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비 오는 날 김광석 노래를 들으며

by 박 혜리


이번 주 내내 내리던 비가 어제 낮에 잠깐 갠 틈을 타서 백화점에 가서 막내 옷을 사고 또 다른데 잠깐 들러 종횡무진 볼일을 보고 집으로 돌아왔다. 차가 있으니 비가 내리든 말든 일이야 볼 수 있지만 며칠 만에 쨍하고 햇살이 비치니 깡충깡충 뛰어다니는 강아지처럼 기분이 좋아져 나는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외출채비를 했었다.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새벽부터 비가 내렸는지 아파트 화단 앞의 지하 주차장입구부터 밖으로 이어진 아스팔트길이 축축하였는데 오늘은 집에서 어제 장을 봐온 것으로 요리를 하며 김광석의 노래를 들었다.


내가 질병을 진단받고 나서 나는 한동안 김광석의 노래를 들으며 병원을 다녔다.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 서정적이면서도 약간 침울한 분위기의 그의 노래에 기대어 나는 어떤 위로를 받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좋아하는 가수의 CD를 주문하여 몇 개는 들고 다니며 들었는데 주로 김광석과 흘러간 팝송인 올드팝을 들었다. 그리고 병원에 가는 텀이 길어지고 오 년이 다 되어갈 무렵에 그가 태어나고 기리기 위하여 조성되었다는 그의 고향에 나는 한번 가보기로 하였다.



내가 사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 한여름의 더위가 아직 몰려오기 전인 6월의 어느 화창한 날, 나는 내비게이션을 켜고 그의 노래를 들으며 그가 어릴 때 떠났다는 대구를 찾았다. 그곳은 큰 형님댁이 있어 제사가 다가오면 남편과 함께 해마다 방문하던 곳인데 혼자 대구를 찾은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나는 김광석거리 가까운 건물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골목을 나와 소품을 파는 상점과 그리고 아담한 카페가 있는 건물 사이를 어슬렁거리며 걸었다. 걷다 보니 맞은편 벽에는 군데군데 그의 흔적을 볼 수 있는 벽화와 노래가사가 적혀 있었는데 나는 기타를 든 그의 동상 앞에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부탁하여 사진을 찍었다.



그가 왕성하게 활동하던 1980년~1990년 사이에는 5.18 광주항쟁과 유신헌법 폐지를 외치며 민주화운동이 일어나던 불안정한 사회와 정치적 모순이 팽배한 시기이기도 하였다. '사람들이 너무 쉽게 포기하고 잘못된 사실에도 대충 익숙해져 버리려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많다'며 사람들이 자기 노래를 듣고 한 번쯤 '아, 나도 저런 때가 있었지? 하고 돌아본다면 자신의 노래 인생은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고 말했다는 그는 한국의 음유시인으로 불리며 향년 32세라는 너무 이른 나이에 하늘의 별이 되었다. 사랑했지만, 거리에서, 흐린 가을하늘에 편지를 써 등 주옥같은 곡을 남겼는데 그의 노래 중에서 어쩌면 가장 경쾌하다고 할 수도 있는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밥 딜런 노래 "Don't Think Twice. it's All Right"를 우리나라 작곡가 양병집 씨가 개사하여 김광석이 불렀다. 이 노래를 들을 때면 빠른 템포와 발랄한 리듬 속에 우울한 시대상황을 해학적으로 표현하며 옛것을 아쉬워하는 그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했다.



그가 떠난 지도 어언 삼십 년 가까이 흘렀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모리배 같은 정치인과 한낮에 도심에서 칼부림이 일어나는 불안한 사회 그리고 극이기주의로 인한 인간성상실로 마치 구약성서 창세기의 '소돔과 고모라'시대를 눈앞에 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나라가 발전할수록 위상도 함께 높아야 하는 만큼 세태가 오래된 노래와 전혀 배치되지 않으니 하늘에서 이것을 지켜보는 그의 마음은 어떠할까 헤아려본다.


비 내리는 오늘, 생전의 그의 모습을 기억하며 나는 성경말씀을 듣고 영어공부를 하는 대신 모처럼 그의 노래를 들으며 생각에 잠겨보았다.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네 바퀴로 가는 자전거

물속으로 나는 비행기 하늘로 나는 돛단배

복잡하고 아리송한 세상 위로

오늘도 애드벌룬 떠있건만


포수에게 잡혀온 잉어만이 한숨을 내쉰다.


남자처럼 머리 깎은 여자 여자처럼 머리 긴 남자

가방 없이 학교 가는 아이 비 오는 날 신문 파는 애

복잡하고 아리송한 세상 위로

오늘도 애드벌룬 떠있건만


태공에게 잡혀 온 참새만이 긴 숨을 내쉰다.


한여름에 털장갑 장수 한겨울에 수영복 장수

번개소리에 기절하는 남자 천둥소리에 하품하는 여자

복잡하고 아리송한 세상 위로

오늘도 애드벌룬 떠 있건만


독사에게 잡혀 온 땅꾼만이 긴 혀를 내두른다.

독사에게 잡혀 온 땅꾼만이 긴 혀를 내 두른다.



https://youtube.com/watch?v=b3muvQYskCk&feature=shar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