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취인불명

by 박 혜리


이 땅에 살면서 가슴 아픈 이름 하나 있다


하얀 밤을 지새우며 쓴 편지를

우체통에 넣어도 받을 수 없는 그는

수취인불명


머나먼 타국에서 가난한 자와 병든 자의

친구가 되어 주셨던 분


하나님을 대신하여 지상으로 내려온 천사는

잠시 이 땅에 머물다 다시 고향으로 돌아갔다


당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어주고도

더 주고 싶어 하셨던 그분을 생각할 때마다


차마 꺼내보기 힘든 오래된 앨범처럼

가슴이 저리는데


굳게 봉인한 편지지를 수신할 사람은

더 이상 이 세상에 없고


소쩍새 울 듯 가끔 하늘을 올려보며

그의 이름 석자 나직이 불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