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by 박 혜리


저 멀리 지평선이 뚜렷한 실루엣으로 다가오 듯


스마트폰으로 신문을 읽거나 종이로 된 책을 읽을라치면 이제 안경을 쓰야만 제대로 보인다.


어릴 때 할머니는 돋보기안경을 쓰고도 미간에 잔뜩 주름을 모은 채 실을 바늘귀에 꿰었는데


나 아직 할머니 나이가 되려면 한참이나 멀었건만


안경을 쓰면서 인상이 나쁜 선생님이 되었다.


어머니는 먼저 저세상으로 떠나기 전에 혼잣말처럼 자주 이 말씀을 속삭였는데


내 청춘은 어디 가고 여기 초로의 늙은이만 남았냐고.


나는 왕방울처럼 눈이 큰 소녀 때 꿈에서라도 생각을 못하였지만


어머니처럼 나도 나이를 먹으며 점점 실루엣이 멀어져 가는 것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