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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혜리 Mar 30. 2024

다시, 봄


어제는 붉은 황사가 온 하늘을 뒤덮어 운동을 미루다 오늘 아침에 회사에 할 일이 남았다는 남편이  출근을 하자 옷을 갈아입고 운동을 나갔다.


아파트 로비를 지나 밖으로 나가 계단을 지나 뒷산올랐다.


계단 끝까오르자 해마다 제야의 타종소리를 울리는  정자가 나오고 나는 작은 동산을 한 바퀴 돌아 다시 계단을 내려와 원을 그리 듯 뒷산을 돌았다.


며칠 전 내린 비로 어지럽던 오솔길은 천사가 다녀 간 것인지 흙 묻은 신발이 닿기가 황송할 따름인데


눈을 들어 사방을 고요하게 살피니 메마른 가지 끝에 새순이 연둣빛을 띠며 움트고 있었다.


다시 계단을 올라 차오르는 숨을 모으며 아래부터 동산을 두 바퀴  더 돌고 나서 나는 조각공원이 있는 호수로 내려와 걷기 시작하였다.


그제는 봄비치곤 많은  비가 내렸는데 비가 그친

흐린 하늘에 햇살이 살포시 얼굴을 내밀자

볼을 스치며 산들바람이 지나간다.


두툼한 카펫 같은 포장된 길을 걷다 보니 벚꽃이 만개하며 어느새 화들짝 웃음을 터트리는데


물이 예쁘게 빠진 청바지를 입은 한쌍의 연인이 같은 가죽점퍼를 걸친 커플룩을 입고 경쾌한 걸음을 옮기고


멀리에서엄마가 일러주는 데로 깜찍한 포즈를 취하며 한 꼬마아이가 사진을 찍는다.


공원을 반바퀴쯤 돌자  여기저기 개나리가

환호성을 지르고 곧 꽃망울을 터트릴 듯 철쭉이

봄맞이할 채비를 서두른다.


지난겨울은 봄이 곧 닥칠 듯 따뜻하기만 하였는데


한날은 눈이 오고 또 한날은 비가 내리다 동백꽃이 지고도 한참을 기다려 쑥스러워하는 새색시처럼 그렇게 봄은 다시 내 곁으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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