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시대

by 박 혜리


악인은 선한 얼굴로 다가온다는 말이 있다


아이러브유라고 말하는 애인처럼


그는 "과태료가 부과되었습니다 "라며 내게 정중한 말투로 속삭였다


백화점 할인 재난 안전 은행의 마케팅 등


읽지 않은 문자 사이에 발견된 달콤한 유혹에


토라진 연인을 달래줄까 말까 잠시 밀당을 벌이다

전화기를 돌린다


신호음이 들리자마자 받을 수 없다는 기계적인 목소리


순간 아차 싶었다


어느 날 저녁뉴스에서는 재산 많은 노인의 주소를

추적한 은행원이 강도로 돌변하였다는데


문명이 발달할수록 뒤통수도 고도화되는 것 같아

무서운 세상이 되었다


그날 링크를 누르지 않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누가 말한 것처럼 로맨스 택배 세관 공공기관 등 사칭 문자는 피도 눈물도 없이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


그가 믿고 싶어 하는 내 마음에 또 한 번 생채기를

냈듯이


세상은 갈수록 동전 쌓이듯 불신이 늘어난다