를 탔는지 내차의 연식을 묻는데 소신껏 사면되지 별 걸 다 물어본다 혼자 생각하다 몇 마디하고 끊으려는데 여러 가지 질문을 하여 얘기가 길어졌다.


아들에게 전화를 다시 돌리니 신호만 가고 전화를 받지 않는다. 해는 벌써 서쪽으로 기울어 저녁준비 할 때가 되었는데 빨래 건조대에 널린 옷들을 걷어서 개며 오늘도 벌써 다 갔네 중얼거리면서  저녁준비를 서둘렀다.


모르는 사람은 집안일 대충 하면 되지 그러지만 전화를 받으며 일을 한 오늘 내게 집안일은 끝이 없었다.


오늘처럼 쌀쌀한 날씨에 어울리는 따뜻한 팝송을 들으며 나는 어제 사온 쪽파로 파김치를 담았다.




https://youtube.com/watch?v=YTaWayUE5XA&feature=sha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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