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처 깨닫지 못한 진실 같은 악몽을 가끔 꾸곤 한다.
지난밤에도 나는 그런 꿈을 꾸었다.
밭고랑사이로 난 잡초를 제거하기 위하여 읍내에 제초제를 사러 갔다가 돌아온 아버지는 장터에서 얻어마신 약주에 취하여 도돌이표 같은 하여가를 부르다 우웩 하며 토사물을 쏟아내었다.
마룻바닥 틈사이에 창백한 실핏줄처럼 비어져 나온 오물 한번 보고 방바닥에 등을 맞대고 드러누운 엄마얼굴 한번 보다 나는 헝겊을 찾아들고 쓰레기를 모으듯 오물을 닦으며 종중걸음을 쳤다.
그 모습을 보고도 내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천장만 바라보고 있는 엄마.
같은 표정의 아버지는 다른 날에 기어이 엄마를 우물에 빠트리겠다며 노발대셨고 도망가지 않는 엄마를 대신하여 아버지를 밀치다 날아든 낫을 피하여 나는 도망을 쳤다.
도망치지도 못할 거면서 '이제 내가 없어도 되겠지' 하며 내 눈치를 보며 툭하면 으름장을 놓던 엄마.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서자처럼 우리를 버리고 엄마가 도망을 갈까 봐 무서워 나는 이 악물고 버티어야 했다.
그러나 지나고 보니 아버지보다 엄마는 내게 더 나쁜 사람이었다.
엘리트를 만들기 위하여 투자한 어느 부르주아처럼
우리는 끝내 그것에 항복을 못하고 그림자가 되었다.
착한 사람과 그것을 거부하며 갈등하는 내 분열된 자아.
그렇게 나는 가끔 우울한 악몽을 꾸며 소리를 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