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학년 겨울 방학을 앞두고 이사를 하여 전학을 온 첫째가 중학생이 되자 사춘기를 맞았는지 솜털이 보송한 얼굴 살이 빠지며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변하며 게임에 점점 빠져 들었다. 하루는 어머니가 초등학교 선생님이라는 친구가 놀러 와서 저녁상을 준비하였는데 그 친구는 '너는 좋겠다. 어머니가 매일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해주셔서'라며 아들을 부러워하였지만 심보 고약한 사람처럼 아들은 골고루 잘 먹던 음식 대신 과자를 먹기 시작하였으며 방과 후에 학원을 다녀와서는 컴퓨터 앞에서 게임을 하는 시간이 늘었다.
사춘기의 막바지를 달리며 아들이 고등학교 일 학년일 때 아빠에게 '내가 초등학생일 때 배드민턴을 치면 엄마는 나한테 져주지도 않았고 아빠는 나랑 제대로 놀아주지도 않았다'며 트집을 잡았다. 그 말을 들은 남편은 아들에게 '아빠가 많이 바빠서 네가 원하는 것만큼 놀아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네가 아빠를 찾았을 때 함께 있어주지 못해서 미안해'라며 말하였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몸이 좋지 않음에도 나는 아들을 위하여 공원에 나가 힘없는 팔 하나를 늘어뜨리고 한 팔에 겨우 힘을 주며 배드민턴채를 휘둘렀고 아들의 기억과는 달리 남편은 퇴근 후에 갓난쟁이인 아들의 기저귀를 갈아주었으며 아이가 뛰어다닐 때는 큰 운동장에 데리고 나가 인라인스케이트를 탔다. 마블 영화와 액션영화를 좋아하는 아이를 위하여 극장에도 다니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레스토랑에도 함께 갔다.
남편이 사업을 하기 전 다닌 직장은 신의 직장이라고 재무제표 칼럼니스트인 어느 작가님이 소개를 하였는데 금융위기 때 일본에 지분을 매각하여 지금은 일본기업이 되었지만 남편이 몸담고 있을 때에는 한국과 일본에서 지분을 반반 나누어 가진 한일합작 회사였다. 회사에 입사를 할 당시에 학벌이 높고 스펙이 쟁쟁한 사람들이 면접을 하였는데 평범한 남편이 입사를 한 것을 두고 시어머니는 매우 기뻐하셨다 하였다. 먼저 회사를 그만둔 과장님은 회사를 다니면서 쌓은 노하우가 담긴 중요한 자료를 남편의 책상 위에 올려 두고 퇴사를 하였는데 박정희 전 대통령이 중공업의 육성을 위하여 계획한 도시답게 삼사십 년 전에는 공작기계 사업이 활발하였다. 거래처에서 전화가 오면 주말에 집에 쉬고 있는 남편이 다른 사람들이 응대하기 귀찮아서 자기에게 온 거라며 매번 친절하게 받아주었는데 입사한 지 십 년 만에 남편 역시 퇴사를 결정하였다. 사업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일이 많이 들어와 부품을 공급하며 기존에 나온 기계의 전자 부문 a/s 를 하고 부수적으로 기계 부문을 공부하며 새로 나온 기계의 설계를 익히느라 밤이 늦도록 남편은 회사에서 시간을 보내었다.
사업을 시작하고 삼 년 후쯤인가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졌다. 그 당시에 우리나라 기업이 연쇄도산을 하여 서비스업 직종으로 일감이 줄어들었고 일을 하여도 수금을 하지 못하여 어려움을 겪었다. 다른 사업체들이 발을 동동 굴릴 때에도 남편은 꼬박꼬박 생활비를 가져다주었는데 직장을 다닐 때 신뢰를 쌓고 업체관리를 잘 한 덕분 아닌가 한다. 제조업만큼 매출이 높진 않지만 기술료가 높아 늘 매입자료가 부족하여 법인으로 전환하려다 회계사무실과 논의한 결과 개인사업자로 남기로 한 남편은 세금을 많이 내는 애국자이기도 하다.
요즘은 저축을 하는 사람보다 돈 빌리는 사람이 많은지 은행에 일이 있어 방문할 때면 가끔 직원은 남편 직업을 물어보는데 그때마다 나는 연봉 높은 전문직이라고 얼버무린다. 비슷한 시기에 직장을 그만둔 남편의 전 직장 동료가 필요한 것이 있으면 회사에 찾아와 도움을 얻곤 하는데 극성수기인 요즘 일이 많을 때면 남편은 퇴근시간이 늦어지기도 한다.
'아웃라이어'의 저자 말콤클레드웰은 1만 시간의 법칙에 대하여 서술하며 하루 한 시간씩 연습하면 28년이 걸리고, 하루 3시간 연습하면 9년이 조금 넘게 걸리며, 하루에 5시간 연습하면 5년이 조금 더 넘게 걸린다고 말하였다. 결과적으로 엘리트학생은 1만 시간을 연습하지만 그냥 잘하는 사람은 8000시간, 미래의 음악교사는 4000시간을 연습한다며 모차르트도 1만 시간의 훈련을 통해 독창적인 작품을 남겼다고 하였는데 남편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며 나름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시의 적절한 시기에 퇴사를 결정하며 기회를 잡고 시간을 쪼개어 자신의 분야를 개척하였기 때문이라 할 수 있겠다.
겨울방학을 이용하여 가끔 회사에서 알바를 한 아들이 더운 여름에는 아빠가 어떤 일을 하고 수고를 하시는지 알고 싶다며 이번 여름방학에 알바를 자처하였다. 컴퓨터가 처음 등장할 때는 혁명이라 하였지만 시대가 변하여 손에 스마트폰을 손에 쥘 수 있는 것처럼 예전의 직업이 사라지는 추세에다 대부분이 자동화되는 시대를 맞았다. 남편의 직업 역시 시간이 지나면 아이템을 더하여 새롭게 구축될 가능성이 높은데 넘을 수 없는 벽이라 생각하였는지 해야 할 일들을 계획하고 추진하며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없어 아이들이 원하면 가끔 전자기기를 선물해 주던 남편에게 괜한 트집을 잡은 아들이 모처럼 아빠와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자신을 직시하며 공부에 매진하게 되어 좋은 경험이 되었다.
태어날 때부터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는 재벌집 자녀들이 뭔가를 이루고 선택을 할 수 있는 폭이 좁아 오히려 자존감이 낮다고 하였는데 학비 걱정 한번 하지 않은 아들이 작은 것이라도 스스로 이루었을 때 성취감이 높아지며 자존감 또한 지킬 수 있음을 알기에 나는 아들이 취업을 위하여 열심을 다하는 것을 마음속으로 응원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