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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혜리 Mar 22. 2024

고구마를 몇 개 먹은 듯


엄마를 보기 위하여 시골집을 찾아간 어느 날,

내가 사가지고 간 음식과 간식을 드시고 나서 피곤하여 누운 내 옆에 오셔서 엄마는 누우셨다.


나는  그동안 마을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는데 엄마는 내 얼굴을 한번 훑어보시더니 내 나이가 몇 살인지 물으시며  참 곱구나 하셨다.


나는 손사래를 치듯이 겉만 그렇지 몸은 그렇지 않다며 대꾸를 하였는데 엄마는 너와 나는 몸이 안 좋아서 어찌할꼬 하셨다.


그러고 보니 엄마는 내가 몸이 좋지 않은 후로도 내 몸이 어떠냐고 먼저 한번 물어보지 않으셨다.


대신에 언제나 내 안색을 살피며 당신 아쉬운 말들을 꺼낼 기회 탐색을 하셨다.


버지와 결혼을 시키기 위하여 할머니는 쌀 한말을 외할아버지께 드리고 나서 어머니를 마을에 데리고 오셨다 하였는데 내가 기억을 시작한 후로 마흔의 나이에도 할머니처럼 엄마는 나이가 들어 보였다.


각장애를 앓아  두귀가 들리지 않는 아버지를 둔 어떤 분은 아버지와 제대로 대화 한번 나눠보지 못한 것이 평생의 한이라는데


 여전히 아프다고 말하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엄마에게 딸처럼 지금까지 애교 한번 부려보지 못한 나는 내 얼굴이 곱다는 엄마에게 고구마를 한꺼번에 몇 개나 먹은 듯 슬픈 눈으로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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