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by 박 혜리


한 점 구름 없는 푸르른 오전이나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하는 해거름에


공원으로 산책을 나갈 때면

목에 목줄을 찬 반려견들이 깡충깡충 뛰어다닌다


하루는 아는 사람 강아지가

유모차를 탄 모습을 보고


어디 아프냐며 물어보았는데


열일곱 해를 산 노령의 개는

하늘나라로 소풍 떠날 채비를 하는 중이라며


마치 가족을 잃어버리기라도 하는 듯이

그녀는 목메어 말한다


갓난아기가 방글 웃음을 짓기 시작하여

스무고개 넘은 호랑이가 될 때까지


삶의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듯이


그 아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넌다면


그녀는 슬픔을 가누기 힘들거라 하였다


어느 날 뒷산을 올랐을 때 마주친 그녀도


털이 복슬복슬한 큰 아름드리나무 같은 개의

머리를 연신 쓰다듬으며


여행을 함께 가기 어려워 미룬다 하면서도


마치 합창이라도 하 듯


사람은 변해도 반려견은 배신하지 않는다 말하는데


거짓말과 속임수가 많은 이 세상


아이를 키우는 수고만큼 힘이 들어도


반려견이 느는 이유는


신뢰가 무너진 우리 사회의 민낯인 것 같아


나는 마음이 착잡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